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세상이 어지럽고 살기가 어려워지면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열망하게 된다. 과거 신라 말이나 고려 말 혹은 조선 후기 등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에는 어김없이 이러한 백성들의 소망을 반영한 도참설(圖讖說)이 나돌았다. 도참이란 나라나 사람의 길흉화복이나 성패를 예언하는 것으로 원래 중국에서 생겨나 신라 때 당나라로 유학을 다녀온 승려 등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한다. ‘삼국사기’ 백제본기(百濟本紀)에, 의자왕 20년(660)에 귀신이 날아와 “백제는 망한다”고 잇따라 외치고는 땅 속으로 들어가므로,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흥미로운 중국발 외신이 떴다. 중국에서 열린 세 개의 미인대회에서 입상한 여성들이 하나같이 못생겨 추녀대회 3탄이란 비난을 들었으며, 급기야 한 곳의 미인대회에선 입상자를 추가로 선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추녀 주제에 1위를 했다며 비웃음을 샀던 한 여성은 세련되지 못한 화장과 기괴한 헤어스타일을 한 대회 때의 모습과 달리 자연 미인임을 증명하는 민낯 얼굴이 공개돼 깜짝 반전을 일으키기도 했다. 돈이나 성상납을 주고받았다고 비난을 했던 중국 네티즌들은 “못생겨지는 화장도 있구나!”라며 반
전경우 문화칼럼니스트 소설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는 바람둥이다.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 것으로 만들었다. 마음먹은 대로 몸을 바꿀 수 있는 변신의 달인이기도 해, 구름이나 비 혹은 백조 같은 동물로 변할 수 있었다. 그런 남편을 둔 아내 헤라는 늘 노심초사했고, 그 때문에 질투의 여신이란 별명을 가졌다.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아름다운 이오를 흰 암소로 둔갑시켰다. 하지만 헤라는 암소로 변한 이오를 데려다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로 하여금 감시하도록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쇼핑물들이 가짜 사용 후기를 올려 소비자를 속이거나 반품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등 불법을 저질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백지영 등 해당 쇼핑몰 대표들이 즉각 사과하고 진화에 나셨지만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유명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쇼핑몰들은 몇 십 억, 몇 백 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쇼핑몰을 열자마자 대박을 터트렸다는 기사가 뜨고 이어 연일 대박 행렬을 이어간다는 기사가 따라 붙는다. 사람들은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쇼핑에 가세하고 해당 쇼핑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TV나 신문 등에서 앞 다퉈 피서지 소개를 한다. 그중에서 빠지지 않는 르포 형식의 뉴스가 해변의 밤 풍경이다. 근사한 밤바다의 정취가 아니라 밤새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를 하고 싸움을 해대는 꼴불견 피서지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같은 뉴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운대 등 유명 해수욕장엔 밤이 되면 백사장이 술병 반 모래 반이라고 한다.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셔대는지 술집 주인도 놀랄 지경이라고 한다.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는 것은 기본이고 정신을 잃고 싸움을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20년 전 이맘때 어느 일간지에 강남 학생들이 주말에 팀을 이뤄 체육 과외를 받는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이 지역 학부모들이 극성스럽게 체육 과외까지 시킨다는 비난조였다. 요즘도 주말이면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이 동네 공터나 공원 등에 모여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 같은 체육활동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체육활동 과외를 위한 전문 업체들이 강사들을 고용해 학생들을 지도하게 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먼지 폴폴 날리는 공원이나 공터에서 아이들이 북적거리며 뭔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소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철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세상의 바보들이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의 택시 운전사는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주행 중에 줄곧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고, 둘째는 몹시 긴장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음으로써 인간 혐오증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나머지는 다른 승객들을 태우고 가다가 겪은 일을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단순한 수다를 통해 자기의 긴장을 푸는 사람이다.”우리들이 가장 흔히 목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쇼(show)는 원래 ‘보이다’, ‘전시하다’는 뜻이지만, 대개는 노래와 춤, 개그 등으로 꾸며지는 TV 프로그램이나 공연을 의미한다. 과연 볼 만하다거나 재미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야 제대로 된 쇼다. 쇼의 생명은 바로 재미다. 재미가 없으면 바로 집어치우란 소리를 듣는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서도 쇼를 보러 가거나 TV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 것도 쇼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들이 즐기고 있는 쇼의 원조는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생겨난 레뷔(revue)다. 대중을 상대로 무용과 음악을 섞어 흥겹게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어느 신문사에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초등학생들이 현충일이나 6.25 전쟁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충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느 유명 가수가 컴백한 날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누구와 싸웠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도 많았다. 심지어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에 대해 짜증난다고도 했다.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건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 비단 초등학생뿐 아니라 20대 이상 젊은 층들 중에서도 안보나 역사에 깜깜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어느 TV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국민 남편’으로 떠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호박이 아닌데도 넝쿨째 굴러들어왔다는 이 남자가 아내에게 얼마나 잘 하는지, 대한민국 아내들이 열광하고 있다. 사근사근한 말투는 기본이고 아내의 심기나 처지를 귀신처럼 알아채고 이해할 뿐 아니라 팔베개에 발 마사지까지 아내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그뿐 아니다. 이 남자의 직업은 돈도 잘 벌고 명성까지 자자한 종합병원 의사다. 처가 식구들에게도 얼마나 잘하는지, 푼수끼 넘치는 장모의 사위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프랑스의 소설가 로망 롤랑(1866~1944)은 수많은 명언들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인생은 왕복차표를 발행하지 않는다. 일단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이란 긴 것이다. 길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결코 초조해서는 안 된다.” “훌륭한 인간은 오직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만 늘 바란다.” 구구절절 옳은 말들이다. “인생은 교향악이다. 각각의 순간들이 합창으로 노래하고 있다”면서도 “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세상이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고 바람은 부드럽고 햇살은 따사롭다. 연중 가장 축복받은 시기가 이 맘 때지 싶다. 무엇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 날, 부부의 날이 있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도 있고 해서 이래저래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스승이란 말이 원래는 출가한 중의 선생님, 사승(師僧)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고, 은사(恩師)라는 말도 처음 중이 된 후 길러준 스님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선생님의 은혜라는 것이 부처님의 향기로운 말씀을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마시면 힘이 난다는 어느 음료 광고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젊은 직장인이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들이켜며 사표를 쓰겠다고 하고, 이 모습을 본 백수는 직장이 있어야 사표라도 쓸 것 아니냐며 한숨을 쉬고, 내무반 침상에 부동자세로 앉아 있는 신참 군인은 빈둥거리는 그 백수를 부러워하고, 다시 그 젊은 직장인은 저 때만 지나면 좋다며 졸병 군인을 부러워한다. 남들 눈에는 엄청 좋아 보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힘들어 죽겠다며 한탄을 한다는, 주위에서 흔히 보는 재미난 설정이다. 매일 “이 놈의 직장 당장 때려치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부산에 일본인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뿐 아니라 아예 눌러 살겠다고 작심한 일본인들이 늘면서 부산에 왜인 바람이 심상찮다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자국민의 해외 체류 지원 업무를 하는 공익법인 롱스테이의 한국지부가 부산에 문을 열었다고도 한다. 작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후도 비슷하고 문화적으로도 이질감이 덜한 부산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일본인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부산의 명물 중 하나가 광복동의 용두산 공원이다. 50미터가 채 안 되는, 산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 야트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TV에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지상파 방송들은 말할 것도 없고 케이블 등 수많은 채널들이 앞 다퉈 음식 프로를 내보내고 있다. 음식 맛이 좋다거나 특이한 메뉴를 자랑한다는 식당이나 제철 별미, 재주 많은 주방장 소개, 유명 요리사의 요리비법 등 종류도 다양하다.요리를 테마로 한 프로도 있지만 지방 소식을 알려주는 프로나 오락 프로에서도 감초로 음식을 소개하는 코너가 곁들여지다 보니 음식 관련 콘텐츠가 그야말로 차고 넘치는 꼴이 되고 있다. 채널을 돌려보면 여기저기서 끓이고 데치고 무치고 볶고,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지하철이 도시인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와 관련된 소식들이 끊이지 않는다. 끔찍한 화재 사고에서부터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으로 개똥녀, 막말녀, 흡연녀, 쩍벌남, 쩍벌녀 등으로 불리며 비난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쉼 없이 들려온다. 소위 무개념 승객들에 대한 소식이 인터넷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면서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지하철 소동은 따지고 보면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에 관한 문제다. 독일 태생의 미국 자유기고가 볼프강 쉬벨부시는 ‘철도여행의 역사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새로 나온 어느 TV 광고에, 중년의 부장이 신세대들의 춤을 배우려 애를 쓰는 모습이 나온다. 부장은 책상 뒤에 숨어 열심히 춤 연습을 하고 이를 엿보는 직원들은 키득댄다. 광고는, 부장이 부하 직원들과 어울려 흥겹게 춤을 추는 장면으로 끝난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조용필의 노랫말이 있다. 이걸 두고 하는 말 아닌가 싶다. 회사를 다녀 본 사람들은 안다. 그 부장이라는 자리가 어떤 것인지를. 해 보면 별 것도 아닌 자리인데도, 그 자리에 아무나 오르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간 쓸개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라는 어느 대리운전 사업체의 광고 노래가 있다. 앞의 네 자리와 뒤의 네 자리 숫자가 진짜 똑같다. 외우기도 쉽고, 그 때문인지 돈벌이도 잘 되는 모양이다. 이렇게 앞뒤가 꼭 맞는 덕에 운이 따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나라에 무기를 파는 상인이 있었다. 그는 여느 때처럼 시장으로 나가 창과 방패를 팔고 있었다. 그가 방패를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 방패를 보세요. 너무나 튼튼하여 세상 어떤 창이라도 다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은 초‧중‧고등학교 현장이 어수선한 모양이다. 이번 학기부터 교과부에서 마련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시행되면서 이와 관련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 사이에 다툼이 일고 혼란이 많다는 소식이다. 교과부는 올해 3월 1일부터 발생하는 학교폭력의 경우, 가해자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그 사실을 기재해 초‧중학교는 졸업 후 5년, 고등학교는 졸업 후 10년간 보존토록 했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에게 상급 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가해 학생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입시는 물론 대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회사나 가정에서 화나는 일이 있을 때 안으로 삭히기만 하면 속병이 생길 수 있으니 차라리 속 시원히 말해 버리는 것이 낫다고들 한다. 하지만 말이란 게 한번 뱉고 나면 주워 담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화가 잔뜩 난 상태에서 마구 말을 쏟아내고 나면 십중팔구 후회하게 된다. 참자니 속 터지고, 화를 내자니 뒤가 걱정되는 것이다. 미국의 기업 컨설턴트인 로버트 호치하이저는 ‘절대로 사표 쓰지 마라’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자아의 요구를 도저히 견딜 수 없으면 항복해라. 당신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