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 사업가다. 삼수 끝에 항주사범대학에 입학하고, 졸업 후에도 서른 군데 넘는 회사에 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낙방했다. 별 것 아니라고 여긴 KFC 매니저 보조직조차 그를 외면했다. 항주전자과기대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지만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한 시간 가까이나 자전거를 타고 호텔로 가 외국인에게 말을 걸고 관광 안내를 하며 영어를 배웠던 그였다.

그는 미국의 친구들에게 인터넷을 배워 중국 최초의 인터넷 기업인 차이나 엘로 페이지를 세웠고 3년 후에 알리바바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15년 만에 개인 자산 28조원의 중국 최고 부자가 됐다. 알리바바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240조원의 시가 가치를 인정받아 아마존 등 미국의 대표 기업들을 압도했다. 올해에는 알리바바 영화 그룹을 설립하는 등 마윈 회장의 야심은 식을 줄 모른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해진 일본의 호러소설 ‘링’의 작가 스즈키 코지의 어릴 적 꿈은 록 뮤지션이 되는 것이었다. 고교 시절 우연히 합창반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돼 음악에 빠져들었고 졸업 후에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록밴드를 만들어 활동했다. 프로 뮤지션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밴드 활동을 하던 중 전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배달할 전보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때 다자이 오사무, 나츠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등 거장들의 작품에 매료됐다.

그때의 경험을 그는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그들의 주옥같은 언어는 그동안 책과 인연이 없었던 나의 마음을 적셨고, 작은 속삭임이 되어 내 귀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내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는 록 뮤지션 대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좋아하는 작가 대부분이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알고서는 대학 문학부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전보 배달로 모은 돈으로 그 이듬해에 도쿄의 입시학원에 등록했고 마침내 소원하던 대학에 입학했다. 작가가 되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시나리오 작가 등을 거쳐 마침내 소설가로 성공하게 됐다.

그는 남들보다 2년 늦게 대학에 들어간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결코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년의 방황 끝에 비로소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1년이나 2년 정도 남보다 조금 늦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그저 편안하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그대가 만약 청춘이고, 올해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윈 회장도, 스즈키 코지도 삼수생이었지만, 성공했다. 대학에 가지 않고서도 성공한 사람들도 엄청 많다. 꿈만 버리지 않으면,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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