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흑인 감독인 스티브 맥퀸의 ‘노예 12년’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세계 언론은 흑인 감독 최초의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며 흥분했다. 해마다 습관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소식을 접하면서도 왜 흑인 감독 작품상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의구심을 가져 본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 소식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미국에선 이미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고 각 분야에서 흑인들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종 간의 차별과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며 그것이 사회 통합을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체력은 국력이라며 열심히 국민체조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에 맞춰 모두가 똑같은 동작으로 팔 다리를 휘저으며 체조를 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빰빠라 빠 빰빠, 음악소리가 흘러나오면 로봇들처럼 똑같이 체조를 했다. 체력이 과연 국력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체조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어리석었는지 순진했는지,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했다. 사는 형편도 변변찮았고 그 때문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실력을 뽐내지도 못했다. 비행기에 김치를 싣고 가다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울었다 웃었다, 참 희한한 계절이다. 소치에서 메달 따는 모습을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다가도 이런저런 안타까운 소식에 금방 우울해진다. 국민 모두가 조울증 환자가 된 것 같다. 이번처럼 메달에 목말랐던 적이 없었고 그래서 메달 소식이 어느 때보다 반갑다. 하지만 동해안 폭설과 경주 대학생 사고 때문에 마음 놓고 좋아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으며, 장강의 앞 물도 뒷물에 밀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많은 챔피언들이 새로운 스타들에게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소치동계올림픽이 이전 대회보다 확실히 더 재미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도 즐겁지만 우리와는 상관없는 종목들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장애물을 통과하며 화려한 묘기를 선보이는 슬로프 스타일 스키, 쉼 없이 이어지는 작은 눈 언덕 모굴을 타고 내려오는 모굴 스키, 새처럼 하늘을 날아 착지하는 스키 점프, 이번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으로 파이프를 절반으로 자른 모양을 한 슬로프에서 보드로 묘기를 부리는 하프파이프 등 눈길을 사로잡는 것들이 많다. 첨단 미디어 기술을 앞세운 방송중계도 올림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동요 ‘아빠 힘내세요’가 불러서는 안 되는 불량노래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한민국 문화정책을 책임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것이라 더욱 해괴했다. 사람들은 ‘완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체부는 양성평등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는 취지였지 유해가요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군색하다.그 깊은 속뜻을 알건 모르건 어린 아이들이 손뼉 짝짝 쳐가며 ‘아빠 힘내세요~’ 하고 노래하면, 아빠들은 눈물 글썽이며 감격해 한다. 센스 있는 아이들은 아빠 대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힘내세요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아득한 시절,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성(姓)이란 게 없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왕이 먼저 성을 갖고, 지역의 특성 등을 따져 아랫것들에게도 성을 내렸다. 성을 가진 사람들은 지배계층이었다. 백 사람에게 성을 주었다 해서 백성(百姓)이라 했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성이 없는 별 볼 일 없는 인간들은 백성이 아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영향으로 성이 생겨났다. 고조선 시대에는 성이 없었지만 삼국시대로 넘어오면서 성이 생겨났다. 고구려의 고 씨, 백제의 부여 씨, 신라의 박, 석, 김 씨가 왕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아인슈타인은 어린 시절 독일 뮌헨에서 학교생활을 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자신이 하고 싶지도, 관심도 없는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무엇보다 권위적인 교사들과 학교의 군대식 규율과 관습이 그를 숨 막히게 했다. 그는 군복처럼 생긴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자세로 발 맞춰 행진을 하는 것을 무엇보다 힘들어 했다. 시가지를 행진하는 군인들을 보고는 “저는 나중에 커서 저 사람들처럼 불쌍하게 되지 않을 거예요”라고 아버지에게 말하기도 했다. 당시 독일은 보불전쟁에서 승리하고 통일 국가를 이루었지만 군사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도쿄 근교의 닛코(日光)에 있는 도쇼구(東照宮)에는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마감하고 천하통일을 이룬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위패가 있다. 이곳의 명물 중 하나는 마구간 건물에 새겨진 세 마리의 원숭이 조각상 산자루(三猿)다. 세 마리의 원숭이는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각각 눈과 귀, 입을 가리고 있다. 예(禮)가 아닌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나타낸다는 해석도 있고,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마음, 즉 인내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정신을 의미한다고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캄보디아 시엠 립은 앙코르와트 유적지로 유명하다. 앙코르와트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영화 ‘툼 레이더’로 더욱 유명해졌다. 시엠 립 시내 ‘올드 마켓’에 있는 카페 ‘더 레드 피아노’는 안젤리나 졸리가 들른 적이 있다 해서 지금도 인기가 높다. 이곳에도 한류 열풍이 불어 거리에서 한국 음악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고 지난해 31일에는 ‘강남 스타일’에 맞춰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한데 어울려 뜨거운 밤을 보냈다. 라이브 음악 카페에서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생으로 한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KBS 수신료 인상 소식에 시청자들이 뿔났다. 2500원에서 60%나 오른 4000원을 받을 것이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에도 수신료를 매기겠다고 하자 시청자들이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KBS 수신료는 KBS를 보지 않아도 무조건 내야 하는 희한한 요금이다. 전기료와 함께 내야 하기 때문에 꼼짝 할 수가 없다. 1980년대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이 일자 지금의 한나라당 전신인 당시 여당이 수신료를 전기세와 함께 내도록 했다. 의원님들은 이런 꼼수를 부리는 데는 인간문화재급들이다. 시절이 바뀌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나훈아의 ‘고향 역’에 등장하는 고향 역은, 코스모스 피어있고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 주는, 그래서 달려라 고향 열차 하며 가슴이 설레는, 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 역이었다. 이제는 코스모스 피어 있는 고향 역을 보기도 힘들어졌고, 눈 감아도 떠오르는 나의 고향 역 같은 곳도 별로 없다. 고향 역에는 이쁜이 곱분이도 없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그리운 나의 고향 역은 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대신 무지막지하게 커진 새로운 역들이 들어서고 있다. 올드한 세대들에게 기차는 슬픈 구석이 있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인천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어느 관장은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도장에 다니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학교와 동네에서 또래들을 구타하고 돈을 빼앗는 등 행실이 나쁘다는 소문을 들었다. 관장은 몇 차례에 걸쳐 타일렀다. 그런데도 아이는 그런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관장은 안 되겠다 싶어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두어 번 두들기며 그러면 안 된다고 확실하게 주의를 주었다. 그날 밤 아이의 아버지가 도장에 들이닥쳤다. 그는 도장 문을 박차고 들어와 큰소리로 관장을 찾았고, 관장이 제가 관장입니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최근 전남 화순에서 열린 ‘2013 씨름 왕중왕 전’에는 여러 올드 스타들이 나와 흥미를 더했다. ‘인간 기중기’ 이봉걸과 ‘모래판의 신사’ 이준희가 양 팀 감독으로 나서고, 털보 이승삼, 오뚜기 손상주, 기술 씨름의 달인 이기수, 람바다 박광덕, 불곰 황대웅 등 한 시절을 풍미했던 장사들이 오랜만에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세월이 흘러 근육이 늘어지고 허벅지가 가늘어지긴 했지만, 라이벌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사뭇 비장해 보였다. 해설자가 분명 몸살 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재미가 있었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해마다 입시철이면 화제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올해는 수능 만점자가 33명이나 된다. 수능만점을 받은 어느 학생은 방송 인터뷰에서, 고액 과외나 학원을 다니지 않고 교육방송 인터넷 강의를 중심으로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에 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큰 돈 들인 것도 아닌데, 수능 만점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수많은 학부모들 가슴에 찬바람이 휘몰아친다. 등골 휘도록 돈 벌어다 과외 시키고 학원 보낸 제 자식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다. 자식이 점수 잘 받고 좋은 대학 들어간다 하면, 등골이 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올해 대입 수능이 치러지던 날 인터내셔날 뉴욕타임즈(INYT)는 한국의 지나친 입시경쟁이 청년과 가족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한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수능을 준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취업과 결혼 등 이후의 인생이 결정되며, 교육에 대한 국민적 집착이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맞는 말이다. 신문은 한국에선 초등학교 때부터 수능을 준비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 이상이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공부를 시작한다고 해야 옳다. 수많은 엄마들이 태교를 하지만 태교 속에 담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TV 사극이 시작됐다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여주인공의 목욕 모습이다. 여주인공이 목욕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면, 방송이 되기 전부터 인터넷 매체 등에서 호들갑을 떤다. 방송이 되고 나면 섹시미가 돋보였다니 하며 또 한바탕 난리를 친다. 막상 보고 나면 별 것도 아니다. 늘 해왔던 대로이고,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말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짜증이 난다. TV에서 무얼 바라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게 TV의 한계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방송들이 한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직장생활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없이 직장을 다닌다고 답했다. 적성에 맞지 않다거나 회사의 비전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이유가 많았고 무엇보다 원하는 만큼의 연봉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이왕이면 연봉을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매일 우거지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연봉이야 정해진 것이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어차피 나가야 할 직장이라면 즐겁게 나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할머니로부터 “너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소녀가 있었다. 그런데 소녀가 열여덟 살이 되자 갑자기 앓아누웠다. 의사도 이유를 몰랐다. 심리학자인 프로이트는 이 소녀의 병은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부정적인 말이 원인이라며 이를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명명했다.자기실현적 예언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부정적인 말을 듣거나 무시당하게 되면 실제로 더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현상인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와, 칭찬을 듣고 인정받으면 더욱 긍정적으로 변하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리더십에 관한 교육이 차고 넘친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린 아이들도 리더십을 길러야 한다며 난리다. 어릴 적부터 리더십을 길러야 커서도 대장 노릇을 할 수 있다며 반장 선거에 목을 매기도 한다. 취업 준비생들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리더십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어린 아이가 자라서 당장 리더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는 부하직원으로 시작하고 그중에서도 일부만 리더가 된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부하 직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부하 역할을 잘 하지 못하고서 리더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기본은 여전한 것 같다. 직장인들 이야기다. 최근 삼성 그룹 블로그 ‘삼성이야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삼성맨들은 모르면 물어보는 후배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모르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고백하고 물어보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어깨에 힘을 주고 아는 척 하는 ‘스펙’ 좋은 후배보다는 모르면 모르는 대로,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핀잔을 듣고 깨질망정 자꾸 묻고 씩씩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예쁜 것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