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1만의 ‘명량’의 프리퀄 작품
눈 떼기 어려운 해전신·출연진
김 감독 “국뽕 너머의 국뽕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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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용의 출현’ 포스터(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의와 불의의 싸움이지.”

과연 ‘국뽕 너머의 국뽕’으로 각인될까. 하나는 확실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극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다.

오는 27일에 개봉하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한산)’은 7년의 임진왜란 중 가장 크게 승리를 했던 ‘한산도 대첩’을 배경으로 한다. 한산도 대첩은 진주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꼽힌다. 

조선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15일 만에 왜군에게 한양을 뺏긴다. 한번 뚫린 육로는 계속 뚫려 선조는 의주로 파천을 단행했고 왜군은 기세를 몰아붙여 명까지 치기 위해 부산포로 병역을 집결시킨다. 

수군 역시 수세에 몰린 상황. 전라좌수영으로 있던 이순신(박해일) 장군은 사천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여전히 앞날은 막막하다. 광교산 자락에서 벌어진 용인전투에서조차 육군이 어이없이 패배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군의 사기 역시 떨어진 가운데 이순신 장군은 사천 전투에서 거북선에 문제가 생기며 전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앞선 용인전투에서 왜군의 승리로 이끌었던 와키자카(변요한)는 이순신 장군을 치기 위해 거북선의 약점을 찾아 나서고 거북선의 도면을 손에 얻게 된다. 기세에 힘입어 와키자카는 한산도 앞바다 견내량으로 나서면서 이순신 장군과의 전투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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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한산’은 지난 2014년 7월에 개봉해 대한민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 1761만 관객을 모은 영화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의 차기작이자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다만 한산도 대첩이 명량해전보다 5년 전에 있었던 사건이기에 ‘한산’은 ‘명량’의 프리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무려 312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한산’은 확실히 볼거리가 많았다. 출연진 역시 화려하다. 이순신 장군 역의 박해일, 왜군의 선봉장 변요한부터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박지환, 조재윤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의 향연이다. 특히 전작 ‘명량’의 이순신 장군을 맡았던 최민식이 묵직하고 인상 깊은 연기로 관객들을 감동시킨 바 있어 박해일은 부담됐을 터. 그는 “최민식 선배님의 이순신은 용장의 모습이라면 이번에는 지혜롭게 전투를 행하는 ‘지장(智將)’의 모습”이라면서 “이번 이순신을 생각했을 때 물같이 어떤 것이 섞여도 이순신 주변이 드러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박해일의 말처럼 전작 ‘명량’의 이순신 장군은 묵직하면서도 대역전극을 그리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한산’의 이순신 장군은 고요하다. 마치 초원의 사자가 사냥감을 덮치기 전 조용히 지켜보는 것 같다. 그래서 박해일은 “말수가 적고 희로애락을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느낌”이었다며 “절세 속에서 에너지를 잃지 말아야겠다는 나만의 숙제가 있었다”고 표현했다.

영화는 이런 고요하고 세밀한 이순신 장군에게서 섬세함을 전한다면 스케일 큰 해전(海戰)으로 박진감을 채운다. 129분의 러닝타임 중 무려 50여분 동안 보여주는 해전신은 기술의 발전으로 ‘명량’보다 더욱 돋보인다. 해전신에 대해 김 감독은 “명량은 바다에 배를 띄웠지만 한산은 바다에 배를 띄우지 않았다”며 “그만큼 노하우가 쌓이고 기술도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CG와 함께 우리에게 익숙한 학익진(鶴翼陣) 전술과 제목대로 웅장하게 등장하는 거북선은 조선의 승리를 이끄는 치트키와 같다. 교과서로만 봤던 학익진 전술과 거북선의 웅장한 형태에 눈을 뗄 수 없으며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와 스케일은 손에 절로 땀을 쥐게 한다. 그 가운데 이순신과 와카자키의 전술 대결 구도를 보여주면서 ‘지장’ 이순신의 모습이 더욱 돋보인다.

다만 이러한 승리 중심의 역사 스토리는 일명 ‘국뽕(자국 문화 환상에 도취되는 감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김 감독은 “국뽕 너머의 국뽕으로 이해해달라”며 “이순신 장군을 팔아서 흥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영화를 통해) 진정성, 자긍심, 위로, 위안, 용기, 연대감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논란과 별개로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다소 다양한 캐릭터들은 산만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왜군과의 대결이기에 일본어가 절반을 차지하고 캐릭터들의 이름 역시 낯설어 자막으로 보여줌에도 많은 캐릭터들의 등장에 초반 집중이 어려워 아쉬움을 안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고 굵게 등장하는 인물들까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돋보인다. 항왜 장수 ‘준사’ 역의 김성규, 거북선을 만드는 나대용 장군 역의 ‘박지환’ 등 어느 배우도 연기 구멍이 없다. 이렇게 볼거리가 넘치는 ‘한산’은 뜨거운 여름 시원한 극장에서 바캉스를 보내기 위해 선택하기에 어려움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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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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