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대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학벌 등 스펙보다는 책임감과 충성도 등 인성을 더 많이 보는 추세라고 한다. 지방대 출신 비율이 높아지고 고졸 출신 채용도 늘어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대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인성(人性)이라고 한다. 능력은 가르쳐 키울 수 있지만 인성은 바꾸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옳은 소리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막상 취업이 되고 나서는 실망을 안겨 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고 보면 결혼과 취업에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학력이나 집안 배경, 경제적 능력, 외모 등 이런저런 조건들이 너무나 훌륭하다며 얼씨구나 결혼을 했다가 인성이 받쳐주지 않아 낭패를 보듯이, 기업에서도 스펙만 보고 사람을 뽑았다가 실망을 하는 수가 있는 것이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사랑의 맹세를 하고 몸과 마음을 바쳐 배우자를 사랑하고 존중하겠다며 눈물을 글썽이지만 막상 결혼생활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이 달라지기도 한다. 기업에서도 조직에 충성을 다하겠다고 주먹을 쥐어 보이지만 입사 후에는 저 밖에 모르는 얌체로 돌변하는 사람도 많다.

요즘 기업들은 공채보다는 그 때 그 때 필요한 사람을 뽑거나 일정 기간 일을 시켜 본 다음 괜찮다 싶은 사람을 채용하는 인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추세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그렇지 결혼도 하기 전에 먼저 살아보면 좋듯이, 기업에서 사람을 뽑아 쓸 때도 먼저 써 보고 됨됨이를 살펴보는 게 백번 옳다.

아내는 바꿀 수 있어도 아내 성격은 못 바꾸는 법이다. 기업에서 쓸 사람도 마찬가지다. 직원은 바꿀 수 있어도 직원의 성격이나 인성은 못 바꾼다. 사람을 바꾸고 싶어도 그게 쉽지도 않다. 한 번 뽑아 놓으면 함부로 내칠 수도 없다.

영어성적 등 스펙을 덜 보는 대신 자기소개서는 더 꼼꼼하게 챙겨본다고 한다. 자기소개서는 살아온 이력이나 가치관 등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거나 과장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한층 강화된 면접에서 들통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진 보정을 과하게 하는 것도 금물이다. 연예인 뺨칠 정도로 근사하게 인물 사진을 찍어 만들어 주는 전문 사진관들이 성업 중이지만 사진 보정이 지나치면 실제 면접에서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뽀샵’이 일반화 된 세상이라지만 지나치면 회사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법률적으로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한다.

연예인처럼 멋진 용모를 가진 사람보다 수수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더 좋아한다. 사진보정을 과하게 해 면접에서 나쁜 인상을 주는 것보다 크게 내세울 만한 인물은 아니지만 정장 차림의 진솔한 증명사진이 훨씬 더 어필 할 수 있다.

희소성이 있어야 가치가 있는 법이다. 너도 나도 스펙 쌓기에만 열을 올리니 훌륭한 스펙 보유자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대신 좋은 인성 갖춘 인재를 찾기가 상대적으로 더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인성이 취업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어릴 때부터 무조건 공부 잘하고 절대 손해 보지 말라고 가르치기보다는, 협력하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해 주는 것이 좋겠다. 호감 받는 사람이 결국 선택받고 성공하는 세상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호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