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9월 서해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위령제가 2일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열렸다. 사건이 발생한 지 거의 1년 10개월 만이다. 그리고 월북 결과가 번복된 후 2주 만이다. 조금이라도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이 풀리고 명예가 회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날 고인의 형 래진씨는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보다 끝까지 진상규명을 위해서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국민도 그 진실을 밝혀내길 바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진실규명 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정쟁이 난무하고 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의심하고 조롱하기 일쑤다.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이는 유족 입장에서도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이것은 먼저 해경과 국방부의 어정쩡한 입장 번복이 화근이 됐다. 월북이 아니라면 왜 아닌지, 입장을 번복한다면 어떤 근거 때문에 번복하는 것인지가 설명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며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이나 정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북이 아니라는 근거도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단지 ‘정권교체 때문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월북 근거 7개 중 감청, 도박 빚, 정신적 공황 상태 말고는 모두 배와 바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먼저 해경과 국방부가 그 부분부터 조사를 한 뒤에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옳았다. 월북이 아니라는 입장 번복부터 먼저 할 것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무차별 의혹과 정치공방, 여론까지 갑론을박으로 확산시킨 원인은 바로 여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고(故) 이대준씨 유족들을 보상 회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사실이라면 천인공노할 일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황희, 김철민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유했다면 그 증거가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진실규명이 시급하다. 그리고 합참이 지난 5월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실 1, 2 차장에게 특수정보(SI)를 비롯한 증거들을 종합한 결과 월북이라고 판단한 정황을 보고 했지만, 당시 차장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월북이 기정사실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국가안보실이 발을 빼려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이런저런 주장과 추측만 난무하고 있을 뿐,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 진실을 보고픈 국민은 피곤하다. 정쟁을 촉발시키는 아전인수식의 주장은 누구든 당장 멈춰라. 국회정상화 이후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부터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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