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직장생활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없이 직장을 다닌다고 답했다. 적성에 맞지 않다거나 회사의 비전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이유가 많았고 무엇보다 원하는 만큼의 연봉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이왕이면 연봉을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매일 우거지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연봉이야 정해진 것이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어차피 나가야 할 직장이라면 즐겁게 나가서 일하는 게 좋다. 직장생활을 즐겁게 하려면 동료들과 잘 지내는 게 우선이다. 동료와 사이가 좋으면 직장 생활도 재미있어지는 것은 물론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드 대학 연구팀이 회사 내 인간관계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금융, 보험, 공공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800여 명을 대상으로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가 어떤지 설문조사 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1988년부터 20년 동안 조사대상자의 건강·의료 기록을 조사한 것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직장에서 동료들과 정서적 유대 관계가 낮은 사람들은 유대감이 높은 사람에 비해 20년 동안 사망할 확률이 1.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구 기간 동안 53명이 각종 질병 등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동료들과 불편한 관계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동료와 관계가 나쁘면 스트레스 높아지고 그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 건강하고 활기찬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만 그럴만한 동료가 없으면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건강이 나빠지고 직장생활도 우울해진다는 것이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실제로 연구를 해 보니 역시 그렇다는 결과를 확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 편하게 대화를 나누시오, 하면서 푹신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마음껏 떠들어도 되는 안락한 휴게실 같은 것을 만들어 주는 회사는 거의 없다. 동료들과 대화를 한다는 게 기껏 복도 커피 자판기 앞 아니면 화장실이다.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으면 하루 종일 부글부글 속을 끓이다 퇴근 종이 땡 치면 바로 술집으로 달려간다. 형편이 그러니 대화 내용도 좋을 리 없다. 상사나 동료들 뒷담화가 딱 제격이다.

뒷담화도 잘 하면 약이라고 한다. 없는 사람 흉을 보면서 키득대거나 같이 주먹을 콱 쥐고 죽일 놈 살릴 놈 하며 없는 사람 들었다 놨다 하다 보면 절로 유대감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것이다. 뒷담화를 하면 스트레스와 불안을 덜어주는 세로토닌 같은 긍정적인 호르몬 수치가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뒷담화를 잘못 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화장실이나 복도에서 무심코 뒷담화를 했다가 바로 당사자에게 딱 걸릴 수도 있고, 내 편인지 네 편인지 구분 못하고 입을 놀렸다가 바로 고자질 당하는 수도 있다. 그러니 뒷담화가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연봉이 얼마 되지 않고 비전도 없어 보이는 회사라고 투덜대지만 뒷담화 잘못 한 죄로 잘리고 나면 그마저도 막막해진다. 세상사는 게 다 내 뜻 같지도 않고, 속이 끓고 정의의 주먹이 부르르 떨어도 참고 또 참아내야 한다. 꼴 보기 싫은 상사 이마에 사표 딱 던지고 회사 문 박차고 나오면 속이 후련하고 멋있을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만도 않다.

당신에게 남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남에게 당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뒷담화를 하더라도 사람 봐가면서 하되,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좋다. 이왕이면 남 칭찬해 주는 소리, 듣기 좋은 소리 하는 버릇 들이는 게 백 배 낫다. 말이 복이 되기도 하고 화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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