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스웨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에서 책임지는 복지국가로 유명하다. 교육비와 의료비는 물론 육아휴직이 철저하게 보장되고, 1년 반을 쉬어도 월급의 80퍼센트를 받을 수 있다. 세금을 많이 내도 그것이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기 않는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 행복지수도 높고 삶의 여유가 넘친다. 우리들이 많이 부러워하고 또 많이 배워야 하는 나라가 바로 스웨덴이다. 

얼마 전 KBS에서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했다는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스웨덴이 살기 좋은 복지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정치에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혼자 겨우 쓸 수 있는 좁은 사무실에서 비서도 없이 일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스스로 우체국 업무를 보고, 쓰레기통도 비웠다. 손님이 오면 공동으로 쓰는 미팅 룸에서 손수 커피를 뽑아 내놓고 대화를 나누었다. 운전기사 딸린 멋진 자동차도 없었고, 의원들을 위한 주차장도 따로 없었다.

젊은 여성 국회의원은 비행기로 출장을 갈 때 가장 싼 좌석을 이용하고, 손수 짐 가방을 끌고 공항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비싼 좌석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한다고 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민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국방장관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베테랑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였다. 비서도 없이 대중교통으로 출근을 하고,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거들먹거리지도 않았고, 어느 누구도 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굽실거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신뢰받고 있었다.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한 모습으로 다니지만, 정치인으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려고 했고 그 사실을 시민들이 알고 존경했다. 이 나라 정치인들 공약 실행률이 무려 80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어느 국회의원은 한국에 5일간 출장 오면서 활동비 28만원을 받아 왔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가서, 그는 출장 기간 중 사용한 돈의 내역서를 국회사무처에 제출했다. 밥 먹은 영수증 하나까지 빠트리지 않았다. 국회사무처에서는 이것들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영구보존한다. 국민들이 그것을 보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보여줘야 한다. 놀라운 것은, 이 국회의원이 제출한 출장비 내역 가운데 밥값 일부가 마이너스 처리돼 있었다. 국회의원이 출장 중 식사 대접을 받으면 그 비용을 반납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킨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니 일반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고, 국민들은 신뢰와 존경으로 그들을 대한다. 복지국가 스웨덴의 힘이 바로 제대로 된 정치 문화 덕분인 것이다. 

아리랑TV 사장이 규정을 위반한 초호화 해외출장을 했다며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스웨덴처럼 복지국가가 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들, 이런 문화 때문이다. 또 선거철이다. 어느 것이 알곡이고, 어느 것이 가라지인지,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살피고 가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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