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남들과 달리 눈에 띄게 행동하거나 말하면 공격을 당한다는 의미다. 신분 질서가 분명하던 시절, 본인이 처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면 화를 당할 수 있었기에 이를 경계하는 뜻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계급사회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을 하면 모난 돌 신세가 될 수 있다.

축구 스타 기성용 선수가 SNS에 감독을 비방하는 글을 쓴 것이 공개돼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상황이 모난 돌 정 맞는 꼴 같다. 공개적으로 대놓고 감독을 비난한 것도 아니고 개인들 간에 주고받은 지극히 사적인 서신 내용이 까발려진 것도 문제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문제 삼는 것도 도가 지나치다.

팬 관리 하지 말고 그라운드에서 실력을 보여 달라는 비난도 나왔지만, 기성용 선수는 이미 운동장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남았다. 그의 ‘택배 어시스트’는 이미 정평이 나 있고, 폭넓은 시야와 경기 운영 능력은 가히 세계적 수준이다. 영어도 잘해 국제 경기에서 심판과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능력도 갖추었다. 이만하면 그라운드에서 실력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잘할 때는 박수를 치고 난리를 치다가도 조금만 눈 밖에 날 짓을 하면 당장이라도 매장을 할 듯 달려드는 인심도 야박하다. 그동안 공을 많이 세웠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할 일이 많은 한창 나이의 선수에게 관용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서양과 달리 감독과 선수의 관계가 상하 수직 관계로 융통성이 없는 분위기이고 그 때문에 아무리 사적인 메시지라 하지만 선수가 감독을 심하게 흉본 것이 예의에 벗어났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떼로 달려들어 비난을 퍼붓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이 본을 삼을 만한 인물이고 그래서 매사 모범을 보이고 조심을 해야 하지만, 축구 선수 이상의 그 무엇에 대한 기대가 지나친 점도 없지 않다. 기성용 선수는 신세대답게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피력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즐기고 그 점이 매력으로 비춰지기도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스타 선수는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예전에 역대 최고의 농구 스타로 불리는 허재 감독이 선수 시절 괄괄한 성격 탓에 주위와 자주 부딪치는 모습을 보였고 그 때문에 언론은 툭 하면 그 점을 건드렸다. 하지만 그 역시 남들과 다른 톡톡 튀는 캐릭터가 있었기에 농구판을 평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야생마처럼 활달한 선수를 코끼리 길들이듯 옆구리를 찔러가며 괴롭혔다면 말 잘 듣는 순둥이 코끼리 밖에 안 되었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상사 흉을 보거나 흠을 들추기도 한다. 그러다 잘못 걸리면 민망해지고 심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거나 잘릴 수도 있지만 상사가 모르고 넘어가면 그 뿐이지 않은가. 대통령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욕도 하고 죽일 놈 살릴 놈 하기도 하지 않은가. 대통령 욕을 했다고 붙들려 가는 시절도 있었고 지금도 그런 나라가 있지만 그게 정상은 아니다.

어느 스타 선수 출신이 선수의 최고 덕목은 복종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선수 생활을 해 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그 세계에선 당연한 걸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선수가 더 성숙해지고 분발할 수 있도록 좀 더 너그럽게 봐 주고 기다려 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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