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흥선대원군은 아들 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오랜 동안 고단한 삶을 살았다. 왕족이었으나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불우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글을 많이 읽어 학식이 깊고 그림도 잘 그렸다. 노래도 잘 불렀다. 하지만 늘 가난했다. 굶지 않으려고 궁궐의 물품을 관리하거나 능을 관리하는 능지기도 하였다. 능지기는 그야말로 말직 중의 말직이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1737~1805)도 가난을 면치 못해 능지기를 했다. 후세에까지 문명을 날릴 만큼 대단한 작가이자 선비였기 때문에 그가 궁핍한 삶을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우리들은 대개 이스라엘과 그 민족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릴 적 교회에서 이스라엘 민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선 땅 덩어리와 병력에서 상대도 되지 않는 아랍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크게 이겼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났다는 소식에 이스라엘 청년들은 조국으로 달려갔지만, 아랍민족들은 못 들은 체 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였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등 세계 문명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긴 인물들 중에는 유대인이 많다는 사실도 부러움과 존경심을 갖게 했다. 아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흥선대원군은 쇄국정치로 유명하다. 서양의 문물과 세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나라 문을 꽁꽁 닫았다. 하지만 권세가나 돈 많은 집안에는 담배, 술, 양초, 나침반, 시계 같은 서양 물건들이 넘쳐 났다. 고관의 부녀자들은 밀무역을 통해 청과 일본에서 들어온 장신구로 치장하고 가죽신을 끌고 다니며 위세를 부렸다. 1876년 강제로 개항되자 양물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뜻있는 사람들은 서양의 물건을 불태우며 양물배격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선비 이항로는 임금에게 “기이하고 못된 물건이 팔릴 수 없다면 저네들이 반드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월드컵 축구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삼바 축구’ 브라질이 안방에서 독일에게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것이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일깨워준 경기였다. 월드컵 개최 반대 시위와 엉성한 대회 준비에도 불구하고 자국 팀의 거침없는 질주로 기분이 좋았던 브라질 국민들은 상심이 클 것이다.골이 많이 나와 가장 재미있는 월드컵이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우리들로선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16강 진출을 기대했지만 별 볼일 없었고, 밤을 새워 응원한 우리들도 풀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시대에도 왕이라고 해서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언관(言官)을 두어 왕이 경우에 맞게 행동하도록 했다. 통치이념인 유교를 바탕으로 한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민심을 잘 살펴야 했고, 언론제도는 민심을 왕에게 전달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언관은 고려시대에 생겨났고, 조선 때에는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등 삼사(三司)가 언론의 역할을 했다. 언관이 민심을 살펴 건의하면 왕은 반드시 답을 해 주어야 했다. 이것을 비답(批答)이라 했다. 왕이 비답을 해 주지 않으면 계속 건의를 올렸고, 비답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월드컵이 어느 때보다 재미있다. 우리나라 경기만 놓고 보면 답답하지만 대회 전체를 보면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골이 많이 나오니 재미가 있다. 공격 축구를 추구하는데다 볼의 탄성이 좋아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역시 축구는 골 맛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TV 중계기술도 축구의 재미를 더한다. 캐스터와 해설자도 중계 채널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화면구성 등 기술적인 면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중계 팀의 성향과 색깔에 따라 채널을 고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빅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의리가 대세다. 배우 김보성이 ‘으리’라고 외치면서 의리 바람이 불고 있다. 김보성은 20년 간 줄기차게 의리를 외쳐 오다 마침내 대박을 터트렸다. 그가 처음 의리를 외쳤을 때 사람들은 참 싱거운 사람이구나, 하고 웃어 넘겼다. 이번에도 역시 우스운 모습으로 등장한 광고 때문에 그의 의리가 주목을 받았지만, 이 사람의 의리가 웃고 넘겨버릴 거짓 의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13대 1로 싸우다 실명을 하고, 공원에서 데이트족 남녀를 괴롭히는 불량배 셋과 맞붙었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드라마나 영화 ‘춘향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이방’이다. 수청을 들라며 춘향을 모질게 대하는 변 사또도 밉지만, 굽실거리며 사또의 명을 받는 이방도 곱지 않다. 위로는 머리를 조아리고 아래로는 행세를 하며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얄밉다. 이방과 같은 존재가 향리 혹은 아전이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수령을 임명해 내려 보내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수령을 보좌해 정무에 지장이 없도록 한 게 아전 제도다. 아전들은 이방이나 형방 등의 직책을 맡아 수령을 보필했는데, 정식 관료는 아니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서민들의 술 소주가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것은 고려 때다. 몽골 민족이 세운 원나라의 의복과 음식 풍속 등이 많이 들어와 크게 번졌는데, 소주도 그중 하나다. 페르시아에서 생겨난 술 제조법이 몽골을 거쳐 우리나라로 건너온 것인데, 서양의 위스키, 중국의 베갈, 러시아의 보드카가 모두 이 소주와 같은 계열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북쪽 지방에서 주로 마셨지만 나중에 몽골군이 주둔했던 경상도 안동 지방에서 유행하여 지금의 안동소주 효시가 되었다고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소주는 예로부터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춘향전’의 하이라이트는 과거에 장원급제한 이몽룡이 암행어사로 변신, 탐관오리 변학도 사또를 때려잡는 장면이다. 변 사또는 이몽룡의 애인 춘향에게 수청 들 것을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자 모질게 고문하고 옥살이를 시킨다. 수청 들지 않은 죄가 얼마나 컸던지 춘향이는 귀신처럼 산발한 채 목에 칼을 차고 고통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몽룡을 향한 일편단심은 꺾이지 않는다. 변 사또에 대한 증오와 춘향에 대한 연민으로 관객들이 가슴을 쥐어짤 때, “암행어사 출두야” 하는 소리와 함께 군졸들이 들이닥쳐 와장창 우지끈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동에 있는 조선대학교는 장미로 유명하다. 2001년 의대 동문이 중심이 돼 의대 건물 건너편에 공간을 마련하고 기부를 받아 장미공원을 만들었다. 여기서 자라는 장미는 227종, 1만 8천 주나 된다.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에게 헌정했다는 ‘프린세스 드 모나코’도 있고, 세계 장미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장미들도 볼 수 있다. 겨울에도 얼지 않아 용인의 에버랜드 장미보다 더 알아준다. 봄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까지 각양각색의 꽃을 피운다. 조선대에서는 해마다 오월이면 장미축제를 열고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 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이양하 선생은 ‘신록예찬(新綠禮讚)’에서, 이맘때가 연중 가장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신라 선덕여왕은 당 태종이 보내 온 모란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꽃에 향기가 없는 게 틀림없다고 했다. 그림과 함께 보내 준 모란의 씨앗을 심어 보니 과연 꽃에 향기가 없었다. 이로써 선덕여왕이 총명하기 이를 데 없다고 사람들이 여기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이렇다.그런데 알고 보면 사실 그렇지 않다. 선덕여왕이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몰라 그림 속에 담긴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 뿐이다. 중국 사람들은 음이 같은 글자를 이용해 원하는 바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전통이 있다. 그림을 직설적으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중세 봉건 유럽 사회에서 기사들은 영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봉건제가 무너지고 기사들이 필요 없게 되자 그들은 실업자 신세가 되었다. 직장을 잃은 기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들은 녹봉을 주는 영주 대신 귀족이나 부잣집 마님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했다.칼을 휘두르며 거칠게 살아 온 기사들은 새로운 고객을 상대로 새로운 전략을 구사해야만 했다. 왕성한 혈기와 용맹 대신 부드러움과 상냥함으로 레이디들을 대해야 했던 것이다. 고객인 여성을 위해 문을 열어주거나 무거운 짐을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유행을 좇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냥을 하거나 농사를 지을 때 함께 무리를 지어 하는 것이 낫고, 맹수나 적으로부터 공격받았을 때도 함께 뭉쳐 물리쳐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무리로부터 배척당하거나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부류임을 확인시켜야 하고 그래서 유행을 좇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광적으로 유행을 타고 있는 것이 성형이다. 원래 성형수술이라는 것이 사고나 선천적인 이유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정상적인 모양새를 갖추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동화 ‘신데렐라’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의 공통점은 계모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백설공주는 너무 아름답다는 이유로 계모 왕비로부터 질투를 받고 숲으로 끌려갔고, 신데렐라도 계모와 의붓 언니들로부터 학대 받았다. 헨젤과 그레텔은 두 살 터울 남매 사이였는데, 역시 계모의 뜻에 따라 식인 영주의 밥이 될 뻔했다. 유럽의 동화에 이처럼 계모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18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인의 절반이 열 살이 되기 전에 사망하고, 살아남은 아이들도 대부분 어른이 되기 전에 부모 중 한명을 잃었을 정도로 계모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동네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요즘 같이 꽃피는 계절이면 생각나는 노래다. 요즘 아이들은 잘 부르지도 않고 노랫말도 실감이 잘 나지 않겠지만, 나이 든 세대들은 이 노랫가락만 들어도 콧날이 시큰해진다. 노래도 세월 따라 변하는 것이어서, 요즘 세대들은 이런 노래가 하품 난다 할 것이다. 세월도 많이 좋아졌다. 요즘은 가로수나 하천변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있어 멀리 나가지 않고도 꽃구경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진해나 여의도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요즘 드라마 ‘기황후’가 인기다. 이 드라마는 고려의 공녀로 끌려갔으나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순제(順帝)의 황후가 된 고려 여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역사적 사실보다는 드라마적 재미에 더 비중을 둔 터라 때로는 황당한 설정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큰 허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제 드라마에서의 역사적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촌스럽다고 할 정도다. 대세는 사실보다는 재미다. 실제 기황후도 드라마 속 주인공인 하지원처럼 예뻤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기황후가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봄이 되면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든다. 꽃소식과 함께 여기저서기 청첩장이 날아든다. 결혼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이다. 신부는 아름답고 신랑은 늠름하다. 웨딩마치는 가슴을 울리고 사랑의 축가는 눈시울을 적신다. 축복을 받는 이도 축복을 해 주는 이도 다 행복하다.하지만 아름다운 그들은 머지않아 좌절한다. 결혼식장에 울려 퍼지던 축가와 웨딩마치 대신 험한 소리가 오가고 서로에게 이단 옆차기를 날리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된다. 황금물결처럼 일렁이던 그녀의 머리카락이 지렁이처럼 세면대에 엉겨 붙어 있고, 그렇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경기에서 박승희 선수가 이탈리아, 영국 선수와 엉켜 넘어지면서 중국의 리지안루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박승희 선수는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완주해 결국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박승희 선수에게는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리지안루 선수에게는 어부지리였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2연패를 저지하고 금메달을 가져간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소치 올림픽 최고의 행운아였다. 친러시아 심판진의 일방적인 편파 판정 덕분이기도 했지만, 러시아의 기대주 율리아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