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고대 그리스의 초기 올림픽 경기는 남자들만 참가할 수 있었다. 순수한 그리스 남자들만 올림픽 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외국인이나 범죄인, 노예는 선수 자격이 없었다. 관중도 마찬가지였다. 여성들은 경기 참가는 물론 경기장 출입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스가 민주적인 사회였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금녀의 공간이었던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알몸 상태로 경기에 나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원초적 누드 상태로 경기를 치렀던 것이다. 신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찬미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여자 연예인들의 군대 체험을 담은 지상파 TV 프로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여군특집’이라는데, 군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얼치기 여성들의 리얼 체험이 재미를 주고 있다. 언론들도 이 프로가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여자 연예인의 가공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모습이 인기 비결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백 마디 말보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낫다. 시청자들이 군대 체험 프로에 열광하는 것은 군대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일제시대 때 우리 전통 무예인 택견이 탄압을 받았다. 일제는 택견을 금지시키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잡아 가두었다. 대신 가라데(空手)를 보급시켰다. 택견뿐 아니라 석전, 동채싸움, 횃불놀이, 놋다리밟기, 강강술래 등 많은 민속놀이들이 금지됐다. 치안을 어지럽히고 풍기를 문란하게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핑계에 불과했고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려는 속셈이었다.스포츠 활동도 일본인이 주도하게 됐고 우리 민족은 곁다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서도 스포츠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일깨우고 일제에 항거하는 중요한 수단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 양력이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이다. 개화바람이 불면서 조정에서 세력(歲曆)을 태양력으로 바꾸고, 연호도 양력을 세운다는 의미로 건양(建陽)이라 했다. 나라에서는 양력을 내세웠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음력을 따랐다. 양력을 쓰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음력 대신 양력을 강요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다. 설날을 구정이라 하여 못 쇠게 하고 양력 1월 1일인 신정을 지내도록 했다. 관공서도 신정에는 쉬도록 했다. 공무원들은 할 수 없이 신정을 쇠고 차례를 올리긴 했으나 보는 눈이 두려워 쉬쉬 하였다. 일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일본에서 저희들끼리 피 튀기며 싸우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마감하고 통일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 오다 노부나가다. 그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 버린다’고 할 만큼 성격이 괄괄하고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목표에 지장이 있다 싶으면 가차 없이 목을 날렸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안하무인격이었다. 부하들을 무시하고 조롱하기 일쑤였다.그의 부하 중에 아케치 미츠히데가 있었다. 귀족 가문 출신으로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자부심이 넘쳤지만, 오다 노부나가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다. 노부나가는 그를 걸핏하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1971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감옥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을 했다. 대학생 24명을 죄수와 교도관의 역할로 나눠 가짜 감옥에서 지내도록 했다. 그들은 모두 미국과 캐나다의 중산층 가정 출신의 좋은 교육을 받은 건강하고 건전한 남학생들이었다. 교도관 역을 맡은 학생들은 교도관 복장을 하고 나무 곤봉을 들게 했다. 시선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도 착용토록 했다. 수감자 역의 학생들에게는 맞지 않는 옷을 주고 머리에 스타킹을 씌웠다. 이름 대신 죄수복 옷에 붙인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명량(鳴梁). 명랑이 아니라 명량이다. 발음하기가 살짝 어려운 이 단어가 요즘 화제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여름 극장가를 후끈 달구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초반 구름 관중도 화제지만, 스토리의 울림도 만만찮다. “살아서 먹을 수 있으니 좋구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면 이길 수 있다” 등 영화 속 장군의 대사들이 가슴을 때린다. “천운은 물살이 아니라 백성들이었다”는 대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교롭게도 올 여름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많다. ‘명량’에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흥선대원군은 아들 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오랜 동안 고단한 삶을 살았다. 왕족이었으나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불우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글을 많이 읽어 학식이 깊고 그림도 잘 그렸다. 노래도 잘 불렀다. 하지만 늘 가난했다. 굶지 않으려고 궁궐의 물품을 관리하거나 능을 관리하는 능지기도 하였다. 능지기는 그야말로 말직 중의 말직이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1737~1805)도 가난을 면치 못해 능지기를 했다. 후세에까지 문명을 날릴 만큼 대단한 작가이자 선비였기 때문에 그가 궁핍한 삶을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우리들은 대개 이스라엘과 그 민족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릴 적 교회에서 이스라엘 민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선 땅 덩어리와 병력에서 상대도 되지 않는 아랍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크게 이겼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났다는 소식에 이스라엘 청년들은 조국으로 달려갔지만, 아랍민족들은 못 들은 체 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였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등 세계 문명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긴 인물들 중에는 유대인이 많다는 사실도 부러움과 존경심을 갖게 했다. 아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흥선대원군은 쇄국정치로 유명하다. 서양의 문물과 세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나라 문을 꽁꽁 닫았다. 하지만 권세가나 돈 많은 집안에는 담배, 술, 양초, 나침반, 시계 같은 서양 물건들이 넘쳐 났다. 고관의 부녀자들은 밀무역을 통해 청과 일본에서 들어온 장신구로 치장하고 가죽신을 끌고 다니며 위세를 부렸다. 1876년 강제로 개항되자 양물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뜻있는 사람들은 서양의 물건을 불태우며 양물배격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선비 이항로는 임금에게 “기이하고 못된 물건이 팔릴 수 없다면 저네들이 반드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월드컵 축구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삼바 축구’ 브라질이 안방에서 독일에게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것이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이다.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일깨워준 경기였다. 월드컵 개최 반대 시위와 엉성한 대회 준비에도 불구하고 자국 팀의 거침없는 질주로 기분이 좋았던 브라질 국민들은 상심이 클 것이다.골이 많이 나와 가장 재미있는 월드컵이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우리들로선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16강 진출을 기대했지만 별 볼일 없었고, 밤을 새워 응원한 우리들도 풀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시대에도 왕이라고 해서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언관(言官)을 두어 왕이 경우에 맞게 행동하도록 했다. 통치이념인 유교를 바탕으로 한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민심을 잘 살펴야 했고, 언론제도는 민심을 왕에게 전달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언관은 고려시대에 생겨났고, 조선 때에는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등 삼사(三司)가 언론의 역할을 했다. 언관이 민심을 살펴 건의하면 왕은 반드시 답을 해 주어야 했다. 이것을 비답(批答)이라 했다. 왕이 비답을 해 주지 않으면 계속 건의를 올렸고, 비답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월드컵이 어느 때보다 재미있다. 우리나라 경기만 놓고 보면 답답하지만 대회 전체를 보면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골이 많이 나오니 재미가 있다. 공격 축구를 추구하는데다 볼의 탄성이 좋아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역시 축구는 골 맛이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TV 중계기술도 축구의 재미를 더한다. 캐스터와 해설자도 중계 채널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화면구성 등 기술적인 면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중계 팀의 성향과 색깔에 따라 채널을 고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빅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의리가 대세다. 배우 김보성이 ‘으리’라고 외치면서 의리 바람이 불고 있다. 김보성은 20년 간 줄기차게 의리를 외쳐 오다 마침내 대박을 터트렸다. 그가 처음 의리를 외쳤을 때 사람들은 참 싱거운 사람이구나, 하고 웃어 넘겼다. 이번에도 역시 우스운 모습으로 등장한 광고 때문에 그의 의리가 주목을 받았지만, 이 사람의 의리가 웃고 넘겨버릴 거짓 의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13대 1로 싸우다 실명을 하고, 공원에서 데이트족 남녀를 괴롭히는 불량배 셋과 맞붙었다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드라마나 영화 ‘춘향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이방’이다. 수청을 들라며 춘향을 모질게 대하는 변 사또도 밉지만, 굽실거리며 사또의 명을 받는 이방도 곱지 않다. 위로는 머리를 조아리고 아래로는 행세를 하며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얄밉다. 이방과 같은 존재가 향리 혹은 아전이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수령을 임명해 내려 보내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수령을 보좌해 정무에 지장이 없도록 한 게 아전 제도다. 아전들은 이방이나 형방 등의 직책을 맡아 수령을 보필했는데, 정식 관료는 아니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서민들의 술 소주가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것은 고려 때다. 몽골 민족이 세운 원나라의 의복과 음식 풍속 등이 많이 들어와 크게 번졌는데, 소주도 그중 하나다. 페르시아에서 생겨난 술 제조법이 몽골을 거쳐 우리나라로 건너온 것인데, 서양의 위스키, 중국의 베갈, 러시아의 보드카가 모두 이 소주와 같은 계열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북쪽 지방에서 주로 마셨지만 나중에 몽골군이 주둔했던 경상도 안동 지방에서 유행하여 지금의 안동소주 효시가 되었다고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소주는 예로부터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춘향전’의 하이라이트는 과거에 장원급제한 이몽룡이 암행어사로 변신, 탐관오리 변학도 사또를 때려잡는 장면이다. 변 사또는 이몽룡의 애인 춘향에게 수청 들 것을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자 모질게 고문하고 옥살이를 시킨다. 수청 들지 않은 죄가 얼마나 컸던지 춘향이는 귀신처럼 산발한 채 목에 칼을 차고 고통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몽룡을 향한 일편단심은 꺾이지 않는다. 변 사또에 대한 증오와 춘향에 대한 연민으로 관객들이 가슴을 쥐어짤 때, “암행어사 출두야” 하는 소리와 함께 군졸들이 들이닥쳐 와장창 우지끈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동에 있는 조선대학교는 장미로 유명하다. 2001년 의대 동문이 중심이 돼 의대 건물 건너편에 공간을 마련하고 기부를 받아 장미공원을 만들었다. 여기서 자라는 장미는 227종, 1만 8천 주나 된다.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에게 헌정했다는 ‘프린세스 드 모나코’도 있고, 세계 장미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장미들도 볼 수 있다. 겨울에도 얼지 않아 용인의 에버랜드 장미보다 더 알아준다. 봄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까지 각양각색의 꽃을 피운다. 조선대에서는 해마다 오월이면 장미축제를 열고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 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이양하 선생은 ‘신록예찬(新綠禮讚)’에서, 이맘때가 연중 가장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신라 선덕여왕은 당 태종이 보내 온 모란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꽃에 향기가 없는 게 틀림없다고 했다. 그림과 함께 보내 준 모란의 씨앗을 심어 보니 과연 꽃에 향기가 없었다. 이로써 선덕여왕이 총명하기 이를 데 없다고 사람들이 여기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이렇다.그런데 알고 보면 사실 그렇지 않다. 선덕여왕이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몰라 그림 속에 담긴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 뿐이다. 중국 사람들은 음이 같은 글자를 이용해 원하는 바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전통이 있다. 그림을 직설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