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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뉴시스/AP] 캄보디아의 집권 여당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임기가 40년 이상으로 늘었다. 34살에 집권을 시작해 장기 집권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독재라는 비난이 있지만 내부 사정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캄보디아 인민당(CPP) 창립 71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캄보디아 인민당은 1951년 6월 28일에 창립했다.

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40여년 집권, 서방 외신 비난 쇄도

“세습 싱가포르엔 왜 비난 안 하나”

“캄보디아 방식 민주주의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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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웃 티다 캄보디아 크메르라이프 발행인

“미래를 겁내지 말고 과거 때문에 슬퍼하지 마라!”

지난달 치러진 캄보디아 지방선거에서 훈센총리가 이끄는 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평의회 대표직과 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인민당(CPP)은 전체 평의회 대표 의석 총 1652석 중 1648의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반면 유일한 라이벌 야당인 촛불당(CP)은 고작 4석을 얻는 데 그쳤다. 촛불당은 현재 프랑스에 망명 중인 야권 지도자 삼 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를 추종하는 세력이 만든 정당이다. 

사실 선거 전 유권자들을 만나 반응과 분위기를 살펴볼 때부터 이번 선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됐다. 필자는 적극적으로 여당을 지지하진 않지만, 여당의 이번 승리에 대한 국민의 선택은 옳았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도 야당이 패배한 이유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선거 전략은 대체로 허술했고, 이슈를 주도하지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국민에게 뚜렷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으며,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야당이 내세운 선거공약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은 드물었다. 오로지 부패한 장기독재정권을 교체하자는 식상한 구호와 외침이 전부였다. 

해외에 망명 중인 야당지도자 삼 랭시에 대한 실망감도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그는 수년째 페이스북 등 쇼셜네트워크(SNS)에 나와 매번 현 정권과 총리를 비판하고 있지만, 유권자은 이제는 지겹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동반자인 껨 소카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사실상 그는 가택연금 상태로 정치 활동을 할 수 없으며, 수년 전 일으킨 개인적인 일탈 행위로 인해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인물이다. 삼 랭시보다 대중적 인기도 별로 없다.  

기대를 걸었던 야당 지도자들에게 국민은 실망했고,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이를 입증해준 셈이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상황을 정부가 비교적 잘 대처한 것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게 된 결정적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내년 7월 치러질 총선에서도 훈센총리가 이끄는 인민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되면 1985년 불과 34살 젊은 나이에 집권한 훈센 총리의 전체 임기도 40년 이상 늘어나게 된다. 

여당이 압승을 거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말이 많다. 서방 주요 외신들은 또다시 캄보디아를 ‘장기집권 독재국가’라고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이 같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다.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낮은 의식 수준과 교육 탓 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캄보디아에서 장기독재가 가능한 이유는 조금 복잡 미묘하다. 앞서 언급한 야당의 무능에 더해, 독재정권을 탓하면서도 정작 훈센 총리를 대신해 정치, 사회적 안정을 이끌 마땅한 인물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총리를 반대하는 야당 지지자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 외 변화와 개혁보다 당장은 사회적 안정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바람, 여기에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내전으로 인한 국민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도 선거 때마다 여당을 지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민주주의 미래를 서방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비록 시간은 걸리겠지만 캄보디아는 캄보디아의 방식대로의 민주주의를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피와 희생의 대가를 치르며 민주주의를 일구어낸 나라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서방과 한국에서 성공한 민주주의가 정작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국가 운영 통치 모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어쩌면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이웃나라 싱가포르가 우리에게 더 좋은 국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싱가포르는 북한처럼 대를 이어 세습하는 독재국가이지만, 독재국가라는 오명도 조롱도 국제사회로부터 받지 않는다. 오히려 국제사회는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한국, 대만과 더불어 가장 경제적으로 성공한 선진국가로 추켜 세우며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단언컨대, 우리는 지금 변화무쌍한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상적인 미래 국가 모델이라는 개념은 사실 매우 불안전하다. 언제든 흔들릴 수도, 바뀔 수 있으며, 우리가 확신하는 민주주의라는 제도 역시 과연 완벽한 시스템인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가 정작 한국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놀라운 경제성공 스토리와 노하우, 그리고 한국인들의 도전정신과 근면, 성실성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최빈국의 지위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과거 앙코르제국의 영광을 되찾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 국가로 가는 길, 그리고 가난을 벗어나는 길, 모두 멀고도 험한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을 것이며,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미래의 밝은 빛을 향해 전진해 나아갈 것이다.

우리나라 옛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미래를 겁내지 말고, 과거 때문에 슬퍼하지 말라.”

편집자 주

지난달 5일 치러진 캄보디아 지방선거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압승을 거뒀다.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치러진 지방선거로, 여당이 43년 장기집권을 하게 됐다. 이를 두고 서방 외신에서는 독재정권이 장기집권을 하게 됐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이와 관련해 캄보디아 현지 언론인이 여당이 압승한 이유와 야당의 실패 원인을 짚으며 자국의 특수한 상황을 설명한 기고문을 보내와 번역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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