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일본의 20대 청년이 여자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소송을 낸다는 보도가 있었다. 후쿠오카에 사는 이 남성은 후쿠오카 여대 식․건강학과에 응시하려 했지만 원서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화가 난 이 남자는, 남자라는 이유로 수험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법 앞의 평등을 규정한 일본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대학을 상대로 처분 취소와 위자료 50만엔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겠다고 했다.

남자가 여자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걸 문제 삼다니 별 희한한 사람 다 있구나 싶다. 장래희망이 영양사인 이 남자는 영양사 자격 과정을 갖춘 대학은 후쿠오카 현에서는 그 여대가 유일할 뿐 아니라 국립이기 때문에 학비도 싸다고 주장했다. 형편이 어려워 사립대에 갈 엄두를 못 낸다는 청년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은 턱도 없는 소리라며 법정에서 제대로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했다.

대학 입시 경쟁이 더 치열하고 환경이 비슷한 우리들에게도 관심이 가는 뉴스다. 우리나라에도 여대가 많이 있지만 모두 철저한 금남(禁男)의 공간이다. 대학원의 석·박사 과정에는 남성들에게도 문을 열어 주는 여대가 있긴 하지만 학부 과정은 남자 절대 사절이다. 이화여대는 학부는 물론 대학원도 금남이다.

남학생들 입장에서 보자면 불만일 수밖에 없다. 기회를 공평하게 주어야지, 성별 차이로 입학 자격을 가른다는 게 옳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관학교와 경찰대 등에서도 여성들이 똑같이 입학해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마당에 여대들은 왜 남자들에게 문을 열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여성들이 공부할 기회가 적었던 과거에는 여대의 존재가 정당했겠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여대의 입학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대 측에서는 양성평등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까닭에 남성의 여대 입학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맞선다.

숙명여대는 2016년에 공대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이화여대에 이어 공대가 있는 두 번째 여대가 된다. 공대생이라고 하면 멋없는 남학생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여대에서도 공학도를 길러내는 세상이 되었다. 귀한 대접 받던 ‘공대 여학생’ 도 옛날이야기가 될 모양이다. 모든 영역에서 남녀 구분이 없어지는 세상이 되고 있는 셈인데, 그렇다면 남자도 여대에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군대도 남자들에게는 불만이다. 여성들은 장교나 부사관 등 직업군인을 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 주면서 국방의 의무는 지우지 않는다. 여성이 국방의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의무를 지우지 않는 것은 차별이 맞다. 군 가산점제 논란이 일 때마다 여성들도 군대 보내달라고 주장하는 여성은 보기 힘들다. 올 여름 서울대에서 “남성만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위헌입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인 ‘기특한’ 여학생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콧방귀를 뀔 뿐이다. 그럼에도 여성들도 군대 보내자고 남자들이 들고 일어서지 않는 것은 ‘사나이’ 체면 때문이다.

남자들 살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세상이라며 한숨을 쉬는 남자들이 많다. 세월이 그러하니, 도리가 없다. 세월 따라 그렇게 사는 것이다. 여성이 행복해지면, 남자도 행복해질 거라 믿고, 그렇게 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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