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KBS 수신료 인상 소식에 시청자들이 뿔났다. 2500원에서 60%나 오른 4000원을 받을 것이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에도 수신료를 매기겠다고 하자 시청자들이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KBS 수신료는 KBS를 보지 않아도 무조건 내야 하는 희한한 요금이다. 전기료와 함께 내야 하기 때문에 꼼짝 할 수가 없다. 1980년대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이 일자 지금의 한나라당 전신인 당시 여당이 수신료를 전기세와 함께 내도록 했다. 의원님들은 이런 꼼수를 부리는 데는 인간문화재급들이다.

시절이 바뀌어 여당이 야당 되고 야당이 여당 되자 KBS도 달라졌다. KBS는 달라진 시절에 절묘하게 적응하는 변신의 천재인지라 하루아침에 그 색깔을 바꾸었다. 어제의 동지였던 KBS가 오늘의 적으로 돌변하자 어제의 여당이었던 오늘의 야당은 수신료와 전기료를 따로 받도록 하겠다고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 이후에도 시청료와 전기료를 따로 받아야 된다는 국민 목소리가 드높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말았다.

이제 다시 야당에서 여당으로,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은 그들은 시청료와 전기세 통합 징수 는 당연한 것이고 수신료도 올려야 된다며 거들고 있다. 자신들의 처지에 따라 생각도 입장도 완전 달라지니 국민이 믿을 수가 없다.

시청료 인상에 늘 반대해왔던 언론들 중 일부는 수신료를 올리는 게 옳다며 입장을 바꾸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알인 줄 알고 방송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자 KBS가 수신료를 올리면 KBS 몫이었던 광고가 그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생각한 때문일 것이다. 언론 역시 자신들의 처지에 따라 입장을 바꾸니 그 속을 믿기가 어렵다.

KBS는 1970년대 초까지는 국영 방송이었다 이후 공영방송으로 전환되었다. 지금도 KBS가 나라 것인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세상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고, 귀신처럼 그 색깔을 바꾸니 국민들이 KBS가 나라 것인 줄 착각하는 것이다.

국가 재난 방송이라고 하지만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나라에 큰 일이 생겨도 한가롭게 웃고 떠들기 일쑤다. ‘개그 콘서트’의 ‘박 대표’처럼 시청률을 끌어 올리는 데 열정을 쏟을 뿐이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박 대표’의 모습은 KBS의 자화상이다.

시청률이 좀 떨어지고 재미가 덜 하더라도 공익적인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과감하게 편성을 해야 하지만 늘 시청률 논리에 막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시청률이 너무 높으면 공익성보다 인기에 편승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을 한다는 선진국 공영방송과는 딴판이다.

KBS는 33년째 수신료를 올리지 못해 살림살이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수신료를 올리면 공익성을 높이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KBS 직원의 연봉은 최고 수준이고 그 위세 또한 대단하다. 언론사 중 가장 안정적인 직장이다. 직원 수도 많다. 그런 KBS가 나빠진 살림살이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시청료는 문화재를 보지도 않는 등산객에게 부과하는 문화재 관람료와 닮았다. 보지도 않고 보기도 싫다는데도 돈을 내라는 것이다. 돈을 내라 소리 하지 않아도, 돈을 내고 싶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 지성이면 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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