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동요 ‘아빠 힘내세요’가 불러서는 안 되는 불량노래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한민국 문화정책을 책임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것이라 더욱 해괴했다. 사람들은 ‘완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체부는 양성평등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자는 취지였지 유해가요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군색하다.

그 깊은 속뜻을 알건 모르건 어린 아이들이 손뼉 짝짝 쳐가며 ‘아빠 힘내세요~’ 하고 노래하면, 아빠들은 눈물 글썽이며 감격해 한다. 센스 있는 아이들은 아빠 대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힘내세요~라고 노래를 하기도 한다. 아빠뿐 아니라 온 가족이 듣고 힘을 얻는 가족 노래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특별히 남녀를 차별하는 것도 아니다. 노래를 듣는다고 다 죽어가던 아빠가 갑자기 벌떡 일어날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빠 힘 빼세요, 할 수는 없다. 아빠만 힘을 내고 엄마는 힘을 내지 말라고 하거나, 왜 아빠만 힘이 넘치세요, 하면 그건 분명 차별 맞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문체부는 이 노래가 아빠는 돈을 벌어 와야 하고, 엄마는 집안에서 살림을 해야 하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주기 때문에 양성평등을 저해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돈 벌러 가야 하는 아빠와 집안 살림을 해야 하는 엄마 중, 누가 차별을 받는 것일까. 이건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양성평등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사회 활동, 엄밀히 말하면 돈 버는 일을 하지 않고 집안일을 하면 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집안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만큼 여성들이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차라리 집안에서 살림을 하고 싶다는 남자들이 넘쳐 난다. 바깥에서 돈벌이하는 일이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멸과 굴욕을 견디고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매일 목숨 걸고 일하는 남자들도 부지기수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자가 아닌 그야말로 별 볼일 남자들의 바깥 삶이라는 게 그렇다. 그러니 집에서 살림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남자가 집안 살림을 살겠다고 하면 ‘집안’에서 봐 주지 않는다. 갈 곳이 없는 실업자 신세여도 아침에 집을 나와야 구박 받지 않는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문지방 넘을 힘만 있으면 돈을 벌어 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하면, 문체부가 지적한 대로 남자는 무조건 돈을 벌어 와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남녀차별 맞다. 남자도 집안일을 하거나 좀 쉬고 싶은데도 말이다. 하지만 문체부 뜻은 그게 아니다. 돈 벌러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서 살림을 사는 아내들이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집안일만 하면서 살고 싶어 하는 여성들도 많다. 집안일 하는 여성이 무조건 차별받는다고 여기는 것이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 자녀 교육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덕목들을 생각하면, 집안일이 바깥일보다 결코 가치가 낮다고 할 수가 없다. 집안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인식의 틀도 문제다. 침대보다 다리가 길면 잘라서 죽이고 침대보다 다리가 짧으면 늘려서 죽였다는 그리스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하나의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무튼, 그럼에도, 우리는 노래를 불러야 하고 또 들어야 한다. 아빠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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