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기회의 땅, 미국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
[아침평론] 기회의 땅, 미국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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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멕시코와 접해있는 국경선을 통해 마약밀수와 불법이민이 성행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 장벽 설치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의회와 알력이 크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내 불법이민자 중에는 멕시코인이 600만명 정도로 가장 많으며 국경선이 긴 텍사스주가 주 루트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멕시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재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영화 ‘자이언트’다. 1957년에 개봉되고 1974년 재개봉돼 한국에서도 상영된 이 영화는 지금 미국사회에서 화해와 공존의 상징으로써 재조명되고 있는바, 멕시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로 인해서다. 

‘자이언트’ 영화는 미국의 명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과 제임스 딘이 젊은 시절 출연한 명화로, 인터넷을 통해 다시 그 영화를 보게 되니 필자는 그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고집과 자존심이 센 목장주 베네딕 주니어(록 허드슨 분)가 평생 고수해왔던 생활철학이 그의 아들과 딸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변화됐으니 진한 가족사랑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농장주의 하인이었던 젯 링크(제임스 딘 분)가 자신의 땅에서 석유가 터져 나온 덕분에 부와 명예를 이루고서도 독신하면서, 젊은 시절 연모했던 빅의 아내 레슬리 린튼 베네딕(엘리자베스 테일러 분)을 못 잊어 하는 독백 장면은 청춘의 비가(悲歌)가 배어나오는 아름다운 영화였다.  

사랑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긴 해도 영화평론가나 제작진들의 의도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영화 자이언트는 ‘광활한 텍사스’를 의미하고, 나아가서는 부유한 미국을 상징하면서도 고전적인 부자가 그의 조수에 불과했던 신분의, 신흥재벌가에 의해 권위를 잃고 쇠락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어 미국사회로부터 ‘기회의 땅’이라 평가받기도 했다. 또한 전통을 고수하려했던 보수적 농장주가 멕시코 며느리를 맞아들이고 멕시코의 피가 흐르는 손자를 보면서 바꾼 인생철학 등에서 화해와 공존의 미국을 알리려했던 시도가 강하다. 이 영화가 상영된 후 미국사회에서는 미국지상주의가 전개되면서 인종차별이 개선됐고 멕시칸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자이언트 영화가 나온 지 60년이 넘은 지금, 미국사회에서는 멕시칸정책이 바꿔져 혼란을 겪고 있고 미의회에서도 논란거리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장벽 없이는 국경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경 경계선 3144㎞에 장벽을 치는 차단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멕시코 장벽은 2006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안보장벽법에 서명한 이후 진행돼 왔으나 별 효과가 없자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미국 내 사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지난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하원의 다수당이 된 민주당에서 선거 승리에 고무돼 트럼프 정부의 기존 멕시칸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다. 시기적으로 당선 의원들의 임기 개시전이어서 트럼프 정부가 요청한 멕시코 국경장벽 비용 50억 달러(약 5조 65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이 현재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 통과에 어려움이 예상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에 대고 “예산을 안 주면 정부를 폐쇄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마이웨이 행보로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민주당 슈머 대표는 장벽 설치는 ‘예산 낭비’라며 응수하면서 이 문제로 정부 폐쇄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이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고 나선바, 미국정부와 국회의 권력 투쟁은 첨예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에 대놓고 예산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정부 폐쇄를 공식화하면서 강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인바, 미국정부가 이민법으로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치고, 또 인권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이 무슨 의도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필자가 서두에서 ‘자이언트’ 영화를 언급한 것은 내용에서 전개됐듯 미국이 가난한 자도 출세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는 점과 인권과 각자 개성을 인정하는 사회제도,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세계 최강의 부국으로 올라선 상징성이다. 그러한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오랜 세월동안 자유민주주의의 기치로 세계경찰로서 국제질서를 잘 유지해왔던 지위를 벗어던졌다. “오직 미국인들만 잘 먹고 잘살게 하겠다”는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부르짖으면서 자국이익의 보호무역으로 돌아섰고, 중국 등과 치열한 관세싸움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미국우선주의와 관련해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이다. 지난 13일까지인 협상 마무리 기한을 넘긴 10차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정부에 지난해보다 150% 증가한 연간 12억 달러(약 1조 3555억원)를 요구했고, 정상 타결이 안 되면 내년 4월 중순부터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8700명에 강제 무급 휴직시키겠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이고 있는 미국우선주의에서는 영화 ‘자이언트’가 시사한 것처럼 거대한 미국은 보이지 않고 ‘경제적 이익’ 추구라는 작은 셈법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이를 보면서 지난 70년간 축적돼온 한미동맹 관계가 견고한 것은 차지하고서라도 세계가 인정했던 기회의 땅, 미국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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