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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천지일보,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22.08.30

 

동용승의 글로벌 경제안보 분석

한중수교 30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중 사이 줄서기 딜레마

안보-경제놓고 논란 가중돼

 

의존도 낮추고 안보 택해야

실리 중요관계 풀어야

 

단기적 임기응변 해결책 아냐

국가전략 국민공감 형성해야

[핵심내용] 
선택 기로에 놓인 한국

표면적으로 팬데믹의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론 미-중 대결이 본격화하는 와중에 칩4동맹,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한미군사훈련의 강화 등에 따른 긴장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 줄을 설 것인지, 중국에 줄을 설 것인지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국가전략필요한 때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에 대한 국가철학, 지금의 미-중 충돌에서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현실 인식과 미래 예측 등을 담은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전략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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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08.03

중국은 한국의 최대교역국이자 2대 투자대상국이다.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국이다. 1990년 한국의 최대수출국은 미국(29.9%), 일본(19.4%)이었는데 2020년에는 중국(29.9%), 미국(14.5%), 일본(4.9%) 순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한중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양국 모두 없어서는 안 되는 관계로 발전했다.

그런데 2022824일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일은 너무도 조용했다. 1992824일 한국과 중국이 전격적으로 수교한 이후 한중관계는 넓고 깊게 발전했음을 감안할 때 현재 한중관계의 불안정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표면적으로 팬데믹의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론 미-중 대결이 본격화하는 와중에 칩4동맹,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한미군사훈련의 강화 등에 따른 긴장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줄을 설 것인지, 중국에 줄을 설 것인지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한다. 안보 문제를 생각하면 미국이고, 경제문제를 생각하면 중국(安美經中)이라는 선택하기 힘든 상황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럴 때일 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변방으로 외교단 초대한

안보문제부터 보자. 중국은 해양세력의 침범으로부터 한반도를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660년 백제가 멸망한 후 백제유민들 당나라의 5도독부 설치에 저항하여 일본()의 파병을 요청했다. 662년 왜는 170여척의 함선과 1만여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백강 지역(지금의 금강하구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 나당연합군은 백강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삼국통일을 이루었다. 중국의 입장에선 위기에 처한 한반도에서 해양세력을 몰아낸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명나라의 파병으로 일본의 진출을 막았다고 본다. 한국전쟁에서도 해양세력인 미군의 침공을 막아냈고, 그렇기에 중국은 항미전쟁 전승일을 크게 기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미대통령이 시진핑 중국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을 마치고 자신의 SNS시진핑 주석이 말하기를 한반도는 원래 중국이었다고 언급했다고 공개한 내용은 중국의 생각을 반영한다. 북한은 해양세력으로부터 지켜냈지만, 한국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한국은 종래 중국이 생각하는 한반도의 국가가 아니다. 해양세력의 도움으로 건국됐으며, 유사 이래 가장 부강한 국가로 발전해 가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이 해양세력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나라가 아니다. 결국 안보문제에서 중국은 한반도에서 해양세력을 몰아내려는 기본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는 원래 중국이었다는 사고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시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2017년 한국의 사드(THAD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하기에는 지나쳤다. 특히 31한 조항은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특히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를 미국에 의한 중국 압박 일환으로만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대통령 특사를 하석(下席)에 앉혔던 중국의 태도, 문재인 전 대통령 방중 당시 실질적인 홀대 등을 보며 한국의 국가적 자존심을 생각하게 했다. 그런데 지난 88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첫 외교장관 회담임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이 아닌 칭다오에 회담장소를 잡은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지만 석연치 않다. 과거 중국은 변방국가에서 황제를 만나려면 베이징에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인근 도시에서 황제의 재가를 기다려야 하는 관례가 있었다. 당시의 모습이 떠오른다. 따라서 안보적 관점에서 한미동맹이 더더욱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한국경제, 대중국 의존도 절대적

경제문제를 보자. 한국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사드 배치 당시 중국의 대한국 경제제재로 인해 한국경제는 심한 몸살을 앓았던 기억이 있다. 그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GDP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15.7%에 달한다. 한국의 유수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한다. 경제는 실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경제의 한국 의존도 역시 만만치 않다. 중국의 4대 수출국이며, 1위의 수입국이다. 더욱이 글로벌 벨류체인(GVC) 관점에서 중국의 한국 의존도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컬러 TV의 예를 들어 보면, 중국 우시(無錫)에서 생산되는 컬러TV는 디스플레이는 한국에서, 이미지 센서는 일본에서, 외부 박스는 태국에서 생산된다. 이렇게 형성된 벨류체인을 통해 최종적으로 우시 공장으로 모여 조립돼 미국으로 수출된다. 이 과정 중에 하나라도 문제가 된다면 중국은 미국에 수출을 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이 쌍순환 전략을 추구하는 이유다. 중국 내 또는 중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와 있는 국가들을 결집하여 자기완결적 산업 벨류체인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GVC를 단기간에 중국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동아시아에 형성된 벨류체인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4 동맹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전쟁도 더 심각하다. 한국의 최대 경쟁력은 반도체 산업에 있다. 중국은 반도체 GVC에서 한국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반도체 산업 내의 쌍순환 전략을 추구하며,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 방식은 시장을 줄 테니 기술을 다오였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중국은 기술을 확보한 이후 시장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유럽 및 일본 기업들은 빈 손으로 중국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시장행동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4 동맹을 통해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반도체 GVC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한다. 4에는 미국, 일본, 대만 등이 참여할 예정이며, 한국은 아직 확정지은 상태는 아니지만 예비회담에 참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장을 생각해서 기술을 내주고 팽 당할 것인지, 한반도는 원래 중국이었다는 중국의 지정학적 안보논리에 안주할 것인지 힘든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 대안을 만들지 못하고 어렵고 힘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현실인식미래 담은 국가전략 필요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한국이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확대와 다양화를 주문한다. 지나치게 높아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중심의 GVC에 적극 참여할 것을 주문한다. 안보 확보를 위해 한미동맹의 강화는 불가피하며, 북한문제 때문에 약화된 한미군사동맹을 복원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그 길로 가고 있는 듯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실리적 측면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북관계를 풀고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에 대한 국가철학, 지금의 미-중 충돌에서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현실 인식과 미래 예측 등을 담은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전략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단기적 임기응변만으로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도 없으며 험난한 파고를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용어설명]

글로벌 벨류체인(GVC)

가치사슬(밸류체인)은 기업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이다. 즉 가치사슬은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글로벌 벨류체인은 이러한 가치사슬의 개념에 세계화가 결합된 것을 의미한다.

쌍순환 전략

쌍순환은 해외 시장을 유지하면서도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에 집중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겠다는 중국의 경제 전략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05월 처음으로 제시했다. 쌍순환 전략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 갈등, 코로나19 책임론, 홍콩과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전방위적인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중국의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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