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리더십에 관한 교육이 차고 넘친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린 아이들도 리더십을 길러야 한다며 난리다. 어릴 적부터 리더십을 길러야 커서도 대장 노릇을 할 수 있다며 반장 선거에 목을 매기도 한다. 취업 준비생들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리더십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어린 아이가 자라서 당장 리더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는 부하직원으로 시작하고 그중에서도 일부만 리더가 된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부하 직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부하 역할을 잘 하지 못하고서 리더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리더의 숫자도 적지만 실제로 리더로 일하는 기간보다 부하로 지내야 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리더십 못지않게 팔로우십(Followership)도 중요하다.

팔로우십은 리더의 의중을 잘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능력이다. 부하 노릇을 잘 하는 능력인 것이다. 부하 노릇 하는 게 뭐 대단하다고 그걸 공부해야 하나 싶지만, 성공한 리더들은 대개 먼저 훌륭한 팔로우십을 발휘한 사람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팔로우십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들에게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나쁜 놈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영웅으로 칭송받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팔로우십을 잘 발휘한 인물로 꼽힌다. 키가 작고 못생겼지만 꾀가 많았던 그는 오다 노부나가 밑에서 일하면서 그의 비위를 맞추고 받들어 모시는 데 천재적 기질을 보였다. 추운 겨울날이면 오다 노부나가의 짚신을 가슴에 품어 따뜻하게 만들었고 오다 노부나가가 원숭이처럼 못 생겼다고 놀려도 웃어 넘겼다.

오다 노부나가의 시동인 모리 난마루도 못지않았다. 귤을 잔뜩 담은 바구니를 들고 가다가 오다 노부나가가 “저러다 넘어지겠다”고 하자 바로 비틀거리며 넘어졌고, 닫힌 미닫이문을 닫고 오라고 하자 일부터 살짝 열었다 탁 소리가 나도록 닫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인 마츠히데의 반란으로 목숨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하자 모리 난마루는 마치히데와 목숨을 걸고 싸우며 오다 노부나가에게 자결할 시간을 주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오다 노부나가의 원수를 갚았다.

이것이 요즘 시대에도 본으로 삼을 만한 멋진 팔로우십인지 분명하지는 않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별 짓을 다 하는 게 과연 훌륭한 팔로우십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지기 때문이다. “회사 안 다니고 말지 그 딴 짓까지 해 가면서 붙어 있고 싶지 않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업무와 상관이 있든 없든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 갖은 짓을 다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대개 승진 기회를 잡는다. 불편한 진실이다.

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교무주임을 하면서 교장의 운전수 노릇을 하고 갖은 심부름을 다 하며 받들어 모시는 교사가 높은 평점을 받아 승진을 한다. 그 때문에 교무주임은 수업 시간에 늦기 일쑤고,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 가르치는 것은 뒷전이고 승진하는 데에만 신경을 쓴다.

학교에서 사고가 나면 교장 승진에 지장이 있다며 아이들이 운동장에 아예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놀지 못하도록 집으로 돌려보낸다고 한다. 명절이면 교장에게 선물을 해야 하고 돈을 갖다 바치기도 한다. 교장이 노래방 가자고 하면 노래방 가서 열심히 춤추고 노래 불러주어야 한다.

교장의 리더십도 문제지만 교사들의 팔로우십도 문제다. 위에서 시키면 군말 없이 복종하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을 미덕으로 삼는 문화 탓이다. 리더십과 함께 시대에 맞는 팔로우십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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