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다이빙 경기의 기술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국제스포츠대회 기술대표는 경기의 모든 상황을 점검하고 감독하는 중책이다. 다이빙 경기장에서 만난 기술대표는 한눈에 봐도 나이가 많이 들어 보였다. 하지만 체크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미국인으로 나이가 여든이 넘었지만, 일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의 열정과 노련한 지휘 덕분에 경기는 순조롭게 끝났다. 기술대표는 다이빙 선수 출신으로, 은퇴 후에도 자신의 전공을 살려 다이빙과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해 왔다고 한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뒷방 늙은이로 취급하지 않고 현장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사회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6월에는 독일의 102세 할머니가 박사 학위를 따내 세계 최고령 박사 학위 취득자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잉게보르크 라포포트라는 할머니는 1937년에 함부르크 대학에서 박사 학위 논문을 썼지만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위 승인 구술시험에 참석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떼놓은’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없었다. 대학 측은 할머니의 집으로 의대 교수들을 보내 구술시험을 치르게 했고, 할머니는 극적으로 박사 학위를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77년 만의 일이다.

그보다 앞서 미국에서는 99세의 도리타 대니얼스 할머니가 최고령 미국 대학 졸업생이 되었다는 뉴스도 나왔다. 할머니는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공부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가, 손자들의 대학 졸업을 보고서 뒤늦게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2009년 캐니언 대학 사회과학 분야 신입생이 되어 6년 만에 학사모를 쓰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제 확실히 ‘100세 시대’가 가까이 온 모양이다. 그저 100살까지 살아남는 게 아니라, 100살에도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후세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멋진 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환갑잔치하는 사람들도 없고, 팔순은 되어야 잔치를 열고 손님을 부르는 세상이니, 칠순 팔순도 100살 어른들 눈에는 어린아이로 보일 것이다.

여성들이 졸다가도 눈을 번쩍 뜨는 명품 ‘샤넬’로 패션 왕국을 일군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나이를 잊고 뒤늦게 성공한 인물로 손꼽혀 왔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고아원에 맡겨져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재봉사 일을 하면서 꿈을 키웠다. 독일 장교와의 교제로 파리 패션계에서 물러나는 등 시련을 겪었지만 나이 칠십이 넘어 화려하게 부활하여 패션 왕국을 건설했다. 사람들은 칠십이 넘어 이룬 샤넬의 성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꿈을 이루는 데는 늦은 나이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 100세 시대에 이르러서는 샤넬도 햇병아리다.

100세 시대에 40대 50대면 펄펄 끓는 청춘이다. ‘청춘’들이 펄떡펄떡 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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