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질서가 없고 왁자지껄하면, 도떼기시장 같다고 한다. 도떼기는 도매로 한꺼번에 왕창 물건을 산다는 뜻인데, 부산의 국제시장이 그 원조다. 부산에서는 자갈치시장이 대표적인 시장으로 유명하지만 국제시장도 그에 못지않다. 보세의류 등 각종 옷가지와 외제물건들이 넘쳐나,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시장이 국제시장이다. 깡통시장, 케네디시장은 국제시장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인근의 보수동 헌책방 골목도 부산에서 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렀음직한 추억의 장소다. 국제시장은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살던 곳이다. 서울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 사업가다. 삼수 끝에 항주사범대학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도 서른 군데 넘는 회사에 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낙방했다. 별 것 아니라고 여긴 KFC 매니저 보조직조차 그를 외면했다. 항주전자과기대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지만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한 시간 가까이나 자전거를 타고 호텔로 가 외국인에게 말을 걸고 관광 안내를 하며 영어를 배웠던 그였다. 그는 미국의 친구들에게 인터넷을 배워 중국 최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일본의 20대 청년이 여자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소송을 낸다는 보도가 있었다. 후쿠오카에 사는 이 남성은 후쿠오카 여대 식․건강학과에 응시하려 했지만 원서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화가 난 이 남자는, 남자라는 이유로 수험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법 앞의 평등을 규정한 일본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대학을 상대로 처분 취소와 위자료 50만엔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겠다고 했다. 남자가 여자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걸 문제 삼다니 별 희한한 사람 다 있구나 싶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시대 서울 사람들은 아들을 낳아 전라도 수령을 시키는 것을 소원했다고 한다. 전라도는 농토가 많고 국가 재정의 삼분의 일 가까이를 충당할 정도로 농산물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광주목사가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토호들과 향리들을 들볶아 평생 먹을 것을 챙길 수 있었다. 전라도 수령은 외지 사람이 주로 차지했기 때문에 지역 농민들은 수탈에 시달렸고 여기에 맞서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18세기 무렵에는 전국의 10만석 부자 중 절반 이상이 호남지방 사람이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안동 김씨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카일라 왈스트롬 교수는 1997년에 수업 시작시간을 아침 7시 15분에서 8시 40분으로 늦춘 미니애폴리스고교 학생 수천 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등교시간을 늦춘 결과, 출석률과 학기를 쉬지 않고 연속해서 등록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성적도 향상됐다. 우울증 증세도 줄어들었다. 왈스트롬 교수는 “덜 졸린 학생들이 학교에 더 오래 남아 있고 배울 준비도 더 잘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01년 8월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하면서 많이 알려졌고 비슷한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60) 교수는 일본의 시골 마을 출신이다. 일본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시코쿠의 도쿠시마 대학을 졸업 한 뒤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번듯한 명문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누구나 알아주는 대기업 출신도 아니지만, 인류 최고의 상이라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나카무라 교수의 어릴 적 꿈은 만화영화 ‘철완아톰’의 코주부 박사가 되는 것이었다.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간직한 소년은 자신만의 공부 방식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수학이나 물리 같은 과목을 공부할 때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입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사찰이나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수험생 부모들이 뉴스에 등장하고, 입시 한파가 찾아왔네, 수험생 교통 대책은 어떠하네 하며 온 나라가 수능으로 왁자지껄했다. 수능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시험문제에 오류가 있었다며 소동이 일고, 수험생들끼리 인터넷상에서 서로 편을 갈라 논쟁을 벌이고도 있다.대학이 무엇이라고, 해마다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야단법석을 떨어야 하는지. 우리들은 대학 입시를 해마다 치러야 하는 명절쯤으로 여기지만, 외국인들 눈에는 이게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미국 영화 ‘인터스텔라’의 인기가 대단하다. 개봉하자마자 구름관중이 몰리면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빅히트한 영화일지라도 호불호가 나뉘게 마련인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굿”을 외친다. 러닝 타임이 세 시간이나 되지만 시종 몰입하게 되는 흥미진진한 영화다.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그야말로 들었다 놨다 한다. ‘인터스텔라’는 상상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다. 영화라는 게 어차피 허구이고, 관객들도 그 사실을 알고 보지만, 그럼에도 그 ‘허구’의 장면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항공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상업용 우주선이 폭발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스페이스투’라는 이 우주선은 영국의 버진 갤럭틱이 상업 우주여행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시험비행 중 폭발해 버린 것이다. 조종사는 숨지고 부조종사는 중상을 입었다. 며칠 후 버진 갤럭틱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기자들을 모아 놓고,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우주여행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브랜슨 회장이 보여 왔던 행보를 보면, 사고 한 번 났다고 사업을 포기할 인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어느 여행사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가을 단풍을 구경할 때 가장 이색적으로 느낀 것이 무엇인지 설문 조사했다. 1위가 ‘셀카봉 열풍’이었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셀카봉’이 외국인들 눈에도 신기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셀카봉에 반한 외국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 몇 개씩이나 사들고 돌아간다고 한다.셀카봉이 IT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신기한 물건이라고 추켜세우기는 민망하지만, 날로 진화하는 아이디어 상품이 또 하나 등장한 것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KBS 2TV ‘개그콘서트’의 ‘렛잇비’ 코너가 인기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그만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어보았을 만한 상황들을 소재로 해 ‘폭풍 공감’하게 만든다. 직장생활 중 부닥치는 고충들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고, “여러분 힘내요, 여러분 웃어요, 힘들고 지쳐도 웃어요”라는 마무리 대사가 위안을 안겨준다. 재밌고 따뜻한 개그다.직장을 놀이공원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일하려고 하는데 야근 명령이 떨어지는 바람에 ‘야간개장’이 되고, 프러포즈 한 번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영국의 런던 근교에 있는 코벤트리 대성당 앞에 ‘레이디 고다이버’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누드로 말을 타고 있는 젊은 여인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인데, 영국판 ‘애마 부인’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 조각상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애마 부인’ 정도로 웃어넘길 수 없는 비장한 삶의 진실이 담겨 있다.11세기 코벤트리 지방에 레오프릭이라는 영주가 있었다. 그는 가혹하게 세금을 거뒀다. 그가 당시 잉글랜드를 통치하고 있던 데인족인지 그 전에 잉글랜드를 지배하고 있던 앵글로색슨족인지는 분명치 않다. 분명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국의 왕자이자 국제석유투자회사의 대표인 만수르를 패러디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억수르’가 큰 인기다. 한국의 유명한 스타들도 ‘억수르’ 앞에서는 “거지야?”라는 소리를 듣는 등 외국인 부자의 모습을 풍자하는 장면이 웃음을 준다.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소리가 개그 속 웃기는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카타르도 석유 판 돈, 오일머니로 부자가 된 ‘만수르’ 나라다. 반세기 전만 해도 수도 도하에 변변한 건물 하나 없던 별 볼일 없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고대 그리스의 초기 올림픽 경기는 남자들만 참가할 수 있었다. 순수한 그리스 남자들만 올림픽 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외국인이나 범죄인, 노예는 선수 자격이 없었다. 관중도 마찬가지였다. 여성들은 경기 참가는 물론 경기장 출입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스가 민주적인 사회였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금녀의 공간이었던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알몸 상태로 경기에 나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원초적 누드 상태로 경기를 치렀던 것이다. 신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찬미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여자 연예인들의 군대 체험을 담은 지상파 TV 프로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여군특집’이라는데, 군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얼치기 여성들의 리얼 체험이 재미를 주고 있다. 언론들도 이 프로가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여자 연예인의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모습이 인기 비결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백 마디 말보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낫다. 시청자들이 군대 체험 프로에 열광하는 것은 군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일제시대 때 우리 전통 무예인 택견이 탄압을 받았다. 일제는 택견을 금지시키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잡아 가두었다. 대신 가라데(空手)를 보급시켰다. 택견뿐 아니라 석전, 동채싸움, 횃불놀이, 놋다리밟기, 강강술래 등 많은 민속놀이들이 금지됐다. 치안을 어지럽히고 풍기를 문란하게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핑계에 불과했고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려는 속셈이었다.스포츠 활동도 일본인이 주도하게 됐고 우리 민족은 곁다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서도 스포츠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일깨우고 일제에 항거하는 중요한 수단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 양력이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이다. 개화바람이 불면서 조정에서 세력(歲曆)을 태양력으로 바꾸고, 연호도 양력을 세운다는 의미로 건양(建陽)이라 했다. 나라에서는 양력을 내세웠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음력을 따랐다. 양력을 쓰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음력 대신 양력을 강요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다. 설날을 구정이라 하여 못 쇠게 하고 양력 1월 1일인 신정을 지내도록 했다. 관공서도 신정에는 쉬도록 했다. 공무원들은 할 수 없이 신정을 쇠고 차례를 올리긴 했으나 보는 눈이 두려워 쉬쉬 하였다. 일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일본에서 저희들끼리 피 튀기며 싸우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마감하고 통일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 오다 노부나가다. 그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 버린다’고 할 만큼 성격이 괄괄하고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목표에 지장이 있다 싶으면 가차 없이 목을 날렸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안하무인격이었다. 부하들을 무시하고 조롱하기 일쑤였다.그의 부하 중에 아케치 미츠히데가 있었다. 귀족 가문 출신으로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자부심이 넘쳤지만, 오다 노부나가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다. 노부나가는 그를 걸핏하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1971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감옥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을 했다. 대학생 24명을 죄수와 교도관의 역할로 나눠 가짜 감옥에서 지내도록 했다. 그들은 모두 미국과 캐나다의 중산층 가정 출신의 좋은 교육을 받은 건강하고 건전한 남학생들이었다. 교도관 역을 맡은 학생들은 교도관 복장을 하고 나무 곤봉을 들게 했다. 시선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도 착용토록 했다. 수감자 역의 학생들에게는 맞지 않는 옷을 주고 머리에 스타킹을 씌웠다. 이름 대신 죄수복 옷에 붙인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명량(鳴梁). 명랑이 아니라 명량이다. 발음하기가 살짝 어려운 이 단어가 요즘 화제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여름 극장가를 후끈 달구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초반 구름 관중도 화제지만, 스토리의 울림도 만만찮다. “살아서 먹을 수 있으니 좋구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면 이길 수 있다” 등 영화 속 장군의 대사들이 가슴을 때린다. “천운은 물살이 아니라 백성들이었다”는 대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교롭게도 올 여름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많다. ‘명량’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