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소치동계올림픽이 이전 대회보다 확실히 더 재미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도 즐겁지만 우리와는 상관없는 종목들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장애물을 통과하며 화려한 묘기를 선보이는 슬로프 스타일 스키, 쉼 없이 이어지는 작은 눈 언덕 모굴을 타고 내려오는 모굴 스키, 새처럼 하늘을 날아 착지하는 스키 점프, 이번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으로 파이프를 절반으로 자른 모양을 한 슬로프에서 보드로 묘기를 부리는 하프파이프 등 눈길을 사로잡는 것들이 많다.

첨단 미디어 기술을 앞세운 방송중계도 올림픽 보는 재미를 더한다.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발한 영상을 이용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종목에 관한 규칙과 진행방식 등 여러 정보를 알려 주면서 이해가 쉽고 흥미도 더한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순간 동작으로 나열하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도 유익하다.

방송사 간의 시청률 경쟁도 뜨겁다. 같은 경기를 놓고 어떤 식으로 중계 방송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달라지는 만큼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선보였다. 시청자 입장에선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거나 인기가 높은 종목만 골라 방송하는 게 상책이다. 인기가 좀 덜하더라도 정보 제공 차원에서 방송을 좀 해 주었으면 하는 종목도 있지만, 시청률 앞에선 공염불이다.

시청률을 결정하는 요소로 해설자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각 방송사들은 유능한 해설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을 것이다. 동계올림픽은 자주 열리는 대회도 아니고 중계방송이 잦은 것도 아니어서 평소 잘 준비된 해설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에도 월드컵 축구에서 차범근 차두리 부자가 함께 해설자로 나서는 등 해설자의 구성도 변하고 있다. 각 한 명씩의 캐스터와 해설자라는 전통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해설자에 따라 다른 시각과 해석이 경기를 관람하는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이번에 KBS에서는 이상화 선수 등이 출전한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에 강호동을 해설위원으로 투입했다. 운동선수 출신으로 쇼 프로그램 MC로 활약하고 있는 그의 캐릭터를 활용해 시청률을 올려보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잘 했네, 잘못 했네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꿩 잡는 게 매라고, 방송사 입장에선 시청률이 잘 나왔으니 아주 잘 됐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경기를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관람하고 싶었던 시청자들은 불만이 많았다. 씨름 선수 출신인 강호동이 스케이트 경기 해설을 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깊이 있는 경기분석과 해설을 듣고 싶어 하는 시청자 입장에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호동 특유의 목소리와 억양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불편했을 것이다.

스케이트 경기에서의 강호동 해설위원은 ‘개그콘서트’에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몸부림치는 ‘박 대표’를 연상케 했다. 강호동을 중계석에 앉히고 싶었으면 초대 손님이나 보조 해설자로 표현해야지, 해설위원으로 모신 것도 어색했다. 만약 그가 씨름대회에 해설위원으로 등장했으면 모두가 박수를 쳐주었을 것이다.

올림픽은 축제다. 국가와 개인의 명예를 걸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숭고한 자리이지만 승부와 결과를 떠나 함께 즐기고 공감하는 잔치마당이다. 져도 웃고, 실수해도 웃고, 메달 못 따도 웃는 선수, 졌지만 웃으며 이긴 선수 안아주는 선수, 그들이 진정한 승리자다.

웃는 그들처럼, 우리들도 웃어 볼 일이다. 잔치 때문에 살피지 못한 일들도 있겠지만, 이것도 잠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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