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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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지현, 주지훈 등 내로라하는 배우와 스타작가 김은희 등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tvN 드라마 ‘지리산’은 예상보다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간접 광고 협찬이 있었다. 산악 구조대 주인공들은 말끔한 등산복을 입고 생뚱맞게 등장하기 일쑤였다. 등산복 협찬에 따른 PPL 때문이었다. 촌각을 다투며 산악 구조 활동을 하는 레인저들이 구매한 지 얼마 된 것 같지 않은 말쑥한 등산복 차림은 몰입을 방해했다. 그것도 여러 차례 신상으로 바뀌니 더욱 몰입이 힘들었다. 또한 이들은 샌드위치를 곧잘 먹었는데 브랜드와 상품명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 또한 간접 광고 협찬품이었다. 이 샌드위치를 사려면 지리산 사무소에서 72㎞ 떨어져 있다는 네티즌들의 지적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김은희 작가는 ‘유령’ ‘세븐데이즈’ ‘시그널’ 그리고 넷플릭스 화제작 ‘킹덤’을 집필한 작가였다. 조선시대 배경의 ‘킹덤’에는 그런 장면이 있을 수도 없었다.

2020년 SBS 드라마 ‘더킹: 영원의 군주’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특정 커피에 대해서 브랜드와 상품명을 노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장점을 주연 배우 이민호가 설명하는 대사까지 했다. 이에 머물지 않고 배달 앱, 치킨, 밀크티, 립밤, LED 마스크, 김치 등을 화면 전면에 내세웠다. 드라마가 아니라 홈쇼핑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어느 누리꾼은 ‘더 킹’이 시즌2가 만들어져야 하고 시즌2는 간접 광고가 하나도 없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결국 이 드라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법정 제재 ‘경고’를 받기에 이른다. 이유는 방송심의규정 ‘간접 광고’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이 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더 킹’은 1회 시청률이 11.4%를 보이며 요란하게 출발했지만, 종영 당시 시청률이 8%였다. 대개 종영으로 갈수록 시청률이 높아지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김은숙이었다. 바로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그리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을 집필했던 스타 작가였음에도 시청률은 저조했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지리산’과 마찬가지로 간접 광고 협찬에 있었음을 간과할 수가 없었다.

이 두 드라마를 보면 결국 국내 드라마는 대작 드라마라고 해도 간접 광고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므로 ‘오징어 게임’처럼 간접 광고 없이 완성도 있게 만든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사례가 높이 평가될 수 있었다. 만약 ‘오징어 게임’을 국내에서 만들었다면 유명 브랜드 추리닝이 불쑥불쑥 튀어나왔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국내에서 제작한 드라마였지만 간접 광고를 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국내 드라마보다는 제작비가 올라가기는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 제작비의 절반에 해당한다. ‘종이의 집’ 절반에 해당하지만, 성과는 눈부시다. ‘종이의 집’처럼 해외의 성공한 원작의 리메이크도 아니고 순수 창작물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사회적 의미와 가치도 성취하면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리메이크 제안을 받고 있고, 미국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즌5까지 제작된 드라마 ‘굿닥터’의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59조는 어린이 프로그램과 보도 시사 논평 토론 등 공정하고 객관적인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예능, 교양, 드라마에서 간접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 채널의 경우 방송 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5 이내며 간접 광고의 크기는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규정이 들어가게 된 것은 국내의 제작비 현실 때문이었다. 비록 이러한 기준을 설정했지만, 이 기준의 위반은 자주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정이 있다고 해서 간접 광고가 장려되거나 권고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방송법 시행령에 관계없이 작품의 흐름을 간접 광고가 간섭하는 것이 결국 시청자들의 구독을 방해하게 된다. 흥행 참패가 이뤄져서 애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부메랑 효과에 처할 뿐이다. 그것도 글로벌 진출과 활약을 할 수 있는 제작진을 동원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이는 단지 콘텐츠 차원이 아니라 국가 산업의 크나큰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K콘텐츠는 방송법과 관계없이 글로벌 시청자들의 평가가 이제 냉철하게 판단하는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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