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일본에서 천하통일의 영웅이라며 칭송하는 세 인물이 있다. 100년 이상 지속된 전국시대를 접고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오다 노부나가, 오다 노부나가가 죽자 그의 원수를 갚고 통일을 이룬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물리치고 에도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들이다. 일본인들에게는 영웅이지만 우리들 입장에서 보면 영웅이라고 칭하기가 민망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즉 전범이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은 이 세 인물들의 됨됨이를 비교하며 오랜 세월 동안 본받아 마땅한 모범으로 여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의 소식이 우리들을 즐겁게 한다. 류현진 선수는 LA 다저스 역대 아시아 출신 최고 신인 투수로 가을 야구를 하고, 추신수 선수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포스트 시즌에서 홈런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류현진은 다저스의 아시아 신인 투수 가운데 최고 승수를 기록했다. 1995년 노모의 13승을 넘어섰고 2002년 이시이 가즈히사의 14승과 타이를 이뤘다. 일본인 선수와 비교해 더 잘했다고 하면 왠지 더 기분이 좋아진다. 노모 히데오는 데뷔 당시 신선한 바람을 불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충청북도 어느 면사무소에 갔더니, 민원 창구에 이런 글들을 써 붙여 놓고 있었다. 면사무소에 와서 소리를 지르거나 술이 취한 상태에서 행패를 부리지 말 것이며, 무엇보다 공무원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공무원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간 큰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공무원이 사람대접 받고 싶다고 하는 걸 보면, 격세지감이다. 여전히 권력이 짱짱하고 세금으로 사람의 목줄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머리를 조아리는 세상이지만, 일반 시민들을 대하는 공무원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좋은 우리말 놓아두고서 이해하기 힘든 외국어를 쓰는 일이 지나치다. 민간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기관이나 공공 기관들도 영문으로 표기돼 대다수 국민들이 그 정체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스포츠 뉴스를 보다 보면 “저 팀이 과연 뭐하는 기업의 팀이냐?” 싶은 곳들이 자주 튀어나온다. KT&G도 그중 하나다. 한국담배인삼공사라고 하면 다 알 터인데, 영어로 그렇게 써 놓으니 그 정체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철도공사라고 하면 바로 기차 생각이 날 것인데도 KORAIL라고 하니 그게 기차인지 비행기인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어느 TV 프로에서 개그맨 김병만이 스카이다이빙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4천 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린 그는 짙푸른 캐리비안해를 배경으로 자유낙하를 했다. 44초간 자유낙하하면서 그는 아무런 제약 없이, 새처럼 구름처럼 바람처럼 날았다.과연 김병만이었다. 개그 프로에서 별의별 희한한 묘기를 다 뽐내며 달인으로 칭찬받았던 그였지만 이날 그는 달인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비행기가 고도를 높여가는 와중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하더니 비행기에서 뛰어내려서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워싱턴 포스트가 아마존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워싱턴 포스트는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LA 타임스와 함께 미국의 4대 일간지로 꼽힌다. 1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자회사인 지역신문과 TV 관련 기업들을 거느린, 세계적인 신문사다. 그만큼 영향력도 대단하다. 워싱턴 포스트의 인수가격은 2억 5천 달러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헐값에 팔렸다는 평가다. 아마존은 2009년 온라인 신발가게 자포스를 12억 달러에 사들였다. 2005년에 인수하려다 실패했던 아마존은 4년 뒤 결국 자포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오락 프로그램들이 큰 인기다. KBS 2TV 과 MBC TV 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15년째 ‘무병장수’하고 있는 KBS 2TV 의 인기를 능가하며 스포츠 오락 프로그램의 대세를 주도하고 있다. 도전과 모험, 용기와 협력, 배려와 조화 등 스포츠의 가치와 매력이 예능의 오락적인 요소와 잘 버무려져 재미와 감동을 안겨 주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이 스포츠 오락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이라지만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사는 형편이 너무 힘들어 개보다 팔자가 못하다는 자조다. 얼마 전 어느 방송 프로에서 진짜 상팔자 개들이 등장했다. 어느 개 주인은 자신의 개를 위해 사람도 먹기 힘든 요리를 만들어 낸다고 자랑했다. 개 주인은 미모가 돋보이는 젊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평소 사람들이 먹기도 힘든 음식들을 잔뜩 늘어놓고선 그것들의 맛이며 재료, 영양가를 설명했다. 출연자들이 앞 다퉈 개밥과 개 간식을 뜯고 씹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그 뿐 아니었다. 개를 발바닥에 올려놓고 드러누워 다리를 올렸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물의 도시 충주에서는 시원한 물의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충주호를 거쳐 서울로 향해 달려가는 남한강 줄기에 건설된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오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것이다.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전 세계 30억 시청자들이 지켜보게 될 올 여름 세계 최고의 수상 스포츠 이벤트다. 올림픽과 FIFA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이어 세계조정선수권대회까지 치름으로써 대한민국은 굵직한 국제 스포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자격증도 없는 엉터리 조교의 지시에 따라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파도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자식 잃은 부모들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헤아릴까.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언제 그런 사고가 일어났느냐는 듯 부실한 해병대 캠프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라고 한다. 당국에서도 엉터리 해병대 캠프를 단속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허술한 캠프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나 교사들도 우리 아이들한테는 그런 일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충주는 사과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충주 시내 도로가에는 사과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긴 장마가 지나고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는 요즘에도 사과 열매들이 알차게 영글어가고 있다. 이달 말 아침저녁으로 가을 기운이 느껴질 때쯤이면 잘 익은 사과를 따 낼 것이다. 충주는 사과 말고도 자연 풍경이 아름답기로 명성이 높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충주댐에 잠시 머물다 다시 충주를 휘돌아 경기도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서울로 흘러드는 남한강과 달천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물의 고장이다. 물의 고장인 충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들먹이며, 혹시 아무개 씨를 아느냐며 습관적으로 묻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처음 만난 누군가 역시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면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친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냐고 물은 그 대상이 사실은 나와는 원한이 맺혔거나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대답하기 난처해진다. 누구를 아느냐고 묻는 의도는 또 있다. 상대보다 직위가 높거나 상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들먹여 상대의 기를 슬쩍 눌러 보려는 심산인 것이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진짜 사나이’란 TV 프로가 인기다. 연예인들이 군대에 가서 병사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병영체험을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향수를, 군대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호기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힘들고 고달픈 가운데서도 웃음보가 터지거나 가슴 뭉클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프로임에 틀림없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게 백 프로 리얼이 아니라는 걸 눈치 챈다. 실제 군대에서 훈련을 하면서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을 보이거나 동료들과 노닥거리는 장면은 상상하기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남들과 달리 눈에 띄게 행동하거나 말하면 공격을 당한다는 의미다. 신분 질서가 분명하던 시절, 본인이 처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면 화를 당할 수 있었기에 이를 경계하는 뜻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계급사회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을 하면 모난 돌 신세가 될 수 있다. 축구 스타 기성용 선수가 SNS에 감독을 비방하는 글을 쓴 것이 공개돼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상황이 모난 돌 정 맞는 꼴 같다. 공개적으로 대놓고 감독을 비난한 것도 아니고 개인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군인은 사기를 먹고 산다고 했다. 사기가 꺾인 군인이 전쟁에서 이길 턱이 없다. 사기가 충만한 군대는 일당백으로 싸워도 이긴다. 지휘관들이 부하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병사들이 사기를 잃지 않게 하려면 공평해야 한다. 특별히 누구를 더 봐주거나 차별대우 하면 사기에 문제가 생긴다. 위문공연이라는 것도 병사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6.25 전쟁 때에도 당대 최고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가 한국까지 날아와 자국 병사들을 위문했다.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우리 병사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임진왜란 때 전세가 뒤집어지기 시작한 건 유성룡의 면천법(免賤法) 때문이었다. 왜놈 병사를 죽여 목을 베어 오면 천민신분을 면해준다고 하자 노비 등 ‘상놈’들이 전쟁터로 나선 것이다. 대를 이어 짐승처럼 살아야 했던 천민들이 목숨을 걸고 전쟁에 나아갔던 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천민 신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 때문이었다.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을 더욱 분발케 하는 것 중 하나가 군 면제다. 국가대표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고 그만큼 더 멋진 경기로 보답하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대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학벌 등 스펙보다는 책임감과 충성도 등 인성을 더 많이 보는 추세라고 한다. 지방대 출신 비율이 높아지고 고졸 출신 채용도 늘어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대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인성(人性)이라고 한다. 능력은 가르쳐 키울 수 있지만 인성은 바꾸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옳은 소리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막상 취업이 되고 나서는 실망을 안겨 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고 보면 결혼과 취업에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1989년부터 1996년 사이의 심장마비 환자 3886명 중 1484명이 1년 내에 분노를 터트린 적이 있으며 그중 110명이 화를 폭발시킨 지 2시간 안에 심장마비를 겪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화를 낸 가장 큰 이유는 가정과 직장 문제 문제였다. 미국 사람들도 우리하고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연구팀은 가장 강도 높은 분노 폭발의 경우 평소보다 심장마비 위험이 4배나 더 높다고 밝혔다. 화를 내면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혈압이 높아져 심장병을 일으키게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20여 년 전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나온 적이 있다. 이 영화 제목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입시공부에 시달렸던 청소년들이 열광했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더 난리였다. 공부 못하면 인생 끝장난 줄 알았던 청춘들에게 이 말은 달콤한 위안이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은 그러나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행복의 기준이 과연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남들보다 돈이나 권력을 많이 가지고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사는 게 행복이라고 하면, 대개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 그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197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사회 심리학 교수 필립 잠바르도가 감방실험이라는 걸 했다. 모의 교도소를 만들어 놓고 학생 자원자들을 모집, 교도관과 죄수의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가 아닌 실험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교도관 역할들이 죄수 역할들을 험하게 다루고 고문과 성적 학대까지 했다. 죄수 역할들은 탈출을 시도하거나 내보내달라고 울부짖었다. 교도관 역할들은 날이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해 갔다. 당초 2주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실험은 6일 만에 종료되고 말았다. 이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