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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07.07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초유의 당대표 징계를 결정한 가운데 2030 세대의 이탈 조짐이 가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정치 세력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030 세대들의 당원 가입을 촉구하며 젊은 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난국을 타개하고 당내 세력을 확고히 구축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2030을 중심으로 세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취임한 직후부터 당원 가입을 독려해 왔다. 20만여명이었던 당원은 1년여간 80만여명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 심의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에도 SNS를 통해 “혁신에 힘을 보태려면 당원 가입밖에 없다”고 밝히며 당원 가입을 촉구한 바 있었다. 그는 지난 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2030 지지자들의 가장 큰 무기는 훨씬 더 오랜 기간 당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본인이 보수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국민의힘 가치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당원으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이 상황에서 가장 나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징계 이후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이준석이 숨넘어가던 당 살려놓고 2030 지지율도 끌어왔는데 구태처럼 버림받았다”, “가진 자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젊은 당대표를 마녀사냥 하듯 내쳤다”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반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원 가입을 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당내 세력 만들기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의 가장 큰 취약점이 당내 세력이 전무했다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2030 세대의 정치 세력화가 이뤄진다면 정치 구조가 상당히 바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 대표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세력화에 들어간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2030 세대의 강점은 인터넷을 통한 여론전에 있다. 이들이 등을 돌린다면 (지지율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지난 8일 YTN에 출연해 “(이 대표가) 가진 상징성에 감정이입을 하고 본인이 징계받은 것처럼 느끼는 젊은 층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며 “일반적인 방식은 탈당하고 항의하겠지만, 이 대표는 그 층을 당에 입당시켜 자기 세력을 더 강화해 여론전이나 당내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식의 전략을 짜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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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제1차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

2030의 이탈은 여론조사에도 즉각 반영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18~29세 43%, 30대는 48%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주 전 조사에 비해 각각 5%p, 8%p 증가한 수치다.

이 대표의 징계에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은 지난 8일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윤리위가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권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당대표를 징계했다는 것 자체가 젊은 당원들에게는 공정과 연결돼 매우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민영 대변인은 “옳고 그름을 떠나 윤리위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당헌·당규상 명시된 이 이 대표의 자구 권한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SNS에 “대선과 지선 승리로 이끈 당대표를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징계한 건 부당하고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건 극렬 유튜버의 농간에 발맞춘 윤리위”라고 비판했다. 김웅 의원은 조선 세조실록에 서술된 남이 장군의 최후를 이 대표의 상황에 빗대면서 에둘러 비판했다.

한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다음날 대규모 지지 모임을 약 3년 만에 재개했다.

장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멈춰 섰던 여원산악회가 2년 7개월 만에 다시 출발했다”며 “1100여(명의) 회원님들이 버스 23대에 나눠 타고 함양 농월정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이어 “날씨는 무척 더웠지만, 회원님들과 다시 상봉한 가족처럼 얼싸안고 함께 사진도 찍고 점심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8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차기 전당대회를 위해 세를 과시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장 의원 측은 “예정된 행사였을 뿐, 최근 당내 상황과 연결 지으면 곤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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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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