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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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화관이 더위를 피하기 위한 ‘명소’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 넘게 직격탄을 맞았던 영화관은 영화 ‘범죄도시2’ 흥행 후 지속해서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다.

범죄도시2에 이어 탑건이 불을 지폈고, 여름방학을 맞아 한산과 비상선언이 여름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이 지난 6일 박스오피스에서 나란히 흥행 1, 2위를 차지했다. 한산은 누적 관객수 415만 7709명, 비상선언은 누적 관객수 111만 9574명을 동원했다. 특히, 영화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국내 최초 항공재난 영화라는 점이 기존 재난 영화들과는 다른 미장센, 플롯, 서사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2년 넘게 침체된 극장가에 분명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극장가에서도 코로나19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하반기에는 가파른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큰 영화들이 대기 중이다. 9월 추석 시즌에는 781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공조’의 후속작인 ‘공조2: 인터내셔날’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는 매일 10만명씩 나오고 있고 극장가의 양극화도 뚜렷해져, 흥행 추이를 점치기 어렵다. 무엇보다 2년 전보다 급감한 관객수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영화관 방문에 대한 거리낌은 여전히 존재한다. 코로나 기간 극장가는 처참할 정도로 셧다운했다. 2020년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관객수가 94% 급감했다.

영화관들이 지금은 살아나고 있지만 하반기 실적은 희비가 엇갈리며 아직 조심스레 점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가 하반기에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고, 여름 성수기같이 관객들이 기대심리를 반영하고 지속적으로 영화관을 찾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아울러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은 탄탄하고 잘 짜여진 영화들에만 주목한다. 조그만 허점만 보여도 날 선 반응을 보이며 바로 외면하는 것이 요즘 관객들의 트렌드다. 결국, 제작사와 배급사들은 코로나19를 이겨내야 하고, 한층 눈이 높아진 관객들의 입맛에도 크게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어떻게 보면, 작은 영화나 중급 규모의 영화들은 더욱 더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범죄도시2, 한산, 비상선언의 흥행이 영화관 실적 회복의 전환점을 마련한 건 맞다. 상반기 관객수와 매출액도 적지 않게 회복됐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을 찾기 위해선 탄탄한 플롯으로 구성된 히트작이 쏟아져야 한다. 좋은 작품들이 줄지어 나오면,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코로나 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던 영화산업이 더 이상의 롤러코스터를 멈추고 추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 겁을 먹고 개봉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영화들은 재정비를 통해 너무 늦지 않게 라인업을 구축해야 한다.

영화산업 관계자들도 한국영화산업이 현재 처한 위기와 현황을 점검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영화관이 활기를 되찾는 것만이 침체된 영화산업이 먼 미래를 바라보며 재생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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