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팬데믹이 끝났다고 결정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생각은 달랐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오미크론의 하위변위 ‘BA.5’에 대한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사의 첫 문장이다.

코로나19로 100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이 나라는 보도와 같이 더 이상 이 바이러스가 없는 듯 행동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유행은 끝났을까.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의 확진자를 확인했고 전문가들은 이보다 최소 10배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12일(현지시간)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조정관은 “사망자가 전과 같은 속도로 늘고 있진 않다”면서도 “미국이 백신과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사망자 수(하루 평균 300명 이상)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국내외 큰 피해를 끼친 나라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여러 대응도 문제가 되지만 방역의 가장 기본인 마스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잘못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스크의 과학적 효능을 무시했으며 많은 시민들로 바이러스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어 방역을 방해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지지를 받아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다를까. 그 역시 작년 여름 섣불리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조치를 내렸다가 번복한 어두운 과거가 있다.

물론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시아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현재 세계 대부분이 코로나19가 없어졌다고 결정한 양상이다. 핵심 조치인 마스크와 격리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영국은 하루 감염자 평균이 35만명 이상으로 지난 6월 초 대비 3배나 폭증했으며 다음주 40만명으로 무난히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이런 사실 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많은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재유행 속 방역 조치는 없고 지난 5월 유럽연합(EU)은 공항과 기내에서마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그러나 이처럼 확진자 수나 방역 현황이 공개되는 나라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남미,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은 여력이 없어 감염자, 사망자 수 등 기본적인 집계조차 안 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이제 문을 활짝 열었고 이는 각 나라가 방역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야함을 의미한다. 1차도 아닌 6차 대유행이다. 필요할 때 감염 예방 행동을 조속히 도입하고 이후 내려놓는 균형을 배우고도 남았을 시간 아닌가. 무시한다고 해서 사라질 문제도 아니다. 코로나19 존재를 잊은 각국은 무감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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