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북미 등 검사 수 및 백신 부족
실제 감염자 수 파악 어려움 봉착
“술 취해 전등 밑 열쇠 찾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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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소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서면서 관계 당국은 검사와 백신 공급을 늘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안채린 기자] 원숭이두창의 빠른 확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각국이 뚜렷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의료 현장의 업무 과중은 개선되지 않았고, 충분한 검사도 이뤄지지 않아 실제 감염자 수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는 백신 부족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는 등 코로나19로 대규모 전염병을 경험했음에도 여전히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4일(현지시간) 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감염자는 75개국 1만 6016명이다. 로이터 통신은 해당 바이러스가 풍토병으로 자리를 잡지 않은 65개국에서 1만 560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까지 42개국에서 3205명이 확진됐는데 한 달 만에 환자가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각국 집계에 따르면 스페인(3100명), 영국(2200명), 독일(2100명), 프랑스(1400명) 등 유럽에서는 확산이 가파르다. 미국도 확진자 2500명이 나왔고, 한국에서는 1명이 격리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문제는 실제 감염자 수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고, 원숭이두창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진이 확진자를 다른 질환 감염자로 오진한 사례도 매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특히 WHO는 원숭이두창이 동성과 성접촉을 하는 남성을 중심으로 발병하고 있어 성적 지향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발병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원숭이두창 대응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WHO는 우려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비상프로그램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우리가 파악 중인 감염자 수는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전등 밑에서 열쇠를 찾는 상황과 비슷하다. 밝은 데는 일단 찾아보고는 있는데, 빛이 미치지 못하는 어두운 부분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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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확산세가 예상보다 빠르고 이전과 다른 전파 경로를 통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확진자의 80% 이상이 몰린 유럽이나 북미에선 백신이 부족한 조짐도 보인다. 사진은 25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모니터에 나오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 모습. (출처: 뉴시스)

게다가 확진자의 80% 이상이 몰린 유럽이나 북미에선 백신이 부족한 조짐을 보이면서 백신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원숭이두창 전용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기존 두창 백신으로 85%가량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1·2세대 백신은 부작용 위험이 높고 접종 방식이 까다로워 부작용 위험을 낮추고 접종 부담이 없는 3세대 백신인 진네오스(임바넥스) 확보에 각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달 초 바바리안 노르딕에 진네오스 250만 도스(124만명 분)를 주문했고 최근에는 내년 시판될 백신 250만 도스를 추가 계약했다. 유럽의약품청도 최근 진네오스 사용을 권고하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욕타임즈(NYT)에 다르면 현재 진네오스를 개발한 덴마크 생명공학기업 바바리안 노르딕의 생산 공장 중 한 곳은 지난해 8월부터 확장을 위해 문을 닫은 상황이다. 가동이 올여름 늦게나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부분 물량은 내년이 돼서야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백신 생산 및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백신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22일부터 집단 예방접종이 시작돼 접종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1만 7천 도스의 백신이 배포 사흘 만에 예약 마감됐다. 영국에선 백신 접종 대상 고위험군이 적어도 12만 5천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확보한 백신은 10만회 접종 분에 불과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백신 부족 사태에 28일 간격을 두고 2회 접종하는 진네오스를 1회만 투여하는 지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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