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할머니로부터 “너는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소녀가 있었다. 그런데 소녀가 열여덟 살이 되자 갑자기 앓아누웠다. 의사도 이유를 몰랐다. 심리학자인 프로이트는 이 소녀의 병은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부정적인 말이 원인이라며 이를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명명했다.

자기실현적 예언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부정적인 말을 듣거나 무시당하게 되면 실제로 더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현상인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와, 칭찬을 듣고 인정받으면 더욱 긍정적으로 변하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가 그것이다.

탈옥수 신창원은 어머니 없는 가난한 집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 교사로부터 “XX야, 돈 안 가지고 왔는데 뭐하러 학교에 와, 빨리 꺼져”라는 말을 듣고 마음속에 악마가 자라기 시작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누군가 따뜻한 말 한 마디만 해 주었더라면 범죄자의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스티그마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다. 조각가인 그는 여자를 싫어해 독신으로 살았다. 대신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빚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훌륭했다. 그는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조각상을 아끼고 사랑했다. 그는 조각상이 아내였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의 마음을 읽은 사랑의 신 비너스, 즉 아프로디테가 소원을 들어주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여기서 나온 것이다. 긍정적인 자세로 임하면 결국 뒤가 좋다는 의미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다. 버진 항공, 버진 레코드 등을 거느린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어릴 적 글을 못 읽는 난독증을 앓았다. 그런데 어느 날 글쓰기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고 교사는 뭔가 잘못 되었을 거라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네가 만점을 받을 줄 알았다”고 칭찬해 주었고 이 말에 힘을 얻은 그는 고교 시절에 이미 학생 잡지를 만들어 사업가의 기질을 발휘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스티비 원더는 태어날 때 간호사의 실수로 시력을 잃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로 지냈다. 어느 날 교실에 쥐 한 마리가 들어왔고 아이들이 혼비백산했다. 잃어버린 시각 대신 예민한 청각을 갖고 있던 그가 쥐가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 덕분에 쥐를 내쫓을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 담임교사는 “너는 남들이 갖지 못한 정말 훌륭한 재능을 가졌구나”라며 칭찬을 해 주었다. 그 말 한 마디가 그를 최고의 음악가로 만들었다.

미국에 사는 제시카 콕스라는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이 없었다. 하지만 두 팔 없이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팔 대신 발로 모든 걸 다 한다. 자동차 운전은 기본이고 태권도 수영 등 못하는 운동이 없다. 그녀는 세계 최초의 양 팔 없는 비행기 조종사다. 어머니는 그녀가 어릴 적부터 늘 이렇게 말해 주었다. “두려움이 도전을 못하게 하지 않도록 해라.” 이 말이 두 팔 없는 그녀를 도전하고 성취할 줄 아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누군가로부터 들은 말 한 마디 덕분에 인생이 달라졌다는 사람이 많다.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결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꾼 긍정적인 말을 들었다고 한다. 반대로 비수가 되는 말이나 치욕스러운 말을 듣는 바람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경우도 많다.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가 말 한 마디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말조심하고 이왕이면 좋은 말 긍정적인 말로 용기를 주는 게 좋겠다. 상아로 빚은 조각상이 인간이 되듯,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마음에 쏙 들지 않는 자식이나 아내, 남편에게도 “최고”라며 손 모양 하트 한 번씩 날려 주자. 좋은 게 좋다는 말도, 진짜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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