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우리들은 대개 이스라엘과 그 민족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릴 적 교회에서 이스라엘 민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선 땅 덩어리와 병력에서 상대도 되지 않는 아랍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크게 이겼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났다는 소식에 이스라엘 청년들은 조국으로 달려갔지만, 아랍민족들은 못 들은 체 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였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등 세계 문명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긴 인물들 중에는 유대인이 많다는 사실도 부러움과 존경심을 갖게 했다. 아인슈타인 우유를 마시면 아인슈타인처럼 될 것이란 터무니없는 믿음도 갖고 있다. 유대인의 교양서인 탈무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더없이 훌륭한 교과서이며,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그들의 수업 방식이야말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최고의 공부법이라 찬양하기도 한다.

홀로코스트는 또 어떤가. 2차 대전 당시 극단적인 인종주의자인 나치 파시스트들은 유대인과 함께 집시와 공산주의자, 심지어 장애인들까지 학살했다. 우리들은 공산주의자와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선 별로 아는 게 없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대표되는 유대인 학살만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나 ‘안네의 일기’를 통해 우리들은 유대인들이 얼마나 가혹한 시련을 겪었는지, 몸을 떨며 슬퍼하고 분노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와 언론을 장악한 인물들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들의 탐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고, 우리들마저 아랍인들에 대해 알 수 없는 적개심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이자놀이를 못하게 했지만 유대인들은 고리대금업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그것이 오늘날 세계 금융권을 쥐락펴락하게 된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도 잘 모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선 극심한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와 흑인 집단 거주지인 반투스탄(Bantustan)이 존재했지만 1994년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면서 사라졌다는 사실에 대해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콘크리트 장벽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감옥에서 끔직한 삶을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해서는 동정심마저 갖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그들은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죄 없는 이스라엘 민족에 테러를 가하는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16세기 중후반 이탈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유대인 집단 거주지 게토(ghetto)를 만들었고 이후 중세 유럽 곳곳에 게토가 세워졌다. 게토는 철조망이 쳐진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외부 세계와 단절됐다. 게토 밖으로 나갈 때는 노란 리본을 달아 그들이 열등한 민족임을 표시해야 했다. 지금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유대인들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고통과 불행을, 유대인들에 의해 겪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언덕에 올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곳에 미사일이 떨어지고 불꽃이 일 때마다 환호하는 한 장의 사진이 세계 시민들의 가슴을 때렸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2천 년 전 자신들이 살던 땅이라며 쳐들어와 우리들을 죽이고 내쫓는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들도 아프지만, 그들도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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