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전북 익산시에 미륵사지가 있다. 익산 왕궁리는 백제 별도(別都)였다고 전해진다. 신라 선화공주와 백제 왕자 서동(무왕)의 로맨스가 얽힌 미륵사는 우리 민족의 설화에서 가장 재미있으며 아름답다. 백제 서동은 익산에서 마를 캐는 총각이었다. 그가 적국인 서라벌 왕도에 들어가 미모의 선화공주에 반해 동요를 지어 불렀다. 선화공주가 몰래 정부를 숨겨두고 밤마다 안고 잔다는 노래였다. 동요가 아이들에게 불리게 되자 왕궁은 발칵 뒤집어 졌다. 신하들이 왕에게 극간해 선화공주는 먼 곳으로 귀양을 가게 된다. 공주가 궁
김세곤 역사 칼럼니스트 1592년 4월 13일에 일어난 임진왜란은 예고된 전쟁이었다. 조짐을 알았지만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1591년 3월, 일본을 다녀 온 조선통신사는 선조를 접견했다. 정사(正使) 황윤길과 부사(副使) 김성일은 1590년 7월 22일에 교토에 도착해 11월 7일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1591년 1월에 귀국했다.황윤길과 김성일은 선조에게 엇갈린 보고를 했다. 황윤길은 ‘필시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다’라고 아뢰었고, 김성일은 ‘그러한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황윤길이 장황하게 아뢰어 인심이 동요된다’고 말했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기독교인의 경서인 성경에도 기록돼 있다. 2000년 전 유대 땅에 오신 예수는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은 배로 들어가서 뒤로 내어 버려지는 것이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이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적질과 거짓 증거와 훼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는 것이다.당시 종교지도자들이라고 자부하던 서기관과 바리새
한국당의 전당대회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8일에는 책임당원수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에서 제2차 합동 연설회가 열렸다. 이날 당대표 선거에 나선 3명의 후보들은 TK지역이 최대 승부처인 점을 의식해서인지 TK지역과 인연을 강조했고, 강당을 채운 3000명의 책임당원들은 지지·반대하는 후보들에게 환호와 욕설을 보냈다. 태극기부대가 가세해 타 지역보다 뜨겁게 달군 TK연설회에서는 전대 이후의 미래상이 보여지는 듯한 장면이 속출되기도 했다.당권 주자들의 연설이 무사히 종료돼 다행이긴 했으나 TK지역 연설회는 욕설·야유로 얼룩진 난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자유전선 준비위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일반생활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중요하면서도 쉽게 간과하기가 일쑤다. 위의 제목에 언급된 용어들을 보고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할지 짐작이 되겠지만, 대개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높은(?)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 등으로 사회 전 분야를 예단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북한 공산세습왕조나 그들을 추종하는 종북세력들이 세뇌시키듯 되풀이하는 민족주의, 우리민족끼리라는 용어와 의미를 그저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다.글자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아득한 시절, 1970년대에 ‘잘했군 잘했어’라는 노래가 크게 유행했다. 1971년 하춘화가 고봉산과 함께 부른 노래로, 라디오를 틀기만 하면 빠짐없이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당시에는 TV도 흑백이었고 그나마 동네에 한두 집 있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러니 집집마다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노래를 듣고, 드라마와 뉴스를 들었다.하춘화는 이 노래로 최고 인기 가수로 올라섰다. 라디오 공개방송이나 ‘리사이틀’이라 부른 개인 공연에서 특히 인기를 모았다. 당시 인기 코미디언이었던 남보원 이기동 송해 등이 하춘화와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어느새 입춘이 지났다. 올겨울은 대설이 내리지 않아 설경을 보는 즐거움이 별로 없었다. 겨우내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독서를 즐기다가 문득 ‘형설지공’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여름밤에는 반딧불, 겨울밤에는 눈을 조명으로 삼아 공부했다는 의미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학문적 성취를 이룬 사람을 가리킨다. 이 고사성어의 주인공은 동진의 차윤(車胤, 333~401)이다. 차윤은 지금의 호북성 공안인 남평 출신으로 자가 무자(武子)이다. 어려서 집안이 가난했지만 총명하고 호학했던 그는 등불을 켤 기름을 사지 못하자, 반딧불을
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새해가 되면 ‘딩동~ 나이가 한 살 배달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많이 받는다. 누가 문구를 만든 것이지 모르지만 참 잘 만들었다. 그래서인가 정말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이 한 살 먹을 때마다 아쉬워하고 그것을 넘어서 서러웠던 적도 있었는데 마음을 바꾸니 나이 한 살 먹는 것도 감사하다.시간(時間)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실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도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다. 어떤 사전엔가는 ‘사건과 사건의 연결’이라고 나와 있는 것을 보고 그럴듯하다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 여론조사가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긍정·부정평가가 교차하면서 등락이 반복된다는 이야기다.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국정지지지도에서 지난해 12월 3주차부터 ‘국정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잘 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를 앞섰다.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4주차에도 부정평가가 49.7%, 긍정평가가 45.9%로 격차가 벌어졌으니 여론조사 결과에 일비일희하지 않겠다던 청와대와 여당이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다행히 문 대통령이 올해 국정과제에서 경제정책을 우선해 일자리문제 해결에 올인하겠다는
국회의장과 여야 3당 국회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정기적으로 회동해 국회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책임지고 있는 의회지도자, 중견 정치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다. 설령 정당 간 의견 차이로 특정사안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어도 여야 원내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정 현안을 논의한다는 그 자체가 진전된 국회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임시국회를 열어 국민을 위해 국회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14일 국회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연쇄 회동을 갖고 1월 임시국회 개회를 위해 타진했으나 불발된
정라곤 논설실장/시인멕시코와 접해있는 국경선을 통해 마약밀수와 불법이민이 성행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 장벽 설치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의회와 알력이 크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내 불법이민자 중에는 멕시코인이 600만명 정도로 가장 많으며 국경선이 긴 텍사스주가 주 루트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멕시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재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영화 ‘자이언트’다. 1957년에 개봉되고 1974년 재개봉돼 한국에서도 상영된 이 영화는 지금 미국사회에서 화해와 공존의 상징으로써 재조명되고 있는바, 멕시칸에 대한 인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정식적으로 완성됐다. 지난달 9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이후 한 달 만에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기재부로 금의환향했다. 1기 경제팀이었던 ‘김앤장(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칭)’이 정책과 집행면의 특장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면서 경제정책 기조나 흐름에 이르기까지 말 많고 탈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기에 처해져 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경제호황기를 누리는 것과는 반대현
대통령 경호임무를 지닌 경호원이 대통령 경호 대신 일탈해 음주상태로 민간인을 폭행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으나 무탈하게 잘 넘어가기만을 바라는 이들에게 필자가 다시 문제를 만들고 있는 걸까.이는 나라와 정부의 눈이 될 언론이 반드시 짚어야 할 중대 사안 중 하나다. 어용(御用)의 늪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는 언론의 현실에서 더더욱 짚고 파헤쳐야 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볼 때 청와대와 정부는 이미 자정능력이 상실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 권력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잊을 만하면 한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난세에 또 다른 축의 최명길(주화파)과 달리 명과의 의리를 지키고 청과 항전할 것을 굽히지 않았던 주전파의 대부 김상헌이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가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읊은 시조다.시대는 달라도 선조와 광해 그리고 인조의 정치외교사를 통해 오늘날 처해 있는 현실을 조명해 볼 수도 있다. 사색당파 즉, 동인과 서인, 남인들의 틈바구니에서 무능의 극치를 보여줬던 선조는 임진왜란이라는 치욕을 겪어야 했고, 이
여소야대인 현 정국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국 주도권을 갖지 못한 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끌려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첫째 원인은 지도부가 비상체제라서 지속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도 있겠지만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과의 협력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수층을 재건하고 싶어 하는 한국당의 지도부에서는 혁신보수를 지향하는 바른미래당과 통합 등으로 대여 투쟁에 강력한 힘을 쏟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정국 흐름이 그렇지 못해 제1야당발 동력이 떨어지는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한국당을 이끌고 있
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미국은 북한과의 제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오늘에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대북제재는 한 치의 드팀도 없다. 제재와 압박을 동시에 구사해 기필코 북한의 핵무장력을 포기시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꺾을 힘은 이 세상에 없다. 즉 그들은 비핵화가 우선이고 대화는 차선이다. 반면 우리는 대화가 우선이고 비핵화는 차선인 듯한 오해를 가끔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평화공세로 우선 북한을 변화의 길로 이끌어내는 것도 북한 핵 포기의 중요한 고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개를 서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북한학박사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북한의 남침으로 위기에 몰린 순간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만회하고, 통일의 열망으로 38선을 돌파한 날이다. 지금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대해 어느 때보다 기대와 희망이 넘치고 있으나, 국군의 날을 맞이해 국가안보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짚어보아야 한다.국가안보는 국가의 생존을 보장하는 산소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보험료다. 당분간 북핵문제의 해결과 평화체제 정착과정에서 국가안보는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최
박관우 역사작가/칼럼니스트1762년(영조 38) 마재에서 출생한 정약용(丁若鏞)은 불과 4세라는 어린 연령에 부친으로부터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6세에 연천현감으로 부임하는 정재원을 따라서 관사에서 생활하였는데, 7세에 ‘산(山)’이라는 제하의 제목으로 직접 시를 지을 정도였으니 이는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여기서 사암이 불과 7세라는 어린 연령에 직접 지은 시 ‘산’의 전문을 소개한다.소산폐대산(小山蔽大山)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것은 원근지부동(遠近地不同) 거리가 멀고 가까워서 다르기 때문이다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우리처럼 과거집착에 강한 민족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인지 개혁이나 혁신이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 오랜 전통을 보전한 대견함은 있지만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고 도전해 성공하는 역동성은 떨어졌다.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수용하지 않은 실패는 대표적인 예다. 실학의 주 이념은 ‘이용후생(利用厚生)’이다. ‘이용(利用)은 장인(匠人)이 그릇을 만들고, 장사가 재물을 운반하는 것 등을 말하며, 후생은 넉넉한 삶’이란 용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소위 ‘이용후생’ 학파는 성역불가침이었던 조선 성리학의 시대착오적 문제점을
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7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은행의 문턱은 매우 높았다. 은행계좌 개설은 물론 간단한 입금 및 출금을 위해서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은행에 직접 방문해 거래를 해야 했으며, 긴급히 자금이 필요해 대출이라도 받을 경우에는 까다롭고 장기적인 심사 및 보증요구 등을 통해 어렵게 원하는 바를 충족하는 복잡하고 문턱이 높은 구조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난 직후에는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용한 기존 방식을 넘어서 은행거래 내역이나 다른 나라의 환율, 기본예금이나 정기적금에 대한 문의를 콜센터를 통해 알려주는 음성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