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경비원과 입주민의 ‘상생 프로젝트 동행(同幸)’이 훈훈한 화제다. 동행(同幸)은 함께 행복하자는 뜻이다. 아파트 주민과 경비원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다. 이 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전기료를 아껴 경비원의 월급을 올려주고 경비원을 가족처럼 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경비원에게 스쿠터를 장만해 주자, 경비원은 이에 보답하고자 주민들에게 칼을 갈아주기 시작해 동네방네 소문이 났다. 또 난방공사 등 외부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갑’ ‘을’이라는 표현대신 ‘동’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여성 인권이 우리보다 앞선다는 미국에서도 아직 여자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에 대한 야망을 키우고 있다. 만약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자 부부가 모두 대통령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힐러리가 자신의 이상적인 모델로 삼고 있는 인물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아내 엘러너 루스벨트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32대 대통령을 역임한 미국 최초의 4선 대통령이다. 엘러너 루스벨트는 미국 국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어느 한국인 디자이너가 뉴욕에 가방 회사를 열고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 지점을 만들었다. 그런데 나라마다 손님들의 관심과 반응이 달랐다. 파리에서는 제품의 디자인 자체에 흥미를 보였다. 한국에서는 달랐다. 디자이너가 어느 대학을 나왔으며, 몇 살이나 먹었으며, 사는 곳은 어디이며, 심지어 남편은 뭐하는 사람인지까지 궁금해 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출세한 남편을 두지 않으면 그 제품도 믿을 수 없다는 태도였다. 잘 입은 거지는 굶어 죽지 않는다고 했다. 얻어먹는 처지여도 이왕이면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삼국사기 ‘열전’ 온달 편에, 평강공주와 온달 이야기가 나온다. 어릴 적 못 말리는 울보였던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과 결혼해 남편을 훌륭한 장수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공주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기록에는 나와 있지 않다. 평강 왕의 딸이라 해서 평강공주라 부르는 것이다. 고구려의 왕족이 고(高)씨였으니, 고씨 공주였던 것은 틀림없다. 기록에 따르면, 온달은 생긴 게 멍청하게 남의 웃음거리가 됐으나 속마음은 순박했다. 집이 몹시 가난해 밥을 빌어 어머니를 봉양했는데, 다 떨어진 옷과 해진 신으로 거리를 왕래했다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올가을에는 스포츠에서 재미난 일들이 많았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 선수가 소속팀인 소프트뱅크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일본에서 활약한 우리 선수들이 많았지만 일본시리즈에서 최우수선수가 된 것은 이대호가 처음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된장 바른 콩잎을 팔아 야구선수인 손자의 학비를 대고 뒷바라지를 한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터라 그 성공이 더 값지고 귀하게 여겨진다.우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이 5연패를 노리던 삼성을 꺾고 우승했다. 두산그룹 회장의 남다른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한적한 골목길이나 공원에 나가면 가을벌레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던 매미 소리는 오간 데 없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매미들이 사라지고 나니, 귀뚜라미가 나타나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벌레가 우는 것은 수컷들이 암컷을 꾀어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것. 여름에는 매미들이, 가을에는 귀뚜라미와 베짱이들이 온 몸으로 구애의 노래를 부른다. 운이 좋아 사랑의 결실을 맺은 놈들도 있겠지만, 노래만 실컷 부르다 허망하게 세상을 하직한 놈들이 더 많지 싶다. 1930년대만 해도 가을이 되면 서울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경북 청도, 하면 감으로 유명하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고, 신라시대 화랑정신을 이어받은 고장이라 해서 자부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감이나 새마을운동보다 코미디 고장으로 더욱 명성을 얻고 있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면서 코미디 문화의 메카로 성장시킨 것이다. 전유성씨가 2011년 청도에 ‘철가방 극장’을 만들자 큰 화제가 됐다. 극장 건물이 중국 요리 집의 배달통인 철가방을 닮아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철가방 모양의 건물 외벽에는 자장면과 짬뽕이 그릇 가득 흘러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조선 영조 때 박문수는 왕명을 받고 여러 차례 어사로 출사해 탐관오리를 잡아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당시 양반 사대부 기득권층의 횡포와 수탈이 극심해 백성들은 살기가 힘들었다. 흉년이 들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고,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신분제도가 정착하면서 기득권층들은 의무에서 면제되고 그 짐은 힘없는 백성들이 다 짊어져야 했다. 국방의 의무는 백성들 몫이었다. 열여섯 이상 예순 노인까지 남자들은 군역(軍役)으로 일 년에 두 필씩의 무명을 내야 했는데, 이것을 군포(軍布)라 했다.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것이 1446년, 지금으로부터 569년 전이다. 한글은 중국에 대한 사대문화와 지배층의 특권의식 때문에 냉대를 받았지만 오늘날까지 우리 민족의 글로 생명력을 이어왔다. 사대부들은 한글은 여자들이나 쓰는 글이라 하여 암문이라 폄하하기도 했지만, 여성들 덕분에 한글이 이만큼 발전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이 되었으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쓰기 편리한 글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글학자인 주시경 선생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글,
전경우 작가, 문화 칼럼니스트 2001년 1월 이수현씨는 일본 도쿄의 한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승객을 구하기 위해 뛰어내렸다가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당시 이씨는 고려대 학생으로 일본에 유학중이었다. 스물여섯 꽃 같은 나이였다. 벌써 14년 전 일이다. 우리들도 그의 이름을 잊지는 않았지만, 세월 따라 기억도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고 이수현씨의 고귀한 뜻이 잘 이어져 오고 있다. 사고 이후 그가 다니던 학교로 보내져 온 성금을 기반으로 장학재단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700명 가까운 동남아
전경우 작가, 문화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서는 아득한 시절 단군 시조 때부터 제사를 지내왔다. 조상을 모시는 제사가 형식을 갖추고 자리를 잡은 것은 고려 때부터다. 조선 초기까지는 자손들이 돌아가며 제사를 모셨다. 이것을 윤행(輪行)이라 했는데,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손들이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살았기 때문이다. 재산상속이나 제사 모시는 일에 아들 딸 구분이 없었던 것이다. 조선 중기로 넘어 오면서 ‘주자가례’를 기본으로 한 유교 예법이 보편화되고 종손 개념이 확고해지면서 이 풍속이 사라졌다. 종손이 종통(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직장의 부장님들 중에는 아랫것들 때문에 못 해 먹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윗사람 눈치 보는 것보다 부하 직원들 비위 맞추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기주장이 강해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자신들이 신입사원 시절부터 겪어온 것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상사가 죽어라 하면 죽는 시늉을 하고, 간 쓸개 다 빼고 살아왔는데, 정작 자신이 상사가 된 다음에는 예전 같은 상사 노릇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절이 변했으니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화가 치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영화 한 편에 천만 관객이 들었다 하면, 엄청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다섯 중 한 사람, 그러니까 집집마다 한 명 정도는 영화를 봐야 천만 관객이 나온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은데도, 천만 관객이 모여 들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천만은 안 되더라도, 흥행몰이에 성공하는 영화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천만 관객의 기쁨을 우리 영화들이 누리고 있다. 우리 영화의 전성시대다.요즘 우리 영화들이 관객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무엇보다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것이 시대 상황을 반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뇌조(雷鳥)라는 새의 수컷들은 한 장소에 모여 한꺼번에 구애를 한다. 암컷들의 눈에 더 잘 띄기 위해 가슴을 잔뜩 부풀리고 춤을 추는데, 유독 무리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놈들의 성공률이 높다. 가운데 있는 수컷이 한 암컷의 눈에 띄어 짝짓기를 하면, 다른 암컷들이 와르르 몰려들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결국 한두 마리의 수컷이 거의 모든 암컷들과 짝짓기를 하고 나머지 수컷들은 헛고생만 하게 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다른 암컷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는 수컷이 그렇지 않은 놈보다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천년 전 징키즈칸이 몽골제국을 일으켜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정보의 활용이었다. 그는 동쪽의 고려에서부터 유럽의 폴란드에 이르는 동서횡단의 길을 열어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했다. 이 길을 통해 고려의 인쇄술과 고려 인삼이 서양에 알려지게 되었고, 이슬람과 동방의 문화와 문물이 전해져 유럽의 르네상스 싹을 틔웠다. 이 동서횡단 대로의 중요 길목에는 약 40㎞마다 역참(驛站)이 있었고, 역참마다 400두의 말을 두었다. 십 리마다 말을 타고 달려 릴레이로 정보를 전달했는데, 당시로선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라 해서 8월 한 달이 어느 해보다 요란하고 떠들썩했다. 정부에서도 대대적으로 공식 축제 행사를 마련하고 그 의미를 부각시키려 애를 썼다. 언론도 광복 70주년 행사를 생중계하거나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등 온 나라가 축제 열기에 휩싸였다. 그 와중에 일본의 아베 총리가 담화를 발표하고 과거사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하니 이제는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사죄와 반성의 대상국인 우리와 중국은 물론 많은 국가들이 아베 총리의 담화가 미흡하다고 평가했지만, 일본 국민들은 그렇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올여름은 어느 해보다 무더웠다. 무더웠으므로, 떠났다. 더위를 잊고, 세상살이 고단함도 잊고, 그렇게 잊으며 다시 힘을 내기 위해 떠났던 것이다. 무엇보다 메르스의 공포를 잊을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즐거움이었다. 이글거리는 고속도로에는 피서지로 향하는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다. 바다에는 사람뿐 아니라 쓰레기가 넘쳐나고, 그래서 쓰레기와 함께 양심이 버려지고 있다는, 해마다 듣고 보는 뉴스를 또 듣고 볼 수 있었다. 여름은 그렇게 늘 왁자하고, 파리 떼처럼 왔다가 가고, 밀물처럼 들이닥쳤다가 썰물처럼 빠져나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충북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꼬박 두 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깊은 산골 마을이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고 강물을 따라가야 하는,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 겨우 갈 수 있는 곳이다. 요즘이야 교통이 좋아 자동차로 바로 갈 수 있지만, 옛날에는 서울 구경 한 번 못 해 보고 평생 이곳에만 살다 간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주민들을 다 합쳐도 100명이 안 된다. 여느 농촌 마을처럼 한가롭기만 하던 이곳 만종리에 요즘 활기가 돌고 있다. 밤이면 무대에 불이 밝혀지고 연극 공연이 펼치는가
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다이빙 경기의 기술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국제스포츠대회 기술대표는 경기의 모든 상황을 점검하고 감독하는 중책이다. 다이빙 경기장에서 만난 기술대표는 한눈에 봐도 나이가 많이 들어 보였다. 하지만 체크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미국인으로 나이가 여든이 넘었지만, 일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의 열정과 노련한 지휘 덕분에 경기는 순조롭게 끝났다. 기술대표는 다이빙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인간관계다. 상사나 부하 직원의 능력이나 성격에 따라 직장생활이 즐거울 수도 있고 반대로 끔찍할 수도 있다. 권위를 내세우며 명령복종을 외치는 상사를 둔 경우라면 더욱 힘들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유교문화에 익숙하고 군대를 경험한 세대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참기 힘든 것들이 많다. 호통 개그로 재미를 본 개그맨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직장에서 호통을 쳐대는 상사라면 꼴불견이다. 제 성질을 못 이겨 마구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도 있지만,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