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동화 ‘신데렐라’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의 공통점은 계모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백설공주는 너무 아름답다는 이유로 계모 왕비로부터 질투를 받고 숲으로 끌려갔고, 신데렐라도 계모와 의붓 언니들로부터 학대 받았다. 헨젤과 그레텔은 두 살 터울 남매 사이였는데, 역시 계모의 뜻에 따라 식인 영주의 밥이 될 뻔했다.

유럽의 동화에 이처럼 계모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18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인의 절반이 열 살이 되기 전에 사망하고, 살아남은 아이들도 대부분 어른이 되기 전에 부모 중 한명을 잃었을 정도로 계모가 흔했기 때문이다. 동화가 민담을 바탕으로 한 허구이긴 하지만 현실의 세계를 반영했던 것이다.

동화에서 계모에게 학대 받는 아이들의 아버지들은 방관하거나 계모의 뜻에 굴복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헨젤과 그레텔’의 경우, 계모가 가난한 살림에 굶어죽을 판이니 아이들을 버리자고 하자, 그 아버지가 반대한다. 하지만 계모가 자신은 아직 젊기 때문에 다른 남자에게 시집 갈 수도 있다며, 아이들과 자신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다그친다. 아버지는 계모의 뜻에 따르기로 한다.

신데렐라도 부유한 집안에서 생모와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생모가 죽고 계모와 의붓 자매 둘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계모와 의붓 언니들은 탐욕스럽고 잔인했다. 신데렐라가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달라진 아버지였다. 계모와 의붓 언니들은 아버지가 보고 있을 때는 상냥한 척 했지만 아버지가 없을 때는 모질었다. 신데렐라는 계모의 등장으로 외로움을 잊게 된 아버지의 처지를 생각하여 자신이 구박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신데렐라는 백마 탄 왕자를 만남으로써 지긋지긋한 계모의 학대로부터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산다. 자신이 특별히 노력한 것은 없지만, 참새들이 재에 파묻힌 콩을 골라주는 등 위기에 처할 때마다 누군가 도와주고, 마침내 왕자가 고통의 고리를 끊어 준다. 이처럼 자신의 노력 없이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복을 얻으려는 것을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한다.

영국에서는 최근 신데렐라 법이라는 걸 제정하기로 했다. 자녀들에게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감정의 성장에 지장을 줄 경우에도 그 부모를 처벌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오랜 기간 잔혹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사망에 이르는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최고 징역 30년을 선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고 징역 9년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

계모가 아이를 때려 죽였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 아비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 사람들은 분노한다. 그 아비들도 헨젤과 그레텔의 아버지처럼, 보고도 못 본 척, 알면서도 모른 척 하지는 않았는지. 친아버지라는 자가 계모에게 맞아 죽는 아이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그 언니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알면서 모른 척, 보고도 못 본 척 한 게 아니라, 대놓고 공범을 한 셈이다.

아이를 학대한 죄를 엄하게 묻되, 알면서 모른 척, 보고도 못 본 체 한 그 아비들의 죄도 함께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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