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한 문제를 놓고 여전히 비판여론이 거센 가운데 그 위법성 논란도 그치질 않고 있다. 정부는 법률적 검토를 마쳤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조만간 법적 다툼의 결론이 나오겠지만, 행안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방식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일선 경찰관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데도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지, 경찰국 신설의 배경마저 궁금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 경찰국 첫 책임자로 임명된 김순호 국장의 과거 이력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화 운동과 함께 노동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당시 김 국장은 1988년 2월 결성된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에서 핵심적인 활동을 하다가 이듬해 4월께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그 사이 김 국장과 함께 활동하던 인사들은 경찰에 붙잡혀 수사를 받거나 투옥된 상태였다. 물론 인노회도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인 1989년 8월 김 국장은 경찰에 경장 계급으로 특별 채용됐다. 김 국장은 당시 ‘대공 공작업무와 관련 있는 자’로 분류돼 특채 요건이 됐다고 한다. 그 뒤 ‘홍제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치안본부 대공수사3부에 처음 배치돼 1998년 경감 승진 때까지 일했다는 것이 당시 김 국장의 이력이다. 당시 법에 따르면 경찰 특채 자체는 위법으로 볼 수 없다. 다만 ‘특채’는 말 그대로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에 대한 특별 채용이다. 경찰이 아무나 경장으로 뽑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시 김 국장은 어떤 공로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동시에 김 국장을 경찰로 특채한 당시의 인사 라인도 밝혀야 한다. 그래야 김 국장을 특채한 배경이 제대로 규명될 것이다.

김순호 국장은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물론 터무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일 수도 있다. 반대로 소설 같은 얘기가 실제 현실이 됐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다. 이대로는 김 국장에 대한 신뢰는 물론 명예도 지키기 어렵다. 대충 묻어두고 갈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도 ‘아니면 말고’식의 얘기는 그만둬야 한다. 뜨거웠던 민주화 운동의 시대, 그 시대의 주인공들이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장삼이사였다면 몰라도 될 일이다. 그러나 명색이 행안부 경찰국 초대 국장이다. 과거 이력에 논란이 있다면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야 한다. 불과 30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의 자료는 물론 사람들도 대부분 생존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김 국장이 소상하게 진실을 밝히고 정치권에서도 제대로 된 검증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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