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60) 교수는 일본의 시골 마을 출신이다. 일본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시코쿠의 도쿠시마 대학을 졸업 한 뒤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번듯한 명문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누구나 알아주는 대기업 출신도 아니지만, 인류 최고의 상이라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나카무라 교수의 어릴 적 꿈은 만화영화 ‘철완아톰’의 코주부 박사가 되는 것이었다.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간직한 소년은 자신만의 공부 방식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수학이나 물리 같은 과목을 공부할 때 교과서에 가르쳐 준 공식을 쓰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던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책을 읽으면 고정관념에 빠질 수 있으니, 책을 읽지 마라’는 교수의 조언에 충실히 따랐다.

될 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하지만, 교사가 저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그의 태도를 나무라고 질책했더라면, 그 역시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했을 것이다. 대학에서도 책을 읽지 말라고 말하는 스승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우리 같으면 어림없는 소리다. 저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푼다고 하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점수도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엄마가 펄쩍 뛸 것이다. “너는 누굴 닮아 그 모양이냐”며 꿀밤을 날리고, 비싼 돈 들여 학원 보내놨더니 무슨 짓이냐, 학원에서 배운 모범답안을 쓰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겁을 줄 것이 뻔하다.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도록 책을 읽지 않겠다고 하면, “빌어먹을 짓”이라며 야단을 칠 것이다.

발명왕 에디슨이 닭장에서 달걀을 품으며 닭의 부화과정에 대한 호기심을 풀었고, 이것을 본 그의 어머니는 꾸짖기는커녕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하지만 내 아이가 닭장에서 달걀을 품도록 내버려 두는 엄마가 몇이나 될까. 닭 품을 시간에 학원 숙제나 하라며 닦달을 하거나, 책속에 그 비밀이 있으니 책을 보라고 소리를 지를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좀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학과 수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것들을 왜 배워야 하는지 따위를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정답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찍어내는 요령을 배우고 익히게 할 뿐이다. 기계처럼 현란한 손놀림으로 문제를 풀고 또 풀 뿐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그럴듯한 철학자의 말은 그저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문제를 풀 뿐이다, 고로 존재한다. 요즘 아이들은 그렇다.

나카무라 교수의 첫 직장은 직원이 200명 정도인 중소기업이었다. 10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온 다음 4년간 500번이 넘는 시행착오 끝에 세계 최초의 청색 LED 제품을 만들어냈다. 1993년 그의 나이 39세였다. 그는, 공부든 일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고, 그래야 고생도 참을 수 있고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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