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인간에게는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이해하고 행동을 따라하면서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 아이들이 엄마의 표정이나 말투를 흉내내면서 발전하는 것이나, 누군가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 모른 채 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그것이다. 그 공감능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바로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다.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거울뉴런 덕분이다. IMF 사태 때 국민들이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고, 태안반도에 기름유출 사고가 났을 때 자원 봉사자들이 구름처럼 몰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오랜 세월 기자로 활동한 중년의 어느 남성이 홍보회사에 임원으로 입사했다. 그의 주된 업무는 ‘기자님을 모시는 일’이었다. 기자의 생리나 언론사의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 호방하고 활달한 성격이었던지라 그 일 또한 잘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3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는 게 사직의 이유였다. 그가 도망치듯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언론사에서 한솥밥을 먹던 후배를 후임으로 추천해 데려왔지만 그 후배는 겨우 3주일 만에 사표를 냈다. 그 후배 역시 자신의 후임으로 언론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KBS 2TV 드라마 이 큰 인기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 공감을 얻고 있다. 과장과 허풍이 없지 않지만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이어진다. 김혜수 등 출연진의 연기 대결도 볼거리다. 이 드라마에서는 어느 직장엘 가더라도 꼭 있게 마련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규직 팀장이다. 직장의 이익과 논리만을 앞세워 부하 직원들을 들들 볶고 부하직원들은 그에 대항해 힘을 모아보지만 늘 역부족이다. 못된 장규직 팀장을 골탕 먹이기 위해 커피에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사람의 뇌에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란 게 있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며 행동을 모방하기도 한다. 아기들이 엄마의 행동을 따라하며 생존방식을 배우고 고통 받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려 하는 것도 거울뉴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경영대학원의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지금껏 문명을 이루고 살아남은 것은 거울뉴런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덩달아 행복해지고, 우울하고 고독한 사람과 가까이 하면 까닭 없이 우울해지고 고독해지는 것도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옛날이야기에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는 선비가 자주 등장한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도보로만 수십 일 걸려 먼 길을 오갔으니 그 과정에서 사연도 많았을 것이다.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의 주인공도 한양에 과거보러 가던 선비가 박달재의 주막집 예쁜 딸 금봉이와 눈이 맞아 사랑에 빠졌으나 비극적인 결말을 맞고 말았다는 사연을 담고 있다.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선비들은 누군가에게 신세를 졌으나 과거에 합격하고서도 모른 체 하는 배은망덕한 인물이거나 반대로 톡톡히 은혜를 갚은 미담의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시대에는 과거 급제가 출세의 지름길이었다. ‘춘향전’에서도 이 도령이 과거에 급제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춘향의 모진 기다림이 마침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다. 과거급제는 개인은 물론 가문의 영광이었다. 과거 급제자들이 어사화를 쓰고 홍패를 든 채 늴리리 장단에 맞춰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과거는 서울 각 지역과 지방에서 향시라는 시험을 통해 1400명을 먼저 추리고, 서울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2차 시험을 보게 하여 240명을 뽑았다. 여기에 합격하면 생원, 진사라 해서 사류(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시(詩)의 시절이 있었다. 시집이 몇 백만 부씩 팔려나가고, 시 몇 개쯤은 외우고 있어야 학생답다는 소리를 듣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 이런 시도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시다. 감수성 예민한 청춘들이 앞 다퉈 읊어대던 시다. 시가 좋아 그랬겠지만, 우정이라든가 친구 같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어떤 중년의 남자는 집에서 자신을 가장 반겨주는 것은 애완견이라고 말한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들은 자신을 소 닭 보듯 하지만 애완견만큼은 온 몸으로 반겨 맞아 준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아빠” 하며 달려와 안기고, 아내도 코맹맹이 소리로 “빨리 들어와” 하는 소리에 힘든 줄 모르고 살았는데, 지금은 다 옛날이야기란다. 나이가 들면 여자는 돈과 친구, 건강이 필요하지만, 남자는 첫째가 아내, 둘째는 마누라, 세 번째는 와이프가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웃기려고 하는 말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사회복지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과중한 업무에 보람은커녕 하루하루 버티기조차 힘든 현실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한다. 가슴 아픈 일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을 주고서도 연봉은 턱없이 낮게 책정한 제도상의 문제점도 크지만 이들을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회복지사도 엄연히 전문지식을 갖춘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어려움도 감내하고 희생해야 하는 자원봉사자쯤으로 알고 함부로 대하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열심히 일하고 땀 흘려 돈 벌어 나른다. “이것 밖에 못 벌어 오냐?”는 구박을 들으면서도, 다 자식 위한 일이라며 묵묵히 그 수고를 감내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가정에서 아버지가 소외된다. 대화에서 소외되고 노는 것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다. 아빠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아이들도 많다. 남편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일찌감치 접은 아내는 자식에게 희망을 걸고 인생을 건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남편의 희생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긴다. 심지어 성인이 된 자식을 끼고 돌며 엄마의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월마트 창업주 샘 월튼의 성공비결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실패했지만 그때마다 그것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실패한 직원에게 벌을 주는 대신 그것을 회사와 자신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훗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다. 나는 실패를 통해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혼다를 세운 혼다 쇼이치로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다. 혼다는 그런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지난번에는 고소영이라더니 이번에는 성시경이란다. 새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 갈 내각의 핵심 멤버들에 대한 출신 성분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인데, 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출신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한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이 세 가지 중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 김 내정자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그가 ‘성시경’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 때문이다. 그는 서울 정릉 산동네에서 살다가 14세 때 미국 메릴랜드의 빈민가에서 고단한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에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을 쓴 마키아벨리는 “모든 인간이 사악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은 야만적이기 때문에 사회계약이나 강력한 제재로 길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인데, 일종의 성악설이다. 고대 그리스 소피스트 철학자들도 인간은 본디 쾌락만을 쫓는 이기적 존재라 했고, 홉스는 인간 사회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 했다. 토머스 헉슬리는 홉스에 절대 공감하면서 생존이란 피도 눈물도 없는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좀 끔찍하다. 하지만 성선설을 주장한 루소는,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는 2차대전 때 유대인 강제 수용소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빅토르 프랭클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다. 정신과 의사였던 그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끔찍하게 변할 수 있는지, 반대로 인간의 영혼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삶의 태도에 따라 삶과 죽음이 갈리기도 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기차에서 내린 유대인들이 일렬로 늘어선 채 걸어가면 나치 장교가 집게손가락으로 왼쪽 오른쪽을 가리킨다. 손가락의 방향에 따라 누군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왜 조지 오웰의 명작 소설 ‘동물농장’ 속 풍경이 떠오른 것일까. ‘동물농장’의 이야기는 대충 이러하다. 인간에게 착취당하고 멸시받던 동물들이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며 일심동체 단결하여 농장의 주인 인간을 몰아낸다. 동물들이 주인인 농장을 만든 그들은 결코 인간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의한다. 침대에서 자서도 안 되고, 술을 마셔도 안 되고, 두 발로 걸어서도 안 되며, 무엇보다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고 했다.수퇘지들 사이에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마침내 사나운 개들을 거느린 수퇘지 한 놈이 지배자로 군림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일본에서 흥미로운 뉴스 하나가 날아들었다. 75세의 ‘문학소녀’가 일본 최고의 신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 수상자로 뽑혔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구로다 나스코. 구로다 씨는 20세의 최연소 경쟁자 등 다른 후보 4명을 물리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녀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오랜 창작활동을 하면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과 작가가 평가를 받은 것은 나름대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구로다 씨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중 최고령이다. 종전 최고령은 1974년 수상자로 당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코스타리카의 흡혈박쥐는 낮에는 고목에 매달려 있다가 밤이 되면 짐승의 살갗에 구멍을 내고 조용히 피를 빨아먹는다. 하지만 피를 빨 마땅한 짐승을 찾기가 쉽지 않고 설사 운이 좋아 찾았다 하더라도 순순히 피를 빨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때문에 흡혈박쥐는 자주 피 맛을 보지 못한다. 베테랑 박쥐는 열흘에 한 번 정도 굶지만 어린 것들은 사흘 걸러 하루 씩 배를 곯는다.박쥐는 60시간 동안 먹지 못하면 죽는다. 그런데도 굶어 죽는 박쥐가 많지 않다. 신기하게도 피를 듬뿍 빨아들인 박쥐는 하루에 필요한 양을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겨울이 되면 우울증이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불안감 공격성 폭력성 중독 등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라토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라토닌은 일조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햇빛 보기 힘든 겨울이면 세라토닌 분비량이 더욱 줄어든다. 말로만 듣던 시베리아 찬 공기까지 밀려들어 우리들의 어깨를 더욱 더 움츠러들게 한다.설상가상으로 살림살이마저 갈수록 오그라들고 있는 사람들은 더 죽을 맛이다. 직장인들도 겨울철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연말 성과급을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TV 프로의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고 털어놓아 화제가 됐다. 오락 프로가 시작되기 전에 우스갯소리 등으로 방청객들의 기분을 좋게 하여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을 바람잡이라 한다. 바람잡이는 대개 무명이거나 프로의 서열상 아래에 놓인 이들이 한다. 때문에 데뷔 20년이 넘는 중견 연예인인 이영자 씨가 바람잡이로 나선다고 하니 시청자들이 신기하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원래 바람잡이는 야바위꾼이나 치기배 등과 짜고 사람들의 정신을 혼란하게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시장이
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속에 없는 말이라도 자꾸 하다보면 실제로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것을 언령사상(言靈思想)이라 하는데, 말에는 영적인 힘이 있기 때문에 말한 대로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덕담을 할 때도 이미 다 이뤄진 것처럼 축하해 주면 그 효험이 제대로 살아난다고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셨지요. 축하드립니다.” “부자 되셨다면서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취직 하셨다지요, 정말 기쁘시겠습니다.”라고 하라는 것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이 사람이 날 놀리나, 할 수도 있지만 그 속뜻을 알게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