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고대 그리스의 초기 올림픽 경기는 남자들만 참가할 수 있었다. 순수한 그리스 남자들만 올림픽 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외국인이나 범죄인, 노예는 선수 자격이 없었다. 관중도 마찬가지였다. 여성들은 경기 참가는 물론 경기장 출입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스가 민주적인 사회였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금녀의 공간이었던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알몸 상태로 경기에 나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원초적 누드 상태로 경기를 치렀던 것이다. 신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찬미했던 당시 시대 분위기가 반영된 것인데, 기원전 720년 오립포스라는 선수가 알몸으로 달리기 시합에서 우승했다는 최초의 기록이 나온다.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404년 올림픽 경기장에 한 여성이 몰래 들어왔다고 한다. 청년이 권투 시합에서 우승하자 한 사람이 뛰어 나와 격하게 포옹을 했다. 순간 청년을 포옹한 사람의 얼굴을 가렸던 스카프가 벗겨졌는데, 알고 보니 청년의 어머니였다. 이후 여성들의 올림픽 경기장 출입을 막기 위한 감시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스포츠 제전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기원전 3세기에 이르러 알렉산더 대왕이 유럽 대륙을 정복하면서 그리스에 자유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덩달아 여성들의 권익도 신장됐다. 여자 아이들도 남자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글을 배우고 체육, 음악, 미술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스포츠 제전에도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원전 2세기에는 여자 선수들이 전차 경주에서 우승했다는 기록이 있다.

로마 시대가 되면서 여성들의 스포츠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여성들은 스포츠 제전 경기에 자유롭게 출전할 수 있었고 달리기 등 다양한 종목을 놓고 실력을 겨뤘다. 여성 심판들도 등장하는 등 여성들의 권리가 존중됐다. 하지만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여성들의 스포츠 활동도 크게 제한을 받고 위축됐다.

여성들은 스포츠 활동에서도 오랜 시간 암흑의 시기를 견뎌야 했다. 프랑스 귀족 쿠베르탱의 주도로 창설된 근대 올림픽에서 여성이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2회 프랑스 파리 대회 때부터였다. 이 대회에서 영국의 샤롯데 쿠퍼는 여자 테니스 단식에 출전,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후 여성들의 국제 스포츠 행사 참가가 꾸준히 늘어났고 이제는 여성 선수들이 없는 국제 스포츠 대회는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우리도 여성이 자전거를 타거나 축구 야구를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40대에 야구 국가대표가 된 어느 여성 선수는 어린 시절 오빠한테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얻어맞고 야구를 포기했다고 고백할 정도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여성 스포츠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발전했다. 오히려 남자 선수들을 능가할 정도로 실력이 좋아졌다. 골프, 스케이트 등 수많은 종목에서 세계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인천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우리 여성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 선수, 여자 선수 할 것 없이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보면 절로 힘이 난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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