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기능미화자원봉사회 김상목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사)한국기능미화자원봉사회 김상목 이사장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단골신발이요? 대부분 ‘시장표’ 신발이죠. 우리가 아니면 이 신발들은 누가 고쳐주나요. 하루하루 보람을 느끼며 사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살면서 우리 발은 수많은 신발을 거쳐 간다. 그 많은 신발 중에 한 켤레 정도는 이들의 손을 거쳐 갔다. 바로 ‘구두 의사’들이라 불리는 구두 수선공들이다.

이들은 구두를 닦는 것뿐 아니라 ‘(사)한국기능미화자원봉사회’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세상의 찌든 때도 닦아주고 있다. 주로 구두닦이․수선을 통해 모은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거나,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나서서 구두를 수선해주고 있다. 이렇게 봉사하는 구두 수선공들의 평균 나이 또한 60대로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다.

(사)한국기능미화자원봉사회 김상목 이사장은 “단체가 법인화된 것은 10여 년 됐으나 이러한 봉사는 개인적으로든, 그룹으로든 예전부터 해왔다”면서 “돈은 없지만 수십 년째 갈고닦은 기술이 있으니까 즐겁게 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1년에 두 번 정도는 업을 내려놓고 전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에 25개,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에 40개, 총 65개의 지회가 있어 한번에 모이거나 봉사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지회별로 모여서 정기모임을 하거나 활동한다. 이들에게도 모임은 중요하다. 수선 문제나 제품 구입, 기술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에는 이 단체 서울 은평지회 회원들이 나서서 서울 은평구 진광동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구두닦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제는 이들을 기다리는 어르신들도 생겼다.

일부 지회에서는 길 안내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한 곳에서 수년째 일하는 이들의 직업특성상 강점 중 하나가 길이나 건물 위치를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은평지회도 곧 실행할 예정이다.

김상목 이사장은 “요즘에는 행인들이 상가에 들어가서 길을 묻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길도 잘 알고 있고 구두 수선대 위치도 시장 입구나 버스정류장 등 요소요소에 있다 보니까 접촉이 쉽고 거리감이 덜 든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같이 사회에 훈훈함을 풍기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매년 구두 수선대가 40~50개씩 줄고 있다. 이유인즉슨 대부분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오래 앉아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방 한 칸 남짓한 구두 수선대에서 구두를 수선하거나 닦는 게 생활의 전부인 이들은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에너지 소비가 많다.

사람들의 구두를 고쳐주겠다는 신념이 있기에 등을 쭉 피고 일어설 수 없을 만큼의 낮은 높이와 누울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도 수십 년째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두수선공들이 돈을 잘 번다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고 한다.

10분 만에 구두 수선 후 3천 원을 버니까 1시간이면 1만 8천 원을 벌지 않느냐는 말을 들을 때면 한 번 와서 하루만 일해보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구두 수선대에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는 하루에 딱 두 번이다. 오전 10시대와 오후 2~3시쯤이다. 결국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손님을 받는 시간은 적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곳에서 쓰는 제품들은 고무 등이다 보니까 재료값이 오르면 10여 년째 변하지 않는 수선값에서 인건비만 더 깎일 뿐이다.

젊어서 신발 만드는 제화공장에서 일했던 김 이사장도 구두 수선공으로 살아온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돈을 잘 벌게 될 경우 다른 일을 해볼 생각이었으나 이 길을 꾸준히 가게 됐다. 이제 자녀들도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그는 “애들에게 ‘아빠는 한 평 되는 독방에서 40년 가까이 살고 있다’고 말하면 깜짝 놀란다”면서 “그러나 맞는 말이지 않나, 죄만 짓지 않았다 뿐이지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것과 환경은 별반 다르지 않다. ‘보람’이라는 두 글자가 수선공의 삶에는 전부”라고 전했다.

구두수선공들은 자신들의 기술과 경험을 믿고 구두를 맡겨주는 손님들을 만날 때마다 힘이 난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구두 고쳐주세요’라고 손님이 말할 때 기쁘다. 반면에 이미 손님이 구두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자기 생각대로 고쳐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면서 “이럴 때는 의사와 환자의 역할이 바뀐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보니 수명이 다 됐는데도 ‘못 신어도 되니까 고쳐나 주세요’라고 말하는 손님들이 있는가 하면 비싼 신발 상태와 비교하며 언성을 높이는 손님들도 있다. 이럴 때는 손님이 구두수선공들을 신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진다.

사실 손님이 가져온 신발 50% 정도는 수선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현상은 질이 좋지 않은 중국산 제품이 늘면서 더 그렇다. 최근에는 신발을 닦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일할 수 있는 시기도 실질적으로는 줄었다. 예전에는 토요일 오후에 한 주의 일(구두 수선이나 닦는 일)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5일 근무제가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이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여가를 보내느라 발길이 뜸해졌다. 사실상 구두수선공들도 금요일 오후면주 업무가 끝나게 되는 것이다. 날씨까지 고려하면 한 달에 많아야 22일 정도 일한다.

그래도 이 일은 돈과 상관없이 계속돼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말이다. 좋은 신발은 AS센터에서 고치면 되지만 질이 떨어지는 신발들은 구두 수선대가 아니면 고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돈 많이 버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신발을 고치고 있으니 많은 신발이 이곳을 거쳐 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신발에 대해서만큼은 믿고 맡겨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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