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행사 재개했던 종교계
코로나 재유행 현실화하자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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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신자들이 입장에 앞서 발열 체크 및 손소독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 3개월여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현실화하고 있다. 끝날 것만 같던 코로나19가 다시 위세를 떨치면서 종교계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종교계는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정부의 방역 지침이 내려지는 대로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종교계는 대규모 행사들을 열어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4월 17일 3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부활절 대축일 미사를 진행했다. 불교계는 4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대규모 연등회를, 지난 5월 8일엔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신자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했다.

그러나 BA.5 변이 확산으로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치솟는 등 코로나19 재유행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조금씩 회복하던 종교활동이 자칫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교시설 등 다중시설에 대한 정부의 방역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종교계는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을 대비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 17일 주일 예배부터 대면 예배에 참석하는 모든 신도를 대상으로 현장 발열 체크를 다시 시작했다. 이영훈 목사는 예배 광고에서 “최근 하루 확진자 수가 2만명이 넘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선제적인 조치를 발표한다”면서 “성도들은 예배당에 출입하기 전 모두 발열 체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발열 증상이 있는 경우, 다른 장소를 마련해 별도로 예배를 드리도록 조치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에서 아직 다른 방역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며 “그러나 선제적인 예방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서 신도들부터 먼저 서로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합숙 행사, 하계 수련회 등 단체 행사가 즐비한 여름철에 코로나19 재유행이 가속화하면서 행사를 취소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는 종단도 있다. 천도교는 대면 하계 수련회 일정을 재가 수련회 형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천도교 중앙대교당 측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만큼 숙박 등이 필요한 종교행사는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천주교와 불교는 정부의 방역 지침이 강화되면 이를 참고해 적극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천주교는 종교시설 방역 강화가 이뤄지면 각 교구에서 지침을 마련해 움직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계 역시 정부의 강화된 방역 지침이 발표되면 그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교계 일각에선 정부의 방역 강화 방침이 최대한 시급히 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김태성 사무총장은 “지금은 특별히 정부의 (방역) 지침이 없어서 종교계에서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 확산 추이에 따른 정부의 방역 방향성이 종교계에도 충분히 전달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난 4월 이후 모임과 행사 등을 재개한 종교계의 걱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시기에 교회 등 종교시설은 예배를 비롯한 모든 대면 종교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뼈아픈 경험을 한 탓이다. 더욱이 신자들의 발걸음이 겨우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대면 활동이 주춤한다면 이대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큰 것으로 보인다.

전북 익산에서 소형교회를 운영하는 김모 목사는 “현재 대면 예배에 참석하는 신도들도 코로나19 이전 대비 50% 수준밖에 안 된다”며 “당장 모임과 행사를 중단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최대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 등 정부 주도의 방역보다는 개인적 차원의 ‘자율 방역’에 방점을 둔 기본 방침을 지난 19일 발표했다. 그러나 집회에 모일 수 있는 최대 인원을 299명으로 제한하는 거리두기를 시행할 당시에도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일부 종교단체가 있어 코로나19 확산 우려는 배제할 수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前)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하루 20만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던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수천명이 집결하는 대규모 3.1절 광화문 집회를 열었다. 당시 집회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거나 대화를 하는 등 감염에 취약한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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