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 칼럼니스트

 

명절에는 형제자매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만나서 반가운 형제가 있고, 만나지 않는 게 속 편한 형제도 있다. 등 두드려주며 격려하고 칭찬해 주는 형제가 있는가 하면, 시기와 질투로 서로 눈을 부라리는 형제도 있다. 서로 많이 갖겠다고 멱살을 잡는 형제가 있고,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니 싸울 일도 없다며 헛웃음을 짓는 형제도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형제가 많으면 탈도 많고 말도 많다. 하지만 형제가 많을수록 사회생활을 더 잘하고 인기도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릴 적부터 형제들과 갈등을 극복하고 양보와 배려를 통해 협력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형제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로리 크래머 교수팀이 미국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한 결과, 형제자매가 인격 형성과 삶의 태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언니가 십대에 임신을 하면 동생도 언니의 영향을 받아 십대에 임신할 위험이 더 높아졌다. 형이 담배를 피우면 동생 역시 담배를 피울 확률이 높아졌다. 크래머 교수는, 형제자매간 사이가 좋으면 성인이 돼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모들이 맏이를 엄하게 가르치려 했던 게 이 때문이다. 이제는 한 집에 자녀가 한둘밖에 없기 때문에 맏이, 막내라는 것도 의미가 없다. 하지만 형제가 많은 집 아이들은 태어난 순서에 따라 직업이나 성향이 달라진다고 한다. 

미국 의료포털 웹엠디는, 첫째와 외동이 의사나 변호사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동생은 예술가나 탐험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첫째를 과잉보호하는 경향이 있어, 아이가 조용히 앉아 머리 쓰는 일에 관심을 갖는다. 반면 그 다음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지면서 활동적이고 모험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동생이 모험가 기질을 가질 확률이 높아 스키 점프, 스카이다이빙, 모토 사이클 등 위험한 스포츠 종목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많다. 

미국의 초기 우주비행사 23명 중 21명이 첫째였고, 수성 탐사에 나선 최초의 미국 우주비행사 7명 모두가 맏이였다고 한다. 첫째들이 사명감과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업무 수행을 잘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힐러리 클린턴, 최초의 흑인 방송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도 맏이다. 2007년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 중 43%가 첫째, 33%가 둘째, 23%가 막내였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픔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더 아픈 손가락과 덜 아픈 손가락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논문에 따르면 부모들이 형에게 쏟는 시간이 동생에 비해 평균 3000시간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부모들이 큰아이들은 들들 볶지만 둘째부터는 ‘포기’하고 내버려둔다. 그러니 맏이들이 까칠한 반면 둘째 셋째는 인간성 좋다는 말을 듣는다.

형제 없는 외톨이 자식들이 늘고 있고 그나마 외톨이마저 줄고 있는 세상이다.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