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미국의 심리학자 머리 보웬(Murry Bwen, 1913~1990)은 가족이 개인의 독립을 방해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엄마와의 정서적 융화 상태를 거친 후 개인으로 독립해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아이가 가족이라는 공통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족이 방해를 한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독립심이 낮은 부모일수록 자녀를 더 붙잡아 두려고 하고, 부부 사이가 나쁠 경우 자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자립 의지도 꺾이게 된다. 

인간은 무리로부터 떨어지고자 하는 욕망과 더불어 지내고자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고 타협하면서 살아간다. 개인을 먼저 생각할 때도 있고, 공동체를 우선시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들이 간섭하고 지배하면서 개인과 공동체 간의 조화를 방해한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부정적인 언행을 반복해 아이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아이는 스스로 판단하고 독립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수강 신청은 무엇을 할지, 어느 이성과 사귀어야 할지, 어떤 동아리 활동을 할지, 엄마에게 묻는다. 직장 상사와 갈등이 있거나 보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엄마가 대신 나서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서도 엄마의 결정이나 보살핌이 없으면 불안해 하고 그런 자식을 엄마는 자랑스러워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서도 자아를 확립하지 못하고 마더 콤플렉스(Mother complex)에 걸려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엄마와 자식 간의 깊은 유대가 아버지의 소외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가정의 중심이 돼야 할 부부 관계는 시들해지고 대신 엄마와 자식 간에 강력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아버지는 그림자에 불과하고 그저 돈이나 벌어다 주는 존재로 여긴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쓸쓸하게 지내는 기러기 아빠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아버지 소외 현상이다.

퇴근 후에도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서성이는 아버지들도 수두룩하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거나 돌아갈 곳이 없다고 여기는 ‘귀가공포증후군’에 빠진 것이다. 집이라고 들어가 봤자 누가 하나 정겹게 반겨주는 이 없고, 편히 앉아 쉬거나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공간도 없다.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 반겨주는 강아지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조사를 해 봤더니 과부가 남편 있는 여자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홀아비들은 아내가 있는 남자들에 비해 더 많이 늙고 우울했다. 나이가 들면 여자는 혼자 사는 게 좋고, 남자는 혼자 살면 고통스럽다는 결론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인데, 남의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 쫓겨나면 집에서도 쫓겨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먹잇감을 날라 오지 못하는 수컷 늑대가 무리에서 쫓겨나는 것과 같다. 인간이나 늑대나 살아가는 이치는 똑같다. 인간답게 산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쫓겨나지 않도록 단단히 마음먹지 않으면 안 된다. 아차, 하는 순간 쫓겨나는 수가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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