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새해가 되면 ‘딩동~ 나이가 한 살 배달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많이 받는다. 누가 문구를 만든 것이지 모르지만 참 잘 만들었다. 그래서인가 정말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이 한 살 먹을 때마다 아쉬워하고 그것을 넘어서 서러웠던 적도 있었는데 마음을 바꾸니 나이 한 살 먹는 것도 감사하다.

시간(時間)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실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도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다. 어떤 사전엔가는 ‘사건과 사건의 연결’이라고 나와 있는 것을 보고 그럴듯하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시간(時間)이라는 단어도 사실은 ‘때 시’와 ‘사이 간’이라는 글자로 구성돼 있으니 굳이 해석을 하자면 ‘때와 때 사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때는 아마도 어떤 사건을 일컬을 테니 거의 비슷한 해석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한 시간이 길고 어떤 사람에게는 한 시간이 짧다. 심지어 한 사람이 느끼기에도 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같은 시간이라도 그냥 무심히 한 사건으로 보내버리면 짧게 느껴지고, 여행을 가거나 해서 여러 사건을 접하고 여러 감정을 느낄 때 비교적 길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고통스러울 때에도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럴 때에는 사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래서 생각하는 장면 장면이 아마도 사건으로 인지돼 길게 느껴질 것이다.  

사실 인생을 사는 누구라도 비슷한 강도의 기쁨과 슬픔, 고통 등을 느끼면서 살게 돼 있다. 그런 점에서는 인생을 공평하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다 겪어내는 것이 진정한 인생공부일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인생공부는 부모의 품을 벗어나거나 사회에서 원하는 공부가 끝나는 즈음부터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면서 머리가 희어지고, 주름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한 일을 잘 겪어낸 사람들에게 나이나 주름살은 선물을 넘어서 계급장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통해서 인생공부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보다는 책이나 매체 등을 통해서 공부하려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노인에 대한 경외심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나이를 먹는 주체가 나이 먹는 것에 대해서 당당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어르신 중에 김형석 교수님이 계시다. 올 해 100세가 되었는데도 집필과 강연활동을 왕성하게 하신다. 몇 년 전에 읽었던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분은 100세의 나이 자체가 경력이고 계급장이다. 물론 그 분이 잘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온 필자이지만 젊은 사람이 나이를 바꾸자고 한 대도 바꿀 마음이 조금도 없다. 나름 열심히 살아낸 그 사건(시간)들을 돌리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그렇게 나이를 선물 또는 계급장이라고 생각하면 나이 드는 것이 훨씬 편안해진다. 심지어 자부심까지 생긴다. 주어진 것에 불만을 가지기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면 인생 자체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이제 나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자. 오히려 나이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져보자. 물론 그러려면 나이가 부끄럽지 않게 더 잘 살아야 되겠지만 말이다. 나이는 당신이 그만큼 풍부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많이 얻었을 것이라는 증거이자 계급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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