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충주는 사과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충주 시내 도로가에는 사과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긴 장마가 지나고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는 요즘에도 사과 열매들이 알차게 영글어가고 있다. 이달 말 아침저녁으로 가을 기운이 느껴질 때쯤이면 잘 익은 사과를 따 낼 것이다.

충주는 사과 말고도 자연 풍경이 아름답기로 명성이 높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충주댐에 잠시 머물다 다시 충주를 휘돌아 경기도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서울로 흘러드는 남한강과 달천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물의 고장이다.

물의 고장인 충주가 요즘 부산하다. 이달 25일부터 9월 1일까지 충주 남한강의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열리는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준비가 한창인 것이다. 4년 전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국제조정연맹(FISA) 총회에서 충주가 세계조정선수권대회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충주시와 충북도에서 열심히 준비해 왔다고 한다.

충주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가 중앙탑이다. 충주시 가금면에 있는 중앙탑은 현존하는 신라시대 석탑 중 가장 높다 해서 문화적 가치가 높다. 삼국시대에 신라, 백제가 북으로 나아가거나 고구려가 남으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이곳을 지나가야 했기에 이곳을 두고 치열한 패권다툼을 벌였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충주를 한반도의 중앙이라 여겼고 탑 이름도 중앙탑으로 지었다.

중앙탑은 신라 유물이지만 인근에 고구려 광개토왕비가 있고 백제 시대 마을 유적지가 발굴되는 등 삼국의 역사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의미 있는 지역이다. 중앙탑을 중심으로 넓은 잔디밭에 마련된 조각공원과 그 뒤로 펼쳐지는 남한강의 풍광이 멋지다. 충주 박물관과 세계술문화박물관 등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 만한 곳도 있고 이 고장의 자랑인 오리 요리를 잘 하는 집 등 먹거리도 좋다.

이 중앙탑 공원을 바로 곁에 두고 국제조정경기장이 건설됐다. 밭과 갈대 우거진 강이었던 곳을 반듯하게 다지고 다듬어 멋진 건물들을 지어냈다. 경기를 관람하는 그랜드 스탠드, 선수들을 위한 마리나 센터, 보트를 보관하는 보트 하우스가 각각의 주제에 맞게 근사하게 들어섰다.

이곳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물은 중계도로다. 조정은 2㎞를 달리게 되어 있는데 방송 중계용 차량이 레이스 코스를 따라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근접 촬영할 수 있도록 같은 길이만큼 도로가 나 있다. 그런데 이곳 중계도로는 전체 2㎞ 중 1.4㎞가 물위에 떠 있는 수상 부유식 도로다.

대회 준비를 얼마나 잘 하고 있나 하고 국제조정연맹에서 현장을 방문하여 조사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자신들도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기술력과 창의력이 빚어낸 걸작이라며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처음 이 중계도로를 만들겠다고 제안했을 때 국제조정연맹 측에서는 어림없는 소리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충주 시민들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덕분에 신나는 일도 많았다. 이곳 조정경기장에서 진행된 ‘전국노래자랑’ ‘열린 음악회’ ‘인기가요’ 등 유명 TV 프로그램 공연에 참가해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었고 크고 작은 대회 관련 행사들이 이어지면서 흥겨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도전과 열정, 화합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다는 세계조정선수권대회다. 30억 세계 시민이 TV로 지켜본다는 이 국제 대회가 알차게 잘 마무리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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