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워싱턴 포스트가 아마존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워싱턴 포스트는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LA 타임스와 함께 미국의 4대 일간지로 꼽힌다. 1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자회사인 지역신문과 TV 관련 기업들을 거느린, 세계적인 신문사다. 그만큼 영향력도 대단하다.

워싱턴 포스트의 인수가격은 2억 5천 달러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헐값에 팔렸다는 평가다. 아마존은 2009년 온라인 신발가게 자포스를 12억 달러에 사들였다. 2005년에 인수하려다 실패했던 아마존은 4년 뒤 결국 자포스를 손에 넣었다. 그에 비하면 워싱턴 포스트는 거저먹은 셈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매각소식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거대 신문사가 줄줄이 운명을 달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인지 뉴욕 타임스는 바로 성명을 내고 입장을 밝혔다. 자신들은 결코 회사를 팔아먹지 않을 것이며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처지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대로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종이신문의 시대가 가고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미디어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워싱턴 포스트가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매각을 감행한 것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 제공 능력과 첨단 IT 기술을 신문 콘텐츠와 결합하는 것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최선의 카드라 생각했을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매각이 종이신문의 현주소를 분명하게 보여준다면 인터넷 언론인 허핑턴 포스트는 앞으로 닥칠 미디어 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허핑턴 포스트는 2005년 정치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아리아나 허핑턴이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미디어다. 허핑턴 포스트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자의 장벽을 없애 누구나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해 원고료를 주지 않아도 기사가 쏟아져 들어왔고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덕분에 한 달 방문자가 350만 명을 넘어서며 온라인 뉴욕 타임스를 젖히고 1위를 차지했다. 설립 6년 만인 2011년 3억 달러에 미국 최대 매체인 ALO에 인수되었다.

허핑턴 포스트의 성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엄청난 양의 기사와 정보들이 허핑턴 포스트에 넘쳐나지만 그것들의 질에 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인터넷 매체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부작용도 만만찮다. 걸러지지 않은 날 것의 엉터리 정보나 과장 왜곡 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가벼운 가십성 기사가 넘친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내용과 상관없는 자극적인 제목을 갖다 붙이거나 보기 민망한 광고가 흘러넘친다. 홍수처럼 정보가 넘쳐나지만 삶에 도움이 되거나 희망을 주는 보약 같은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세월이 아무리 변하고 환경이 달라진다고 해도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신문의 역할도 그렇다. 진실을 알리고 거짓과 맞서 싸울 줄 아는 정직하고 당당한 자세야말로 독자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변하지 말아야 할 신문의 가치다.

특종을 위한 속도경쟁이나 클릭 수를 위한 유치한 말장난 대신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정직하게 진실을 향해 뚜벅 뚜벅 나아가는 그런 언론도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천지일보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벌써 창간 4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런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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