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백여년 전 우리나라에 전화가 도입됐지만 처음에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사람을 보지 않고 기계로 대화하는 것이 어색했고, 어른을 전화기 앞으로 불러내는 것이 예의에도 맞지 않다고 여겼다. 지체 있는 사람들은 할 얘기가 있으면 하인을 시킬 일이지 굳이 전화기를 들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먼 지방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 그래서 서울 시내 전화보다 시외 전화가 먼저 생겼다. 그것이 1902년이다. 그 이후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전화기가 많이 보급됐다. 그러나 전화기는 주로 일본인들 차지였다. 전화 가입자 열에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미국의 심리학자 머리 보웬(Murry Bwen, 1913~1990)은 가족이 개인의 독립을 방해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엄마와의 정서적 융화 상태를 거친 후 개인으로 독립해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아이가 가족이라는 공통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족이 방해를 한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독립심이 낮은 부모일수록 자녀를 더 붙잡아 두려고 하고, 부부 사이가 나쁠 경우 자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자립 의지도 꺾이게 된다.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미녀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할 때는 1시간이 1초처럼 흘러가지만, 뜨거운 난로 위에 앉아 있을 때는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진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이렇게 재치 있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이론이라도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없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했다. 어려운 물리학을 연구하면서도 철학과 예술가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던 그였다. 다음 달 영국에서 출간되는 책 ‘집에서의 아인슈타인’(Einstein at Home)에,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번잡한 뉴욕 시내 번화가에 사람을 세워놓고 빌딩의 높은 곳을 계속 바라보도록 했다. 그러자 곁을 지나가던 사람 열 명 중 여덟 명이 같은 곳을 올려다보았고, 가던 길을 멈추고 위를 쳐다본 사람도 절반이나 됐다.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을 따라 하는 버릇이 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동조 현상이라고 한다. 동조 현상은 정보가 부족할 때 많이 발생한다. 판단 근거가 되는 정보가 부족할 경우 다른 사람을 따라 하면 실패할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2세로 등장하는 유아인의 연기는 소름끼칠 정도로 실감난다. 골프채와 야구 배트로 부하 직원들을 두들겨 패고 사람을 때려죽이기까지 한다. 마약을 하고 연예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사나운 개로 사람을 위협하기도 한다. 과연 그것들이 실제로도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영화 속 장면들은 살벌하고 끔직하다. 하지만 6년 전 쯤 어느 대기업 재벌 2세도 영화 속 장면처럼, 개로 여직원들을 위협하고, 삽자루와 곡괭이 자루, 야구 방망이로 사람을 때렸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북한의 미녀 응원단이었다. 한국적 정서가 느껴지는 자연 미인들로 구성된 응원단은 북한 특유의 일사불란한 응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배를 타고 부산 다대포항을 통해 입국한 북한 응원단은 ‘남남북녀’라는 말을 실감케 하며 북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은 2003년 8월 대구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도 미인 응원단을 내려 보냈다. 여대생 200명과 취주악단 등 300여 명의 북한 응원단은 이때에도 언론의 집중 취재 대상이었다.대구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선거는 1948년 5월 10일 실시된 제헌의회 선거다. 21세 이상 성인이면 신분과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진정한 의미의 선거였다. 5.10 제헌의회 선거는 남한의 단독 정부 수립을 위한 반쪽짜리 선거였다. 이 때문에 좌우로 갈라져 대립했고, 북쪽에서는 3개월 후에 그들만의 선거를 치렀다. 경향신문은 5.10 선거 이틀 후인 1948년 5월 12일자에 ‘외신기자의 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당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수천명의 경찰과 특임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그리스 신화 한 토막. 아득한 시절, 보이오티아라는 나라에 아타마스라는 왕이 있었다. 왕의 첫째 아내는 아들 딸 하나씩을 낳았다. 그런데 왕은 아내를 버리고 새로 여자를 얻었다. 새 왕비 이름이 이노였다. 왕과 이노도 아들 딸 하나씩을 두었다. 왕은 행복했으나 새 왕비는 그렇지 않았다. 전처 자식들 때문이었다. 왕비는 어떻게 하면 저것들을 없애 버릴까, 늘 그 궁리만 했다. 새 왕비는 마침내 무릎을 탁 쳤다. 보리를 파종할 때가 되었고, 왕비는 볶은 보리를 남자들에게 주도록 했다. 남자들은 그 사실을 모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영화가 있다. 해방 전에 연극으로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모았던 작품으로 여러 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중 1948년 윤대룡 감독이 만든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이 가장 유명하고, 2007년 등록문화재 제344호로 제정됐다. 무성영화는 변사가 무대 뒤에서 목소리 연기를 따로 했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지만, 무성영화가 사라진 다음에도 “~그랬던 것이었다~” 하며 변사 흉내를 내는 것이 오랫동안 유행했다. 이제는 이런 무성영화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고
전경우 작가/쿤화 칼럼니스트 혼자 밥 먹고, 술 마시고, 심지어 노래방까지 가는 세상이다. 혼자 여행 가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 어느 여행사에서 집계한 것을 보니, 자사 여행 상품 이용객 세 명 중 하나가 ‘나 홀로 족’이었다. ‘혼밥’ ‘혼술’ ‘혼방’에 이어 ‘혼행’까지 추가된 셈이다.이제 ‘나 홀로’ 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혼자 식당 들어가기가 실로 민망하고 두렵기조차 하던 것도 이제는 옛날이야기다. 홀로 술을 마신다 해서 술주정뱅이거나 알코올중독자라고 의심하는 일도 없어졌다. 홀로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포털의 인기검색어 순위가 조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 기업이나 연예기획사에서 자사 제품이나 소속 연예인을 홍보하기 위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인위적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서 검색어 횟수만 늘리면 조작이 가능했고 최근 포털이 이를 방지하는 프로그램을 깔았다. 그러자 좀비 PC로 전국 각지의 컴퓨터를 오염시킨 뒤 특정 단어를 검색하도록 조종한다고 한다. 조작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나눠서 검색하도록 하거나 메인 서버를 아예 중국 등 해외에 두기도 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입시철이 지나고 나면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린다. 어느 대학 어느 고등학교에 누가, 몇 명이나 진학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진학에 성공한 학생들의 이름을 빼곡하게 적어 넣기도 하고 진학에 성공한 학교별로 학생 숫자를 나열하기도 한다. 현수막은 학교뿐 아니라 학원가에서도 목격된다. 현수막의 정보가 정말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으나 그럼에도 좋은 학교에 많이 보냈다고 하는 학원의 인기가 높아진다.학원이야 입시로 돈벌이를 하는 곳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학교 정문이나 담벼락에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명절에는 형제자매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만나서 반가운 형제가 있고, 만나지 않는 게 속 편한 형제도 있다. 등 두드려주며 격려하고 칭찬해 주는 형제가 있는가 하면, 시기와 질투로 서로 눈을 부라리는 형제도 있다. 서로 많이 갖겠다고 멱살을 잡는 형제가 있고,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니 싸울 일도 없다며 헛웃음을 짓는 형제도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형제가 많으면 탈도 많고 말도 많다. 하지만 형제가 많을수록 사회생활을 더 잘하고 인기도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릴 적부터 형제들과 갈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스웨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에서 책임지는 복지국가로 유명하다. 교육비와 의료비는 물론 육아휴직이 철저하게 보장되고, 1년 반을 쉬어도 월급의 80퍼센트를 받을 수 있다. 세금을 많이 내도 그것이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기 않는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 행복지수도 높고 삶의 여유가 넘친다. 우리들이 많이 부러워하고 또 많이 배워야 하는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다. 얼마 전 KBS에서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했다는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스웨덴이 살기 좋은 복지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세계문학전집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 중 하나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2차 대전이 끝난 지 이틀 뒤인 1945년 8월 17일 출간됐는데,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됐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필독 문학서로 자리 잡고 있다. 20세기 영국 문학의 얼굴을 바꾸어 놓았다는 이 걸작도 처음에는 출판사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러시아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었기에, 2차 대전 당시 연합국으로 러시아와 동맹관계에 있던 영국과 미국에서 정치적 이유를 들어 출판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라고 전해라’라는 유행어와 함께 인기몰이 중인 ‘백세 인생’이라는 노래는 2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곡가 김종완씨가,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가 유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와, 쓸쓸한 기분에 곡을 썼다고 한다. 죽음을 슬퍼하는 대신 당당하게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흥겨운 가락에 담았다. 제목은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답하리’였다. 이 곡을 다른 음악인에게 주었고, 당시 그 밑에서 노래 공부를 하던 이애란씨가 그 노래를 알게 됐다. 그게 1995년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대학로에서 알아주는 중견 배우가 최근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결혼 18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가 돈을 벌어오라고 했다. 아내 역시 젊은 시절 함께 배우로 활동했고 때문에 남편의 배우 생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응원해 줬다. 결혼과 함께 아내는 무대를 떠났고, 돈은 내가 벌 테니, 당신은 연극에만 전념하라고 했다. 멋진 아내였다. 생계는 아내가 꾸리는 대신 자신은 배우로 열심히 살아왔다.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돈은 벌지 못했다.문제는 돈이었다. 아이들은 커가고, 그만큼 돈이 더 들어갔다. 아내가 하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대학로에서 화제가 된 ‘변태’라는 연극이 있다. 재작년 서울연극인대상에서 대상과 연기상, 극작상을 받으며 인정을 받은 작품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장기 공연을 했다. 제목을 보면 야릇한 내용이 아닐까 싶지만, 사실은 매주 진지하고 철학적인 작품이다. 여기서 ‘변태(變態)’는 비정상적인 성적 태도나 취향이 아니라, ‘변해서 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연극 ‘변태’를 관람한 사람들은 스토리의 힘에 빠져들게 된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분명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 역시 정교하고 치밀하다. 이야기를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위문편지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추운 겨울이 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어린 학생들이 군인들에게 편지를 쓰고 위문품을 보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국군 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아이의 따뜻한 정이 묻어났다. 선생님이 시켜 하는 것이었지만 나름 진지하게 편지를 썼었다. 군인 아저씨로부터 답장을 받은 아이는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답장을 해 주면 좋겠다는 소망도 적었다. 위문품을 가져가는 것도 일이었다. 화장지나 치약 칫솔 따위를 하얀 부대에 담아 보내곤 했는데, 형편이 넉넉지 않은 아이들은 위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어머 얘 정말 오랜만이다. 많이 예뻐졌구나.” “얘도 많이 컸네. 어쩜 이렇게 귀엽니.” “얘 저기 새들 좀 봐. 잘 날지? 새들아 이리 와, 해 봐.” “아빠 저기 가네. 아빠한테 가 봐.” 이 소리는 어른이 아이한테 하는 소리가 아니다. 동네 산책 나온 아주머니들이 개들한테 하는 소리다. 눈으로 개들을 직접 보지 않으면 필경 어린 아이들한테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개한테 하는 소리가 분명하다. “이제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한밤중에 갑자기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잠옷 바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