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격의 없는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권위적이지도 않고 위엄을 뽐내지도 않는다. 소탈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상대를 배려한다. 얼마 전에는 워싱턴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 개관식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흑인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부시 전 대통령이 오바마의 등을 툭 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놀랍고 좋은 일이라며 대통령도 우리와 똑같다고 호평했다. 지난해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이 전 세계에 전해졌다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 배구팀의 선전을 이끌었던 김연경 선수가 올림픽 이후 더욱 주목 받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솔직하고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하고 랩 실력을 뽐내는 등 그간 숨겨왔던 또 다른 재능과 끼를 선보이며 호감을 얻고 있다. 그녀는 남녀 통틀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세계 최고의 배구 선수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코트 안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동료들을 이끌고 경기장 밖에서는 겸손하면서도 당당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김연경 선수는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소주와 막걸리는 우리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전통 술이다. 막걸리는 삼국시대부터 전해내려 왔고, 소주는 고려 때 들어온 술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페르시아에서 생겨난 증류식 술 제조법이 몽골에 들어와 소주가 되었고 이것이 고려 때 우리나라에 전해졌다는 것이다. 안동소주도 고려 때 몽골군이 경북 안동에 주둔하면서 제조하여 마셨던 것이라 한다. 러시아의 보드카, 중국의 배갈 따위가 우리 소주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 조선 순종 때 빙허각 이씨가 엮은 ‘규합총서’는 여성들이 반드시 알고 실행해야 할 살림살이의 지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계절이 바뀌고 있다. 낮에는 매미 울음소리가 여전하지만, 밤이면 가을벌레 소리가 들린다. 폭염이 꺾이고 여름이 물러가는 때라 매미 소리도 기운이 없다. 칠년을 땅 속에 있다 겨우 한철 울다 가는 미물이기에 그 짧은 시간이 더욱 야속해 보인다. 기껏 보름 남짓 살면서,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울다만 가는 그 세월이 허망할 것도 같다. 매미가 자신의 삶이 허망하다 여길 리 만무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 마음이 그렇다는 것일 뿐. 매미는 그렇게 울다 가는 게 제 운명이다. 우리들도 매미처럼, 짧은 세월, 잠시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중국 한(漢)나라 황제 효성제(孝成帝)에게 반첩여라는 후궁이 있었다. 그녀는 조비연이라는 궁녀와 황제의 총애를 다퉜다. 그런데 황제의 사랑이 조비연에게로 기울고, 조비연이 반첩여가 황제를 중상모략 하였다고 무고까지 했다. 그 때문에 반첩여는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 혐의가 풀려 옥살이에서는 벗어났지만 황제의 총애는 옛일이 되고 말았다. 하여 그녀는 황제의 사랑을 받던 시절을 생각하여 이런 시를 지었다. ‘새로 자른 제(齊)나라의 고운 비단/ 서리와 눈 같이 선명하고 깨끗하네/ 마름질해 합환선을 만들었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로마의 네로 황제는 폭군이었다.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한 후 서기 67년 네로는 고대 올림픽 전차 경기에 출전했다. 5천명이 넘는 로마 시민들이 동원돼 응원했지만, 경기 도중 전차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심판과 신하들이 황급히 달려가 전차에 태워 경기를 진행했으나 꼴찌였다. 그런데도 심판은 네로를 우승자라고 선언했다. 네로가 죽고 나서 이 대회는 아예 없었던 걸로 되었고, 1200년 동안 293회가 열린 고대 올림픽 중 유일하게 무효처리 된 대회로 역사에 남게 됐다. 로마 시민들은 빵과 서커스를 원했다. 황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서양 스포츠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은 개화기 때였다. 1890년 미국인 알렌 부부가 고종과 민비 앞에서 스케이트를 처음 선보였고, 1882년 영국의 ‘플라잉 피시’호 수병들이 인천항에서 축구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1907년 한성기독청년회(YMCA) 총무였던 질레트가 YMCA 야구 단원들과 함께 야구복을 입고 농구를 한 것이 우리나라 농구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1912년 단성사 주인인 박승필이 권투 구락부를 만들어 지도한 것이 우리나라 복싱의 시초고, 1923년 조선체육회 주최 제4회 전조선 축구대회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고대 그리스에서도 지금의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제전이 열렸다. 도시국가들은 신들을 기리기 위한 축제를 주기적으로 벌였고 그 때마다 전쟁이 멈췄다. 고대 올림픽 제전은 순수한 그리스인 남자만 참여할 수 있었다. 엄격한 자격심사를 거쳐 배신이나 범죄 경력이 있으면 참가할 수 없게 했다. 이방인이나 노예는 자격이 없었다. 여성들도 경기 참가는 물론 경기장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의 지배 계급은 남성 시민이었다. 여성들은 투표권은 물론 축제 등 대규모 행사 참여에도 제한을 받았다. 아테네를 비롯한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희고 뽀얀 피부, 깔끔하고 화려한 옷차림,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표준말, 서울 아이들의 이미지는 대개 그런 것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처럼 느껴지는 서울 아이를 보고, 시골 아이들은 ‘서울내기 고래 고기 맛좋은 다마내기’ 하고 목을 뽑아 노래를 했다. 서울 아이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 질투와 선망이 뒤섞인 묘한 가사다. 전학 온 서울 아이를 두고 벌어지는 유치한 사랑 이야기도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서울 사람들은 서울깍쟁이로 불렸다. 깍쟁이는 원래 뱀 장수, 땅꾼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이 사는 천상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그때부터 인간은 익힌 음식을 먹고, 어둠을 밝힐 수 있었다. 인간의 문명이 그렇게 시작됐다. 최고의 신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벌을 내렸다. 바위산에 묶어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게 하고 다시 간이 돋아나게 했다. 제우스는 자신의 앞날에 대해 말해 주고 용서를 빌면 풀어주겠다고 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거부했다.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프로메테우스에게는 동생 에피메테우스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1824~1864)는 과부 어머니가 재가해서 낳은 서자였고 차별을 많이 받았다. 그가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꾼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세상을 떠돌며 노비해방운동을 펼쳤고, 자신의 집 계집종 두 명을 풀어주어 며느리와 양딸로 삼았다. 차별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무극대도(無極大道)의 본을 보인 것이다. 동학 2대 교조 최시형도 ‘사람은 곧 하늘’, 즉 인시천(人是天)의 뜻을 이어받아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은 한울이라, 평등이요 차별이 없나니 사람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군대나 경찰에서 상사의 개인 비서 노릇을 하는 사람을 ‘따까리’라고 부른다. 물론 비공식적인 말이다. 그럼에도 정식 호칭 대신 그렇게 부른다. 사전에는 ‘따까리’가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맡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돼 있다. 경상도나 강원도 등지에서는 ‘뚜껑’이나 ‘딱지’를 ‘따까리’라고 한다. 회사나 동네 조직에서도 개인 시중을 드는 ‘따까리’가 있다. 그런데 이 ‘따까리’ 노릇 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공식적인 업무가 분명히 규정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사의 개인적인 영역까지 도맡아야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바다는 옛날부터 고기잡이가 잘 됐다. 조선시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고, 명태 조기 청어 대구 갈치 고등어 멸치 새우 등이 특히 많이 잡혔다. 옛 문헌에도 갈치를 도어(刀魚), 고등어는 고도어(古刀魚), 오징어는 오적어(烏賊魚), 김은 해의(海衣)라 하여 우리 바다에서 많이 나왔다고 기록돼 있다. 아득한 시절부터 함부로 우리 바다에 들어와 고기잡이를 했던 중국 일본은 구한말 개항을 하면서부터는 대놓고 노략질을 했다. 1882년 청나라에게 황해도와 평안도를, 다음해에는 일본에게 경상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구한말에 천석꾼 만석꾼들이 대거 등장했다.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물결이 스며들면서 누구나 한몫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조상 대대로 부를 물려받은 양반지주들도 있었지만, 아무런 배경 없이 졸지에 만석꾼이 된 이들도 많았다. 그중에는 지방의 향리나 감영의 방자 출신, 지주의 마름 혹은 장사꾼들도 있었다. 이들은 그야말로 시절을 잘 만나 돈벼락을 맞은 신흥부자들이었다. 이 시절 만석꾼들은 자린고비로 알뜰살뜰 돈을 모으기보다는 대개는 부당한 방법으로 축재를 했다. 권력을 이용해 논밭을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는 미국의 문호 마크 트웨인이 46세 때인 1881년에 발표한 사회풍자소설이다. 12~13세기 북유럽에서 전해 오던 '왕자와 시종'이라는 전설에 바탕을 둔 것으로, 헨리 8세, 에드워드 6세 등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켜 16세기 영국의 사회상을 날카롭게 꼬집고, 권력자가 지녀야 할 진정한 덕목이 무엇인지 알려 준다. 영국의 왕 헨리 8세의 아들인 에드워드와 빈민가의 톰은 같은 해 같은 날 출생한다. 왕자를 동경하던 톰은 어느 날 왕자가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아라.’ 74세의 나이로 최근 세상을 떠난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 리가 전성기 시절 즐겨 쓰던 말이다. “나는 최고(I am the greatest)”라며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 않았던 그였다. 그는 생애 세 번이나 세계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복싱 전설이었다. 미국의 ESPN은 마이클 조던, 베이브 루스와 함께 알리를 20세기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았다. 알리는 1942년 1월 17일 미국 루즈빌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노예 집안이었다. 12살 때 새로 산 자전거를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아재는 아저씨의 낮춤말이다. 아재 중에는 집안의 아재도 있고, 동네 아재도 있다. 격식을 덜 차려도 되고 좀 만만하게 대해도 별 문제 없을 것 같은 편안함이 아재의 이미지다. 때로는 낯선 사람을 얕잡아 보고 아재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 아재가 요즘 따끈따끈한 개그 소재가 되고 있다. 썰렁하기 짝이 없지만 그럼에도 웃지 않을 수 없는 참으로 절묘한 맛이 아재 개그의 매력이다. 코미디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개 바보 아니면 아주 센 사람들이다. 바보는 바보짓으로, 권력이나 부를 가진 센 사람들은 그들의 약점을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3천년 전 고대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 파피루스로 만들어진 전단지가 뿌려졌다. 도망 친 노예를 찾아주면 보답하겠다는 이 기록물이 지금까지 전해오는 세계 최초의 광고로 알려져 있다. 광고는 인적 물적 거래와 함께 자연스럽게 발생했고, 시대에 따라 형식과 내용이 변해 왔다. 광고를 보면 시대의 흐름과 상황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광고는 1886년 2월 한성주보에 실린 ‘덕상세창양행고백’이었다. ‘독일 상사 세창양행 광고’란 뜻으로 지금처럼 ‘광고’라 하지 않고 ‘고백’이라고 했다. 한문으로 된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최근 단국대 운동의과학과 해외석학 초청 세미나에서 일본 쓰쿠바 대학의 다나카 키요지 교수가 강연한 ‘생활습관병과 허약화 예방을 위한 운동과 스포츠’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나카 교수는 1924년의 평균 수명은 남자 42.1세, 여자 43.2세였으나 2013년에는 남자 80.2세, 여자 86.6세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면서, 늘어난 수명만큼 삶의 질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화는 누구나 겪는 것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다나카 교수는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리하느
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여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 중 하나가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다. 군대 이야기도 지겹지만 축구 이야기는 더 하품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할 말이 많다. 군대 이야기는 밤을 새워도 모자라고 축구 이야기도 지칠 줄 모르고 한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아픔을 달래고 상처를 치유 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자가 군대 이야기를 하면, 아픈 사람이 아팠던 기억을 말하는구나, 하고 들어주면 고맙겠다. 지겨워 죽는 한이 있어도, 사람 하나 살린다 치고 그렇게 들어주는 것이다.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