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인간관계다. 상사나 부하 직원의 능력이나 성격에 따라 직장생활이 즐거울 수도 있고 반대로 끔찍할 수도 있다. 권위를 내세우며 명령복종을 외치는 상사를 둔 경우라면 더욱 힘들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유교문화에 익숙하고 군대를 경험한 세대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참기 힘든 것들이 많다.

호통 개그로 재미를 본 개그맨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직장에서 호통을 쳐대는 상사라면 꼴불견이다. 제 성질을 못 이겨 마구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고함을 치는 이도 있다. 소리를 질러야 아랫것들이 말을 잘 듣고 상사 두려운 줄 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밝아져, 호통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제 목덜미를 칠 수도 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면 아이들이 손 전화기를 쳐들며 촬영을 하겠다고 덤비는 세상이다. 직장에서도 호통을 치는 순간, 누군가 촬영한 다음 고약한 상사라며 소문을 내고 상부에 보고할 수도 있다. 눈 밝은 회사에서는 이런 상사를 그냥 봐 주지 않는다. 부하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회사의 체면을 구기는 고약한 사람이라고 여겨 당장 징계를 먹인다. 부하 직원 잘되라고 큰 소리를 냈다고 아무리 하소연해 봤자 소용없다.

상사의 괴롭힘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공개하기도 하고, 언어폭력 등으로 부하 직원에게 고통을 주는 상사를 신고하게 하는 회사도 있다. 폭언은 회사를 망치는 행위라며 언어순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곳도 있고, 바른말 고운말 쓰기 운동을 벌이는 곳도 있다. 무엇보다 고약한 상사의 나쁜 언행을 녹음, 촬영하고 그것을 증거물로 삼으려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일본에서는 ‘파워 하라(Power harrassment)’를 직장에서 추방해야 할 최대의 악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워 하라’는 ‘권력 괴롭힘’의 의미인데, 상사의 ‘갑질’에서부터 꼴불견 추태까지 부하 직원들의 인격을 모독하고 사기를 꺾는 언행을 말한다. 일본 정부에서는 ‘파워 하라’ 신고를 받고 직접 조사에 나서고, ‘파워 하라’로 인해 우울증을 앓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면 산재로 인정해 주기도 한다.

집에 돌아가서도 상사의 얼굴이 떠오르고 호통 소리가 귀에 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상사 스트레스가 분명하다. 집에서는 식구들하고 오순도순 즐겁게 지내야 하는데, 고약한 상사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고 날 선 말을 내뱉는다면, 그보다 더 큰 불행도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고약한 상사는 가정 파괴범이랄 수 있다.   

직장 상사의 괴롭힘은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직장 상사의 괴롭힘 때문에 업무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가정이 불화하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사회가 나서야 한다. 모두가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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