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이 자격증도 없는 엉터리 조교의 지시에 따라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파도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자식 잃은 부모들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헤아릴까.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언제 그런 사고가 일어났느냐는 듯 부실한 해병대 캠프들이 여전히 성업 중이라고 한다. 당국에서도 엉터리 해병대 캠프를 단속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허술한 캠프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나 교사들도 우리 아이들한테는 그런 일이 생기기 않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삼성엔지니어링에서 물탱크에 물을 채우는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물탱크가 터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사고가 일어났다. 엉터리 중국산 볼트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전에 울산에서도 똑같은 부품으로 같은 공사를 한 적이 있었지만, 작업 도중 하자를 발견하고 조치를 해 화를 면했다고 한다. 삼성의 경우 작업 도중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사를 강행하다 변을 당했다고 한다. 인재(人災)였던 것이다.

‘의도적으로 외면하기’의 저자 마가렛 헤프넌(Margaret Heffernan)은 “불편한 진실에 눈을 감는 의도적 외면(Willful Blindness) 때문에 재앙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의도적 외면은 머리를 수풀에 박고선 자신의 몸이 모두 숨겨져 있다고 여기는 타조처럼, 끔찍한 재앙이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숨기려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며 불행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자기 암시와 확신을 하는 것이다. 진실을 알고서도 그것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대응하지 않으려 한다.

부산 해운대는 여름이면 가장 많은 피서객이 찾는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다. 나중에 뻥으로 밝혀졌지만, 세상에서 가장 많은 파라솔을 세워 기네스북에 등재됐다고 언론을 통해 자랑을 했던 곳이다. 이곳에는 바닷가에서 바다 안쪽으로 빠르게 흘러들어가며 사람들을 휩쓸어 가는 이안류가 종종 발생한다. 2009년에는 백 명 넘는 사람들이 이안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고 지금도 언제 이안류가 발생할 지 알 수가 없다.

기상청에서 2010년부터 일기예보를 하듯이 이안류 발생을 예측하고 알려주는 일을 했지만 올해부터는 하지 않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으로 업무가 넘어갔지만 이곳에서는 이안류가 발생하는지 감시만 하고 예보는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바다에서 인명구조를 담당하는 이들도 미리 이안류 발생 여부를 알 수 없고 피서객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안류 발생 예보를 하지 않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곳 상인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안류가 발생하니 대피하라거나 바다에 오지 않는 게 좋다고 하면 장사에 지장이 생길 게 뻔하니 예보는 말할 것도 없고 이안류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는 것이다. 생계가 달린 문제이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장사보다 사람 목숨이 우선이지 않은가.

작년 겨울에도 울산 신항에서 방파제 공사를 하던 배가 침몰해 고교생 등 1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심한 풍랑이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도 있었고 경찰도 미리 대피하라고 경고했지만, 선장은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불편한 진실에 눈감은 대가가 가혹했다.

불행이 나만 피해가라는 법은 없다. 남의 목숨과 안전을 책임진 사람이라면 더욱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보고 싶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남의 귀한 목숨 달린 일이라면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고 인정할 일이다. 목숨보다 귀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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