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쯤 어느 정치인의 입에서 ‘적폐청산’이란 용어가 나온 이후 정권이 바뀌자마자 이 말이 유행어로 번져나고 있다.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의미하는 것이니 관행과 부패, 비리 등 폐단이 우리 사회에서 청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정치계뿐만 아니라 여러 조직 내에서 만연된 악습을 뿌리째 뽑아내자는 자성과 요구가 마치 과거 새마을운동 초창기처럼 요원의 불길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공관병 갑질 적폐청산을 비롯해 심지어 신성해야 할 종교계 내부까지 파고들고 있다.적폐
줄장미정 숙 열사흘 달밤 입술 새빨갛게 바르고오월 담장 넘어가는 저 처녀들을 어쩌나!들키면 머리카락 싹둑 잘린 채집안에 갇혀 버리고 말 텐데계남동 그 언니, 문고리 잡고가시 일으키며 울다가 벼락을 맞았다는데저 피어나는 장미꽃 새빨간 송이들 따라봄날은 속절없이 가고 있는데 [시평]‘오월의 장미’라고 했던가. 오월이면 온갖 꽃들이 피건만, 유독 장미의 붉은 꽃이 그 백미를 이루고 있음은, 장미의 그 빛이 강렬해서인지도 모른다. 장미 넝쿨이 담장너머로 넘어와 그 빨간 꽃들을 피우고 있는 모양을 보면, 마치 입술 새빨갛게 바르고는 집밖으로
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고 종교를 박해하는 미개한 나라가 대명천지에 어디에 있느냐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의아해 한다. 결론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신앙의 자유를 누리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인데 반해 공교롭게도 지구상에서 가장 종교를 박해하는 나라는 북한이다.상존하기 어려운 이 두 개의 상황이 분단이라는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존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곳 한반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필자가 보기에 신앙의 자유라는 소중한 권리를 너무나 잊고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이창준 민속 칼럼니스트 한민족에게 ‘미역국’은 ‘태어난 날’을 상징한다. 아이 낳은 산모가 제일 먼저 먹는 음식이고 해마다 생일에는 반드시 먹는 음식 또한 미역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후 조리로 약 3주간 삼시세끼 미역국을 먹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풍습이다. 일상생활에서 ‘미역국 먹었다’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생일’이고, 또 한 가지는 ‘시험에서 떨어졌다’는 의미다. 미끌미끌한 미역은 ‘미끄러진다’ ‘떨어진다’는 연상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시험 보는 날에는 미역국을 피한다.그러면 우리 선조들은 언제부터 미
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정보의 물결 속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현실이다. 개인별 행위, 즉 먹고 마시고 움직이는 동선 등 모든 것이 하나의 데이터가 되고, 수많은 이들 낱개의 데이터들은 다시 모여서 총합적인 빅데이터화가 되고 있다. 또한 산업별 생산동향, 정부정책, 각종 법률의 개정 등 사회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대부분의 결과, 결정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엄청나게 발생돼 데이터로 축적되고 있으며, 축적된 데이터는 또 다시 새로운 지침이나 정책, 국가적 화두로 재탄생해 인간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사실 인류의 삶
최상현 주필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470~399 B.C.)는 ‘악법도 법’이라는 명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신성모독 혐의와 청년을 현혹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혔을 때 제자들이 그에게 강권한 것은 탈옥과 목숨 보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태연히 실정법에 의한 죽음을 받아들였다. 바로 이런 배경에서 ‘악법도 법’이라는 명언이 태어났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라서가 아니라 법과 규정은 지켜져야 존재의 의미가 있다. 지키지 못할 법과 규정은 굳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 고위 공직 후보자를 대상으로 펼쳐지는 국회의 청문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고대 낙동강 유역에 존재했던 왕국 ‘가야’를 잃어버린 역사라고 한다.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하면서 기록들을 빠뜨렸기 때문이다. 중부지역 토착세력이었던 마한(馬韓)도 마찬가지였다. 가야사와 마한의 역사를 편찬했다면 고대사는 5국시대로 명명됐을 게다.가야는 어떤 나라였고 또 언제까지 존속됐을까. 기록은 왜 전부 멸실됐을까. 고려사를 보면 11세기 문종 대까지 가야 역사서인 ‘가락국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찾을 수 없으며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나오는 소략한 기록이 전부다.가야 역사는 기원전까지
한병권 논술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인사에서 두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먼저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직책을 부활시켰다. 직책 신설 자체가 좋은 출발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 원인은 많다. 청와대의 낮고 볼품없는 정책 기능도 지적되고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정책을 이해하고 조정하며 소통하는 역할이 부족했다. 이것이 곧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실패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청와대에 컨트롤타워가 마련됐다는 사실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꿰뚫어 본 것이다. 또 하나는 통일한국을 위한 햇볕정책에 내공이 탄탄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주미대사
이창준 민속 칼럼니스트 청와대 내에는 조선의 왕을 낳았으나 왕비가 되지 못한 일곱 여인들의 한이 서려 있는 칠궁(七宮, 사적 149호)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입주와 동시에 이곳 칠궁에 큰 제사나 ‘해원굿’으로 국태민안을 기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다.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까지 청와대에 입성했던 11명의 역대 대통령들이 하야, 피살, 자살, 구속 등 하나같이 존경받지 못하는 대통령으로 퇴임하는 불행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일주일,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걱정과는 달리 그 어느 대통령보다 또 정권보다 신속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긍정이든 부정이든 평가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과거 대통령을 보좌했던 경험이 한몫했다고나 할까. 불통과 폐쇄의 아이콘이었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타고난 성품 탓인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소통과 개방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국민 곁으로 다가가려는 문 대통령의 출발만큼은 왠지 신선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며, 국민들에게는 아직 낯설고 어
한병권 논설위원 “세풍(稅風), 안풍(安風), 병풍(兵風) 중에 병풍이 가장 힘든 바람이었다.”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씨가 남긴 씁쓸한 술회다. 세풍은 1997년 대선 때 국세청 간부가 대선자금 모집에 관여해 일어난 사건이었다. 안풍은 1996년 안기부 예산이 총선 자금으로 살포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었다. 이회창씨가 가장 난코스였다고 언급한 게 병풍. 회고하자면 쓴웃음이 절로 나는 사건이다. 병풍 사건은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 때 잇따라 터졌다. 결정적인 순간에 두 차례나 일어나 대선판을 뒤집었다.
박종윤 소설가 자신의 한계를 느낀 주발은 승상 자리를 사임하고 물러났다. 그 1년 뒤에 승상인 진평이 죽자 주발은 다시 승상 자리에 기용됐다. 그러나 10개월쯤 뒤에 이번에는 문제로부터 승상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권고 받았다. 주발은 당장 벼슬을 내어 놓고 영지인 강현으로 내려갔다. 영지로 내려간 주발은 그 때부터 공포에 사로잡혔다.하동군의 장관이나 군사령관이 각 현을 돌아보고 강현으로 올 때마다, 문제가 자기를 죽이기 위해 보낸 것은 아닌가. 겁을 먹고 스스로 갑옷과 투구로 무장하고 가신들에게도 그렇게 시키고는 그들을 맞았다.1년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이전투구’라는 사자평설(四字評說)은 함경도인의 기질을 지칭한 것이다. 개국공신 정도전이 태조 앞에서 팔도를 평한 것에서 연유했다는 설이 있다. 사람들의 성정이 각박하여 이익이 있으면 서로 개처럼 물어뜯는 형상에 비유한 것이다.함경도 땅은 본래 야인(野人, 여진)이 살던 곳으로 고려는 야만이라 하여 비하하던 지역이다. 고려 후기에는 야인 부족장들이 송도를 찾아와 대대로 고려를 부모의 나라로 섬겨왔기 때문에 받아주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고려왕조는 이들이 난폭하며 예를 지키지 않는다고 하여 배척했다.우리 역
일촉즉발이라는 단어가 이처럼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기는 처음인 것 같다. 특히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 상황은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67년 전, 동족상잔으로 인해 400만명이나 목숨을 잃어야 했고 온 나라가 잿더미로 변했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사린가스) 사용으로 어린이를 포함 수십명의 살상자를 낸 데 대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발사함으로 한반도를 위시한 세계 질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고, 세계는 손익을 계산하며 미래전략 세우기에 바빠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갤럭시S8 시리즈가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30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17’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을 발표하고 170일 만이다. 4월 7일부터 열흘간 국내 예약판매가 진행되고 있는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는 17일까지 진행되는 예약판매 기간 동안 전작인 갤럭시노트7이나 갤럭시S7의 예약판매 기록(30만~40만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갤럭시S8은 이달 21일 한국과 북미시장을 시작으로 유럽 전
김동희 건축가사랑하는 것들을 어떤 모습으로 떠오를까. 막연히 되뇌던 모습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뇌리에 오래 남곤 한다.눈을 가진 생명체를 그릴 때, 눈의 위치와 방향은 그 그림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그래서인지 항상 다시 그리고 싶은 부분은 눈동자이다. 매번 아름다운 눈을 속으로 떠올리지만 정작 눈을 그리는 순간 긴장한 손은 실수를 만들어낸다. 마치 그리워하고 찾아 헤매던 첫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감정이 새나와 밉보이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처럼 말이다.결국은 실패할 것을 예견하면서도 무모하게 도전해보는 것처럼, 눈을 그리는 것
최상현 주필 그 배 세월호는 영락없는 ‘악마(惡魔; demon)’였다. 수학여행에 나선 꽃봉오리들을 포함해 300여명의 소중한 목숨을 무참히 앗아갔다. 그때 눈물이 마르도록 울지 않은 사람이 우리 가운데는 없었다. 무심한 산천도 통곡하는 것 같았다. 그런 끔직한 기억들이 지금도 오늘 금방 당한 일처럼 우리 모두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그 악마 같은 세월호가 드디어 길고 힘든 작업 끝에 수면 위로 덩그러니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렇다면 이제 세월호의 침몰과 관련돼 우리를 괴롭히던 갖은 억측과 수수께끼들이 속 시원히 풀려 우리 모두에게
가짜뉴스(fake news) 범람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유력후보를 겨냥한 가짜뉴스가 많아지자 각 대선주자 캠프는 전담팀까지 꾸려 가짜뉴스에 대응하고 있다.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경우 홈페이지 개설 18일 만에 가짜뉴스를 포함한 유언비어 신고가 5000건이 넘었다고 한다.인간이 본능적으로 사실보다 비방글·가짜뉴스를 더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그래서인지 가짜뉴스는 정상적인 뉴스에 비해 매우 빠르게 퍼져나간다. 미국 대선 기간에도 클린턴과
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사농공상’이란 유교에서 사대부·농민·공장(工匠)·상인 등 계급을 나눈 말이다. 줄여서 사민(四民)이라 했으며 글만을 읽었던 사대부가 제일 존중받는 계급이었다. 그 다음이 농민, 공업과 상업은 이들보다 한 아래의 계급이었다.당시에도 부를 축적한 상인들은 사대부들의 밥으로 통했다. 탐관의 수탈 대상이 돼 죄가 없어도 툭하면 잡혀 들어갔다. 강원도에 ‘최병두 타령’이란 설화가 있다. 한 탐관오리가 강원감사로 부임하여 죄 없는 부자 최병두를 곤장 쳐 죽이고 재산을 약탈했다는 얘기다. 개화기 이 소재를 바탕을
최상현 주필 당나라 시인 동방규(東方逵)는 이렇게 읊었다.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 동방규가 흉노의 왕과 정략결혼을 위해 홍안의 볼에 눈물지으며 고국을 떠난 전한(前漢) 원제(元帝) 때의 궁녀이며 미인인 왕소군(王昭君)을 그리며 지은 시다. 봄이 봄 같지 않은 것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의 우리에게도 비슷한 것 같다. 이 땅에 어김없이 꽃 피고 새 우는 봄은 찾아와 양광(陽光)이 완연하지만 우리의 내면은 겨울 추위에 얼어붙은 ‘동토(凍土)’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