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입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사찰이나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수험생 부모들이 뉴스에 등장하고, 입시 한파가 찾아왔네, 수험생 교통 대책은 어떠하네 하며 온 나라가 수능으로 왁자지껄했다. 수능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시험문제에 오류가 있었다며 소동이 일고, 수험생들끼리 인터넷상에서 서로 편을 갈라 논쟁을 벌이고도 있다.

대학이 무엇이라고, 해마다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야단법석을 떨어야 하는지. 우리들은 대학 입시를 해마다 치러야 하는 명절쯤으로 여기지만, 외국인들 눈에는 이게 여간 이상하지 않은 모양이다. 작년 이맘 때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즈(INYT)’는, 한국에서는 과도한 입시 경쟁 때문에 청년들과 가족들의 삶이 고통스럽다는 기사를 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 준비를 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취업과 결혼 등 이후의 삶이 결정되며 이 때문에 너도나도 대입경쟁에 뛰어들고 그러한 집착이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장이 누구에게는 평생의 영광으로, 또 누구에는 한 맺힌 낙인으로 따라 붙는다. 입학 성적 하나만으로 평생의 운명을 갈라 버린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지만, 그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뒤집어엎을 뾰족한 방법도 없다. 스스로 대학을 포기하고 학벌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운동을 펼치는 기특한 청년들도 있지만, “뜻은 갸륵하나 어리석은 짓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입시로 돈을 버는 학원가에서 나왔을 법한 ‘스카이’네 뭐네 하는 말을 언론에서 생각 없이 마구 써대는 것도 볼썽사납다. 소위 명문대라는 학교들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 단어는 당사자들에게는 무한한 자부심을, 해당 없는 자들에게는 심각한 열등감을 안겨 준다. 그 대학들이 ‘하늘’이면, 나머지들은 ‘땅’이란 말인가. 양식 있는 언론이라면, 이 유치하고도 치졸한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해마다 사법고시다 뭐다 해서 국가고시가 치러지고 나면, 누가 수석을 했네, 어느 대학 출신들이 많이 붙었네 하는 뉴스가 빠지지 않는다. 사법고시 수석 합격이 보통 시민들과 무슨 상관이 있으며, 그들이 보통 사람들에게 무슨 혜택을 주며, 이 사회와 국가에 무슨 대단한 공헌을 하기에 그토록 야단을 떨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은 다만 그들의 영광을 위해 고시에 도전한 것뿐이다. 십년 넘도록 틀어박혀 공부를 한 끝에 고시에 붙었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뉴스거리인가.

대학 입시가 마무리 되고 나면, 어느 대학 수석이 누구이며, 어느 고교 학생들이 어느 대학에 몇 명이나 들어갔는지 호들갑을 떨 것이다. 학원가에는 대학별로 합격자 이름들을 나열하면서 자신들의 학원을 거쳐 간 학생들이라고 현수막을 내걸 것이다. 고생한 보람을 찾은 학생과 그 가족들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야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대입 소식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 대학진학 대신 산업현장에서 앳된 얼굴로 묵묵히 일을 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 생각도 해 주어야 한다. 이런 아이들이 대우 받고 존경받는 사회가 되면, 입시 전쟁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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