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항공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상업용 우주선이 폭발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스페이스투’라는 이 우주선은 영국의 버진 갤럭틱이 상업 우주여행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시험비행 중 폭발해 버린 것이다. 조종사는 숨지고 부조종사는 중상을 입었다. 며칠 후 버진 갤럭틱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기자들을 모아 놓고,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우주여행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브랜슨 회장이 보여 왔던 행보를 보면, 사고 한 번 났다고 사업을 포기할 인물이 결코 아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포기할 줄 모르는 삶을 살아왔다. 초등학교 시절 난독증으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교과서를 통째로 외워버리는 식으로 공부를 해 결국 글짓기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그의 곁에는 “언젠가 해낼 줄 알았다”며 격려해주고 기다려 주는 어머니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중퇴를 하고 학생 잡지 ‘스튜던트’를 만들었다. 글을 제대로 못 읽는 난독증 환자가 잡지 발행인이 된 것이다. 이 잡지가 훗날 버진 그룹의 씨앗이 됐다. 버진 그룹의 비행 사업의 효시였던 버진 애틀랜틱을 만들 때 그는 “무지 재미있을 것”이라며 비행기 한 대로 시작했다. “과연 잘 될까?” 하고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지만, 비행 사업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요금은 저렴하면서도 기내에서 음악, 게임, 비디오, 안마, 미용, 샤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 승객들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이것이 기반이 되어 상업 우주선 사업체인 버진 갤럭틱이 탄생한 것이다.

브랜슨은 괴짜 CEO로 통한다. 버진의 광고는 가능하면 자신이 직접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것은 나름의 원칙인데, 1984년 버진 애틀랜틱을 세울 때부터 지켜오고 있다. 버진 콜라를 출범하면서 뉴욕 한복판에 탱크를 몰고 나타나 코카콜라 간판에 기관총을 발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게 대표적이다. 웨딩숍인 버진 브라이드를 알리기 위해 프릴이 달린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왔고, 버진 메가 스토어를 열 때는 록그룹 ‘건스 앤 로지스’의 액슬 로즈를 흉내내 격자무늬의 미니스커트 차림에 가발을 쓰기도 했다. 버진의 로고와 글자가 새겨진 열기구를 타고 성층권에 올라가기도 했다.

그는 일을 ‘재미’로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일을 재미로 하냐며 타박을 하지만, 즐겁게 일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비결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사업 방식의 핵심은 재미로, 재미는 모든 것을 풀어가는 열쇠라고 말한다. 그는 또 열심히 놀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만 하면 멍청이가 되니, 열심히 재미있게 놀아야 진정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행복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우울한 표정으로 일터에 나가는 것은 삶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묻는다. “우린 퇴근 후 재미를 찾으려 하는데, 왜 직장에서 재미있으면 안 됩니까?”

우리들도, 직장을 ‘재미’로 다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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